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4일 월요일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정신병에서 완치(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되었다는 아버지와
막 정신질환의 세계에 들어선 어린 아들이 함께 모터사이클 여행을 하며 쓴 기행문.

이 생각 저 생각 들쑥날쑥이고
모터사이클 고치는 공학적 이야기로부터 선을 찾는 이야기까지

두꺼운 책이기에 빌리기 전 좀 주저했으나
읽다 보니 술술 읽힌다.
그래서 양의 중압감을 무시하긴 어려우니...
설날 연휴를 이용해서 정독해야 겠다.

2011년 1월 23일 일요일

폐끼치지 않고 산다는 것

지난번 SBS에서 방영했던 "맥도날드 할머니"의 여파인가.
나이들어 어떻게 살아야 주위 사람들에게 폐끼치지 않고 사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점차 모호해진다.

불치병의 일종인 공주병을 앓고 어이없는 소망을 품은 채 살아가지만
적어도 그녀는 누군가에게 손벌리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사는 건 아니기에
본인이 굳이 시설에 들어가는 걸 거부한다면 그냥 그 상태 놔두는 것도 크게 해되지 않는다 싶었다.

그런데 동생이라는 사람의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어머니가 자신과 언니를 너무나 차별해 키우고
그래서 부모님 사망 이후 손에 물하나 묻히지 않고 살아온 언니가 저리 된 것이라며
아예 본인은 언니가 자신을 찾아올까봐 두렵다고 한다.

까칠한 할머니 성깔로 보건대
굳이 동생에게 눌러붙으려 하지는 않을 턴데...
왜 동생은 그렇게 할머니를 미워할까.

어릴 적 상처가 원인이 된 듯 보이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동생에게는 할머니의 존재 그 자체가 부담인 듯 싶었다.

TV에서도 할머니의 그나마 화려했던 과거를 끄집어 내고
할머니의 이해 불가능한 사고와 과거를 과거 직장동료, 가족 등을 통해 후일담을 양산해 내니
할머니는 이제 늦은 밤 맥도날드에서 쪽잠을 취하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남에게 폐끼치지 않는 한 누구든 내맘대로 살면 된는 게 최저 한계라고 생각했었는데
종류는 좀 다르지만 할머니의 경우를 보니
적극적인 의미의 "폐"를 끼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존재 그 자체로 부담이 됨을 꺠달았다.

늙는 것 그 자체로도 많이 힘겨운데
나의 늙어가는 육신 그 자체가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는 그 사실은 참 쓸쓸하고 고단해 보인다.

이래서 인생은 고해라고 했던가...

2011년 1월 20일 목요일

추위와의 전쟁

유난히 추위를 잘 타기도 하지만 자리가 문간 옆으로 옮긴 이후 사무실에서 털신을 신고 무릎담요를 연인삼아 두르고 있어도 몸의 한기는 좀처럼 이기기 힘들다.

며칠 전 집에 와서 발가락을 유심히 살펴 보니 새끼발가락이 마치 동상이 걸린 듯 부어오르고 근처가 간지러운 게 전형적인 동상증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좀 겁이 나서 회사 근처 가정의학과에 갔다.
이걸 어느 과를 가야 할까 생각해 봤는데 회사 근처에 유일하게 있는 병원이 내과와 가정의학과를 겸하고 있는 곳 뿐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의사는 발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 느낌이 있느냐
- 언제부터 이랬느냐
- 평소 발에 꽉 끼는 신발을 자주 신는 등 생활습관의 문제는 없는지...

등등을 물어보고 가벼운 동상으로 의심되는데 연고를 수시로 발라주고 발맛사지를 잘해주면 점차 증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처방해주고 발이 너무 아프면 먹으라고 진통제도 몇 알 처방해 주었다.

그러면서 직업이 무어냐고 물어본다.
회사원이라고 했더니

- 사무실에서 일하시나요?
- 네
- 외근은 없나요?
- 작년엔 좀 있었는데 올해부턴 전혀 없네요
- 사무실에서 난방을 전혀 하지 않나요?
- 하긴 하는데 좀 시원찮게 해서요
- ...
(잠시 당황한 표정이 이어졌다)

아마 장사를 하거나 판매원 등 외부활동이 많은 경우로 알았나 보다.

