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일 목요일

율곡서원

주말, 엄마 아빠 언니와 함께 파주에 있는 율곡서원에 다녀왔다.

율곡 이이는 강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파주시로 이사와서 벼슬하기 전, 낙향 후 파주에서 쭉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엔 이이와 부인, 둘쨰부인, 신사임당, 화가였던 작은 아들 묘가 있고

율곡 이이가 살던 주택을 잘 복원해 두었다.

무엇보다... 산책하기 좋은 아름다운 곳이다.


굽이굽이 물결치는 단풍과 은행의 조화.



근처 큰 저수지도 다녀왔다. 이곳은 스산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자살 사건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을씨년스러운 게 이해가 간다.


저수지 근처에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고 지은 불법건축물들이 많았고 최근까지 아주 큰 정신질환자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강물은 흘러만 간다.

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지속적인 민폐

를 끼치고 있다...

물론 다행이도 부모님이 오는 횟수는 줄어들지만...

1994년 어느 늦은 밤이 아닌, 어느 여름에 완공된 오피스텔인데...

참으로 많은 고장이 나고 있다.

천장


얼핏 보면 모양을 위해 저리 붙인 것으로 보일진대, 사실은 천장이 갈라져서 붙여놓은 것.

세탁기는 배수로 길이가 짧아 아빠가 고쳐주셨다...

이제 더 이상 손을 빌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래도 남산이 가까이 있으니 좋긴 하다.

밤에 산책가고 불꽃놀이도 먼 곳에서 구경하고...


지금은 N서울타워라고 N자가 하나 더 붙은 서울타워에서 시작하는 연인들을 바라보고...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츄리닝 바람으로 여기저기 다니고

그리고 또 다시 긴 산책길...



남산 도서관 휴게실에서 본 글귀.

"남산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여러분들이 뜻한 바 이룰 수 있길 기원합니다"

이 짧은 말에 왜 울컥했을까.

마치 여권 앞 외교통상부 장관의 당부하는 말씀을 읽었을 떄처럼...

아무런 상관없는 이들이 그래도 나를 지켜준다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기 떄문일까...

작은 뜻이라도 이루도록 하자.

이 바퀴벌레 천국에서.

이 추운 동토의 왕국에서.


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Into the world

주중 내내 바퀴벌레 색출을 하느라 몇 년은 늙러버린 듯 했다.
주말이 되어 조금 정신을 차릴 무렵, 집앞 남산도서관에서 비디오를 빌렸다.

인투더 월드.

실화를 바탕으로 숀팬이 연출한 영화이다.

한 젊은이가 있었다.

천구백구십이년 사월. 숲속 버스 안에서 아사한 채 수렵꾼에게 발견된 스물 세 살 청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물질가치적 삶, 이기적인 부모들의 모순된 삶을 되풀이하지 않겠단 일념 하에,
하지만 그 나이 또래 무계획적이고 약간은 낭만적인 느낌에 이끌려...

전재산 이만사천달러를 옥스팜에 기부하고 알래스카로 가겠다는 목적지를 갖고 긴 여행길에 오른다.

부모에겐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왠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순녀처럼.

목적은 다르지만 묻지마 출가를 한다는 건 동일하다.

그가 인복이 좋았던지, 히피부부, 맥도날드 직원들, 퇴역군인...

그가 가는 길엔 그의 불행한 인생의 마지막을 걱정하듯 친절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순수하지만 앞뒤 재지 않는 그의 심성을 걱정하기도 하고

그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가족 생각에 눈물흘리면서 진심으로 걱정한다.

영화는 그가 남긴 일기를 토대로 하나뿐인 여동생 역할을 하는 배우가 그의 심리상태, 자신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을 나래이션한다.

불가능한 목적지는 있지만 끝내 비극으로 끝난 그의 묻지마 행로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길을 찾는 이 젊은이가 숭산스님같은 선승을 만났다면 스님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조금만 더 적극성을 나타냈다면 자신의 양아들이 되길 바랬던 현명한 노인과 보람찬 인생을 설계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가 버린 총명한 청년을 기억하느라 새벽시간을 다 소비하고...

오늘 아침은 정말 늦게 일어났다...



2011년 10월 1일 토요일

살아본 소감

일주일간 살아보니
앞으로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거주지를 바꾼다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엄마는 주말마다 오길 바라지만
사실 그렇다면 굳이 온 보람이 없다...
내일 가서는 시월 말에 오겠다고 말씀드려야 겠다.

이 집의 좋은 점 하나는 옥상에 빨래 널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
그래서 찍어봤다.


항상 공사하는 건물이 있고

학교가 있고

어지럽게 널려진 건물들이 뺴곡하다.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시월

사사분기. 벌써 이렇게 세상이 흘러왔네.

구월엔 그 오랜 생각이었던 이사를 하고 나니 너무 길게 왔던 듯.

팔월은 여행 때문에 바빴고

칠월은,,, 마지막으로 그 시험을 봤었지.

유월은... 제주도를 또 갔었구나.

오월엔 홍콩과 마카오를 갔었고

사월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삼월엔 아주 잠깐 기뻤던 순간.

이월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몰랐던 기회를 놓쳐버렸고.

일월엔 설익은 기대감에 충만했었다.

이제 남은 삼 개월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바지를 널기 위해 옥상을 갔더니 발이 시릴 정도로 추웠다.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괜찮아. 나의 친구 전기장판이 있으니...

관리비 부담에 보일러를 펑펑 틀 순 없겠지만

전기장판이 많은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10월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 작은 방 안에서 좀 넓어졌으면...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김신용

이 사람은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 이십여년 간, 등단한 이후에도 상당기간 다양한 종류의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에서 "젠 체 하는"느낌이 없다. 아주 간결하고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아래의 시 환상통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환상통
- 김신용 -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려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밖

몸에 붙어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버린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밤 산책

일요일 이사하고 어제까지 아빠와 작은언니가 있어 좀 정신이 없었다.
오늘이 분명한 나만의 하루...
퇴근 후 남산도서관에 갔다가 해야 할 공부는 안 하고
김신용의 시를 읽고 나도 이제 이사도 했고 작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곃으니 시를 쓸 수있지 않을까
상상만 거듭하고
여덟 시 . 책읽는 열람실이 문을 닫자
소월길을 따라 하얏트 호텔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인데도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잠깐씩이라도 운동을 해야 이 군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좀 일찍 일어나 엄마가 해다 준 밥을 먹고 운동을 가자.
엄마도 이제 밥은 그만 가져다주셨으면 좋으련만...
밥통을 산 의미가 없어진다.
성능테스트를 어서 해 봐야 할 텐데.


하늘을 이고 있는 저 무수한 세월을 이겨낸 나무들처럼

나 역시 이곳에서 뿌리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