2011년 5월 5일 목요일

세인트 폴 성당







이미 폐허가 되어 버린 성당.
하지만 폐허가 된 이후 앞면만 살아남았기에 더 유명해진 성당.

우여곡절끝에 완성했지만 이름모를 화재로 성당 몸체는 홀라당 다 타버리고

이렇게 앞면만 남아서 긴긴 세월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영문명 또한 "Ruins of St. Paul's & Museum"이다.

낮 동안에는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성당 위에 올라가 보면 마카오 작은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좋은 곳이다.

마카오-육포장사, 쿠키장수



세나도 광장에서 세인트 폴 성당에 이르는 길목은 육포와 쿠키를 파는 가게주인들의 손님끌기로 지나다니기만 해도 꽤 많은 육포와 쿠키를 맛볼 수 있다.

왜 마카오에서 육포를 많이 파는지는 잘 모르겠다. 거기 특산물이라고 하던데 육포가 잘 팔릴 만한 특별한 어떤 요건이 있는 것인지?

여하간 홍보를 많이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마카오에서 맛보는 쿠키와 육포는 아주 맛있었다.

마카오 골목골목




홍콩처럼 마카오도 주택난이 심한지
오래된 아파트들이 다닥다닥 성당과 성당 사이, 광장과 광장사이, 학교와 박물관 사이를 비집고 자리잡고 있었다.

골목 골목에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터.

오래된 집이지만 굳이 그 집을 부수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과 다른점이다.

마카오 - 성당, 색깔






마카오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건 단연코 바다와 붉은 산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색채의 조화!
하얀 바탕 위 코발트 빛 포르투칼어와 광둥어로 길 이름을 적어놓은 표지판,
황토색과 흰색,
자주색과 흰색,
녹색과 흰색의 오묘한 조화

낮이나 밤이나 거리를 밝히는 카지노의 형형색깔.

색감이 발하는 이미지를 가장 잘 형상화한 도시가 바로 이 곳, 마카오이다.

반환된 지 이십년이 지났지만,

포르투갈인들이 이 땅에 심어놓은 색감의 DNA는 마카오인들의 마음 속 깊이 심어져 있다.

예전 색 그대로는 아닐 터이고 가끔 도색작업을 하긴 할 텐데...

어떻게 촌스럽지 않게 잔잔한 그 색깔을 유지할까 궁금하다...

2011년 4월 9일 토요일

만남

십년전 야간으로 다녔던 행정대학원 동기모임이 있어 갈까 말까 고민하다...

갔다.


정신없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재력을 자랑하는 아저씨들 틈바구니에서

나이많은 나에게 반말로 응대하는 후배 직원 생각.

아침에 휴게실에서 꾼 뜬금없었던 한없이 절망에 가까웠던 꿈 생각.

내일 약속 생각...


이런 혼란 속에서도

나와 조금은 친했던 동기들이 많이 참석해서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생명에 다녔던 아저씨는 작년 말 명예퇴직하고 낼 모레 필리핀의 어떤 섬 리조트 관리인으로 취직해서 간다고 한다.

완전히 이주할지 아직 결정은 하지 못해 일단 고용보험수급이 끝나는 달까지 해 보고 이후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번 국회의원이었던 한 아저씨는 낙선한지 삼년이 지났어도 국회의원 한번 더 하고 싶으셔서 내년 총선을 겨냥해서 당을 바꿔타셨다. 자신의 지역구에 사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여기저기 여쭤보고 다니셨지만... 이 아저씨의 기대와는 반대로 참석자 중엔 해당 지역 주민이 한 명도 없었다.


시의원 출마와 낙선을 반복한 연세 지긋한 아저씨도 담에 또 시의원 출마한다고 "@@ 지역신문"이라는 유치찬란한 명함을 주셨는데... 이사를 예정하더라도 이 아저씨 지역구로는 갈 가능성이 없는 바 명함은 그냥 내 책상 구석 어디에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뻔한 자기자랑을 반복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좋은 사람들 몇몇은 분명 있다.

착하고 성실한 몇몇 이들과 차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늦게서야 돌아오는 길. 차갑고 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늦었지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벚꽃도 무척 아름답고...

2011년 4월 3일 일요일

고독

이제 50이 눈 앞에 펼쳐지기 얼마 안 남았다

2011년 3월 30일 수요일

나의 안식처

언제부턴가 도서관은 나의 아지트가 되어버렸다.

밤 열시까지 종합자료실을 개방하면서

나처럼 오래 앉아있긴 힘들어 하나

서재 앞뒤 돌아다니며 책구경하는 건 엄청 좋아하는 주민에게

도서관은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공공재이다...



씨네21이나 보그, 에스콰이어 같은 읽긴 좋아하지만 사긴 부담스러운 잡지들도 꼬박꼬박 챙겨볼 수 있고

특히 화집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좋다.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외로운 타국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막스 에른스트의 거칠고 용기있는 회화에 감탄하기도 한다.

끝없는 오후가 펼쳐진 미래파 화가들의 작품에 환희를 느끼고

폴록의 끓어오르는 터치를 잠깐이나마 느껴본다.



뒤러 판화집이나 프란시스 베이컨의 소름끼치는 그림에 이마를 대고 기분좋은 잠에 빠지기도 하며

그렇게 십분 이십분 짤막한 잠을 자다가

이루지 못한 익숙한 꿈 공간이 펼쳐져

멀쩡한 등과 사교성있는 말씨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가 되기도 한다.


이따금 넋놓고 있다가 열시가 되어 도서관 직원이 깨우는 불상사도 생긴다.




같은 지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도서관에 자주 오는 사람들을 대충 알게 되었다.

물론 서로 인사는 안하지만...



"저 사람은 여태 공무원 공부하나... 안타깝네"

"저 남자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

"저 여학생은 요즘 많이 수척해졌군..."



이런 생각을 혼자 수도 없이 하면서

퇴근 후 겨우 한두시간을 보낼 숨쉴 공간이 있다는 데 안도한다.



일요일

오늘처럼 흔치 않은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잠시 사람을 만나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 날엔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책장 부드러운 질감을 탐한다.

이런 공간이라도 없었다면 - 그동안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도서관에 많은 걸 빚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