사무실 내에서 하루 종일 일하면서 동상이 걸린 희귀 케이스로 학계에 보고될 지도 모르겠다.

2011년 1월 18일 화요일

여성과 미술(Woman and Art)

주디 시카고, 에드워드 루시-스미스 저
열 가지 코드로 보는 미술 속 여성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화집이라고 할 수도 있고 교양서라고 할 수도 있는데,
여성 화가, 조각가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상적인 구절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둔다.

- 여신( The Divine) p.30
여신과 토속신앙, 기독교를 결합시킨 개념으로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를 언급하고 있다.
... 여러 가지 면에서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는 예수나 하느님보다 더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성모를 불변의 수호신으로 묘사한 교회의 작은 봉헌도에서 볼 수 있듯, 사고나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멕시코인이 찾는 것은 다름 아닌 성모다.

- 여성 영웅들(The Heroic) p. 37
... 영웅의 삶이라면 과거에는 자기희생적이나 경건한 삶, 독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삶을 얼컬었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종교 작가 한 명인 아빌라의 테레사 성녀에 따르면 성녀의 지위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 여자라는 생각만 해도 날개가 꺽이는 것 같다"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완벽에 이르는 길"에서 그녀는 수도원 생활이 힘들어도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 모성(Maternity)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파트.
p. 52 다산과 불임
... 프리다 칼로 그림의 주된 주제는 멕시코 문화 또는 멕시코인과 그녀 자신의 동일시, 유명한 멕시코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 와의 평탄하지 않았던 결혼생활, 그리고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사실 등이었다. 여러 차례 유산을 경험한 칼로는 여자로서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리베라의 불륜과 연관지었다. 그녀는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여자를 의미할 분 아니라 남편이 겉도는 것을 막아준다고 생각했다...

p. 57 출생의 순간
... 우리는 여성의 누드가 점점 더 자유롭게 유통되고 실제 성교 표현의 법적 금지가 자주 경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교의 논리적인 결과인 출산 장면의 경우 미술관은 전시를 기피하고 관객은 보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 우리가 '원시적'이라고 부르는 사회는 전체적인 성적 순환의 표현에서 언제나 더 솔직하다. 그들 또한 출산 중의, 혹은 막 출산을 마친 여성이 종교적으로 불결하다고 느끼지만 출산의 신성함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여성의 고통을 남성이 대신하는 의식까지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일상속의 여성(Daily life)
... p.71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중세 채색본이나 비요크의 그림을 보면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촌에서 성역할은 필요에 따라 조정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남녀 구분 없이 필요와 상황에 따라 일손이 가능한 이에게 업무가 주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에서 볼 수 있듯, 추수가 끝난 후 이삭을 줍는 등의 고된 일은 전통적으로 여성과 아이의 몫으로 돌아갔다...

p. 물레와 바늘(섬유와 여성일을 설명하는 부분)
여성을 바느질이나 직조와 연결짓는 관습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섬유 기술이나 섬유 산업이 경제 혹은 사회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p. 74 쇼핑 점원으로서의 여성의 삶을 그리는 부분에서
-- 점원은 여성에게 주어진 새로운 형태의 직종을 보여주는 동시에 모호함으로 가득찬 직종이기도 했다. 고객처럼 우아하게 차려입고 있지만 고객보다 항상 하위에 위치할 수 박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고급 상점에서 일하는 것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상류층 여성에게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물론 이러한 일은 당시 사람들에게 정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기는 했다. 일의 성격 때문에 원하지 않은 남성의 접근에도 수용의 태도를 보여야 했기 떄문이다.


- 자초한 결과?
( Asking for it?)

--- p. 96
그림은 철학적인 배경을 갖게 마련인데 피카소의 그림이 얼마나 무자비한가를 보면 니체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니체는 '여자에게 갈 때는 채찍을 잊지 말라'고 한 사람이다...

