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전 야간으로 다녔던 행정대학원 동기모임이 있어 갈까 말까 고민하다...
갔다.
정신없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재력을 자랑하는 아저씨들 틈바구니에서
나이많은 나에게 반말로 응대하는 후배 직원 생각.
아침에 휴게실에서 꾼 뜬금없었던 한없이 절망에 가까웠던 꿈 생각.
내일 약속 생각...
이런 혼란 속에서도
나와 조금은 친했던 동기들이 많이 참석해서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생명에 다녔던 아저씨는 작년 말 명예퇴직하고 낼 모레 필리핀의 어떤 섬 리조트 관리인으로 취직해서 간다고 한다.
완전히 이주할지 아직 결정은 하지 못해 일단 고용보험수급이 끝나는 달까지 해 보고 이후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번 국회의원이었던 한 아저씨는 낙선한지 삼년이 지났어도 국회의원 한번 더 하고 싶으셔서 내년 총선을 겨냥해서 당을 바꿔타셨다. 자신의 지역구에 사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여기저기 여쭤보고 다니셨지만... 이 아저씨의 기대와는 반대로 참석자 중엔 해당 지역 주민이 한 명도 없었다.
시의원 출마와 낙선을 반복한 연세 지긋한 아저씨도 담에 또 시의원 출마한다고 "@@ 지역신문"이라는 유치찬란한 명함을 주셨는데... 이사를 예정하더라도 이 아저씨 지역구로는 갈 가능성이 없는 바 명함은 그냥 내 책상 구석 어디에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뻔한 자기자랑을 반복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좋은 사람들 몇몇은 분명 있다.
착하고 성실한 몇몇 이들과 차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늦게서야 돌아오는 길. 차갑고 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늦었지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벚꽃도 무척 아름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