고객 만족

일을 제대로 하려 하면 고객이 짜증내는 경우가 생기고 불친절직원으로 올라가기 쉽다.
이 진리를 이미 십여년 전에 체득했음에도 왜 가끔 열심히 일해보려는 이싱한 열정에 휩싸여 화를 자초하는 것일까.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마오2

화이트 노이즈, 리브라 라는 독창적인 소설을 쓴 돈 드릴로의 소설.
최근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발매되었다.

어제 교보문고에서 절반쯤 읽다 다리에 쥐가 나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마도 다음 주면 도서관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빌려 자세히 읽어봐야 겠다.
(아마도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때문에 반디앤루니스 같은 대형서점조차 문을 닫는 현실이 발생하는 수도...)

아무튼, 이 책의 전반부는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대규모 통일교 합동결혼식이 올렸던 그 현장을 생생히 담고 있는데, 무척 흥미진진했다.

화자의 딸내미가 고작 오분동안 안면 튼 게 고작인 "김"이라는 성씨의 한국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이 현장에 있고, 문선명 통일교주가 세계평화 등을 담은 연설을 영어로 서투르게 하며 결혼식을 집전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생전 처음 본 남자- 그것도 교주가 점찍어준 사람 - 와 결혼하는 딸내미를 수천명의 여러 사람들과 스타디움에서 지켜봐야 하는 복잡다단한 심정, 얼핏 생각할 떈 이해불가한 이 행사에 스타디움 역사상 최대 인파가 몰린 현상에 잘 모르는 어느 생뚱맞은 키작은 동양인이 구원을 이야기하는 현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지금은 농어촌, 영어강사, 해외여행, 유학 ... 이렇게 동기는 다르지만 국제결혼한 커플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요즘과는 달리 과거 국제결혼사례는 주한 미군 아니면 "통일교"가 매개체인 경우가 꽤 되는 것 같다.

수천명이 집단 맞선도 아닌 집단 매칭에 의해 이루어지는 통일교식 합동결혼식... 물론 교단에선 여러 가지를 조합해서 과학적이고 심지어 예술적인 방식으로 매칭을 하고 신앙의 힘으로 이혼율도 극히 낮다고 선전하지만,
과연 그 떄 스타디움에서 성혼선서를 한 수천명의 커플은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직도 독실한 통일교도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전근 간 동료직원 중, 과거 대학시절 "원리연구회"라는 통일교 관련 서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분 말씀으로는 - 일본 여성 중에서는 통일교에 심취해 문 목사(목사라고 불러야 할지 교주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가 주재하는 합동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빚까지 져가며 직장생활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한다.

재벌 2세랑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통일교도와 결혼하기 위해 그 지극정성을 보이는 일본여성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교리를 떠나 어떤 사람들에겐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종교이긴 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잡지 인터뷰에서 문 목사는 2013년이 자신이 떠나는 해라고 했다고 한다. 이 떠난다는 의미가 자신이 죽을 날이라는 건지, 예수처럼 승천한다는 건지, 그도 아니면 통일교 회장 자리를 삼성 이건희마냥 아들에게 완전히 권력승계한다는 얘기인지 알 바 아니지만
2012년은 북한이 김일성 탄생 백주년을 기념한 강성대국 운운하며 무언가 웅비할 거란 얘길 호시탐탐하고 있고 마야인들이 예언했다는 지구멸망 어쩌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2013년는 나름 예지력있다는 종교인이 뭔가 일이 벌어진다는 식으로 운을 떼는 걸 보면...

내년과 내후년은 뭔가 세계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듯 보이기도 한다. 과연 그 일은 무얼까.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삼화저축은행





유난히 추웠던 출근길,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보니 "삼화저축은행 6개월 영업정지"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



부실저축은행은 당연히 정리되어야 한다. 이 명제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번 사건에 내 맘이 너무 아픈 건,

자산규모 1조 4천억원이라는 이 대형저축은행을 이용하는 7만여 고객 중 나도 끼어있기 떄문이다.



은행 홈페이지는 당연히 열리지 않았고

강남점 신촌점 어디에도 전화는 받지 않아 급한 김에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를 돌려보니...



오늘 아침 전격적으로 발표한 사안이라 예금 지급일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다만 예전과는 다르게 수도권 소재 규모가 큰 저축은행이라 빨리 빨리 매각시킨다는 게 계획이란다. 다만, 내 예금만기가 삼월이라 하니...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면 가지급금 지급기간에 일부는 찾을 수 있고 일부는 경영정상화라는 멀고 먼 숙제과정에서 찔끔찔끔 찾을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신다...



분명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돈받는 과정 또한 멀고 먼 고난의 행군이 될 듯 하다.



지난 팔월

칠개월에 4.2% 이자를 주는 구조였으니, 꽤 높은 이율이었고

설마 칠개월 사이 이렇게 전광석화같이 은행이 망할 줄은 예기치 못했던 것이다.



작년 말 메리츠증권에서 인수하려 했으나 PF대출이 많아 포기했단 말을 들었을 때에도

서울저축은행이나 푸른2저축은행처럼 어딘가에 인수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경영이 어렵다 한들 만기일인 삼월까진 망하지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보니

이렇게 불안한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찾을 수는 있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축은행에 돈을 넣는 건 참 불안한 일임을 꺠닫는다.



생각해 보니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하나투자신탁으로 바뀐 대한투자신탁에 얼마간을 저축해 둔 것도 대우증권 채권미수금을 받지 못한다는 일에 연루되어 마이너스 이십오만원의 소소(하지만 당시 내겐 컸었던)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고,

그 화려했던 차이나솔로몬펀드도 내가 들자마자 수직하락추세... 아직도 여전히 마이너스...

이런 마이너스의 손이 또 어디 있으랴...

그간 자금 운영의 실패사항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정확히 공고문을 주시해서 제깍제깍 돈찾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되,

다른 중요한 일도 있는 만큼 너무 매달리지는 말자.

아마도 내가 집을 사는 그날은

다음 아고라 논객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아파트 빵원되는 날의 시초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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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오늘 다시 예금보험공사에 전화해 보니 26일부터 한달여간 가지급기간이니 만기가 3월이나 4월이면 좀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단다. 그러면서 상담원은 자신 부인도 자신 모르는 새 이 은행에 삼천만원인가를 예금해서 자신이 화냈다며 하지만 예금자 보호 이내 금액이라 여름이 오기 전 찾을 거라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신촌 삼화저축은행은 문이 깊게 잠겨 있었다.
그렇다면 후문을 통해 은행 볼 일을 본단 말인가.
후문은 또 어디?

날씨 풀리면 점심시간이나 퇴근할 때 빙 돌아오는 전철을 타, 은행 상황이 어떤지 빼꼼히 들여다 봐야 겠다.

2011년 1월 7일 금요일

눈쌓인 철길






지난 12월 31일 이후 눈은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때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자신이 이 계절의 주인임을 과시하고 있다.

산, 철로, 바위에 내린 눈은 들러붙어 잘 녹지 않는다. 그렇다고 얼음이 되어 버리는 것도 아니다.

여러 모로 생각해 볼 때 비보단 눈이 더 강력한 존재인 것 같다.

물은 곧 사라지지만 눈은 형태를 바꾸면서 계속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으니 말이다.


눈이 눌러앉은 철길을 보고 있으니 한 이십년 전 쯤,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개봉했었던 영화
"얼지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가 기억난다.
거리를 지나다가 참 특이한 제목이다 싶어서 포스터를 한참 봤었다.
소련 해체를 배경으로 어린 아이가 엄청 고생고생 생존해 가던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ㅡ
지금은 없어진, 월스트리트어학원으로 변해버린 그 자리를 지나면서 너무 처량한 영화제목이라 흥행에 성공하진 못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예상대로 흥행참패했던 그 영화.

얼지 않고 죽지 않는 것 자체를 부활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얼지 않고 죽지 않았으니 부활이 예정되어 있단 얘기였을까.

구제역 고통

작은 언니가 파주에 있어 구제역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죄없는 동물들이 희생되는지 익히 잘 알고 있는 바,

어제 TV에선 안락사시킬 약도 더 이상 없다며 돼지들을 포크레인으로 몰아 구덩이에 생매장시키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하나 저 돼지들이 인간에게 복수한다 하더라도 우린 할 말 없을 거란 자책감, 저 포크레인을 모는 기사는 어떤 심정일까, 수의사들은 또 어떨까, 공무원들은... 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 인간이나 가축이나 모두들 못할 짓을 두달여간 지속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방역과정에서 숨지거나 다쳤다.
안락사당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소 뒷발에 부상당한 수의사부터 시작해서 기름범벅 절단기에 손가락 두 개를 절단당한 공무원은 대충 손가락을 접합하고 다시 매몰처분에 나섰다고 하고 과로사한 공무원들도 있다. 농민들은 이제 구제역판정이 미처 나지 않는 소들도 안심할 수 없으니 도축장으로 몰려 도축장은 만원이라고 한다.
이 어수선함을 틈타 LA갈비 그램당 천원대를 외치는 분위기파악못하는 대형마트와 그에 호응(?)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서울에 살아 그나마 조용하지만 지방, 특히 경기도나 경북 지방은 방역작업으로 차량이동이 원활하지 못하는 등 축산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림부를 제외한 중앙정부에선 너무 소홀하게 대처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러니 구제역 관련 각종 음모론이 들끓는 게 당연하다. 이참에 연말연시에 고아원이나 양로원 가서 라면박스 아래 사진찍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을 모두 구제역 현장으로 보내 일일봉사라도 시키면 좀 나아질려나...

2011년 1월 3일 월요일

시무식

짧고 간단한 시무식이 끝나고 새로운 윗분이 하시는 말씀
"1등 XX로 만들겠다"는 일성.
매년 평가에서 전국 1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표현이었는데,
순간 중하위권 학생에게 열심히 공부해 꼭 서울대 가라는 말처럼 들려 당황스러웠다.

욕심이 많은 만큼 직원들을 볶을 것도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겠지. 나이든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내가 근무를 많이 하긴 많이 했는지 이름만 봐선 모르는 분이었는데 아침에 보니 십여년 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분이었다. 그땐 목례만 하고 지나갔는데 그간 일취월장하여 이 자리에까지 온 것이다.

업무분장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기나긴 어수선함이 이어질 것 같다.

날씨나 빨리 풀렸으면 좋으련만...

추위에 저항하는 세포가 다 죽어버린 것만 같다.

춥고 배고프고 얼빠진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2011년 1월 1일 토요일

출발




- 종무식
어제 타 기관으로 전출가는 사람들에게 선물다발과 전별금을 주는 것으로 기나긴 종무식을 마쳤다.
지사장은 부산으로 가는데 이 사람도 기분이 이상한가 보다. 올 한 해를 준비하는 한 해로 삼자고 하면서 - 아마도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 했다 - 목소리가 떨렸다. 열세번째 종무식이고 인천 송파 관악 용산 ... 수도권 지역을 꽤나 골고루 다니면서 직장생활하였지만 어젠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끝나는 느낌이라면 좀 오버인가.

회자정리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있다.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예전 그 사람과 해후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언젠가 다들 만날 일이 있을 것이다. 그 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어야 겠지...

하지만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면에서 발전을 기대하긴 힘들어졌다.

최근 누누히 한 생각이지만 그저, 가능한 일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되도록 하자. 왜 책 제목도 있지 않나.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라는...

- 채환 지환
조카 채환이 지환이가 집에 왔다.
몇 가지 걱정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병약했던 채환이가 건강하게 키크고 있단 사실은 기쁘다.
생일을 맞이하여 근처 2001아울렛에서 옷을 사줬고 치즈케이크와 피자를 사주었다.
이 아이들이 잘 컸으면... 또 형부와 큰언니가 좀 더 건강해져서 아이들의 좋은 양육자가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