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우울한 연말연시

몇년째 기쁜 일이라곤 없지만 요 며칠은 우울한 일들이 연달아 생겼다.
당장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내일부터 열심히 전화를 돌려야 한다는.
오호. 통재라..

유튜브를 보니 이제 회사를 그만둔 기자분이 멋진 글을 올렸네.  억울한 점이 많았을 텐데. 대단하다
나도 저런 호연지기를 가졌으면.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사내 성폭력

말많았던 한샘 성폭력 사건 가해자가 오늘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단 기사를 보고 이 사건을 다룬 예전 기사를 찾아봤다.
성폭력에 대한 정의부터 처벌까지 이젠 세상물정이 정말 많이 변했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본인이나 주위 사람이나 상당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합의의 증거라며 카카오톡 대화를 증거로 삼는 건 더 이상 의미없는 것 같다. 안희정 사건 때도 비서가 보낸 친밀한 이모티콘이나 상냥한 내용의 문자 모두 성폭력과는 별개로 판단했던 걸 보면 말이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지금 생각해 보면,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좋아해서 머뭇거리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물리적 나이는 젊은 사람이지만 성에 관한 생각은 옛날 사람이었던 거다.
예전 80년대 영화처럼 완력으로 제압하는 게 아니더라도 술을 먹어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가진 관계나 확실한 Yes 의사가 없이 한 관계는 모두 강압적 성폭력을 인정하는 추세인데 시류를 못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자측에서 한 차례 고소를 취하했을 때 너무 방심했던 것 같다... 이건 회사측도 마찬가지이다. 얼마든지 재고소를 할 수 있는데 일단 끝난 문제로 취급하다 저렇게 되어버렸다.
이 사건은 - 성폭력 주장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다 크게 화를 키운 사건으로 나중에 인사관리 책에 나올 것이다.


2019년 12월 14일 토요일

도서관 시간단축

새해부터 바뀌는 정책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2020년 1월 1일부터 공공도서관 문헌정보실 이용시간이 평일 밤 10시가 아닌 밤 8시로 축소운영된다. 
도서관 연장사업예산이 폐지되면서 밤 8시로 두 시간 축소되는 것이다.

평일 일을 마치고 밤 여덟 시 넘어서 문헌정보실에 가면 늦더라도 책을 빌릴 수 있는 점이 공공도서관의 매력이었는데.. 이제 그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지역적 특성상 밤늦은 시간 도서관에 가끔 노숙자처럼 보이는 인물들이 출몰하곤 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용자가 아주 많진 않았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노숙자야 어디든 있는 것이고 결국 문제는 예산부족 아닐까 한다.

중고생 부모들의 항의가 무서워서인지, 열람실 운영시간은 밤 11시로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
아무튼 내가 누리던 소소한 행복이 사라지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2019년 12월 13일 금요일

박화영

부모에게 버림받고 또래에게 (돈과 집을 대주는)호구로 살아가는 미성년 박화영을 통해 세상의 비정함을 그린 영화.
영화보는 내내 박화영이 불쌍해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박화영같은 캐릭터 학교나 사회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그걸 알기에 세상은 참 무섭단 생각이 든다.

영화에선 박화영의 아버지는 안 나왔지만 미정이 친구 영재에게 꼼짝 못 하는 걸 보면 그녀의 아버지 역시 폭력적이고 비열했을 것 같다.

재밌는 사실 하나. 실제 가출팸 내에서 가장 학대당하는 유형은? 바로 영화 속에서처럼 다름아닌 집주인이란다. 이상하지 않은가. 집주인이 돈도 안 내는 세입자에게 꼼짝 못한다는 게. 그런데 오죽 자존감이 없다면 집 에서 깽판치는 놈들한테 쥐어터지며 살겠냐.  결국 여자, 아니 사람에게 자존감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 영화는 맹렬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2019년 12월 9일 월요일

U2의 진면목

U2 보노도 조세회피처 몰타를 통해 리투아니아 쇼핑몰을 사들인 것이 드러났다...
이게 록그룹 U2의 비교적 최신 뉴스.
보노만 나온 걸 보면 엣지나 다른 멤버는 떳떳할려나?
어쩄든 팀의 핵심전력이 저 모양이니 다른 멤버들도 그다지...
과거 민주투사였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르주아 보헤미안이 되어 제트기를 타고 비싼 꼬냑을 늘상 마시며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와 세계평화를 이야기한다.
역시 강남좌파의 뿌리엔 서양 부르주아
좌파가 있다.
음악도 이젠 올드한 느낌이 너무 난다. 그들 음악의 특징이었던 불확실성과 변칙성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예전 음악을 계속 답습한다.
이젠 그렇게 뻔한 멜로디를 뿜어내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산다. 시쳇말로 그들도 이젠 전형적인 기성세대밴드.
그래도 U2도 한번 왔으니 다음번은 라디오헤드같다. 그들도 한번쯤 올 차례가 되었다..

2019년 12월 7일 토요일

기생충

봉준호가 매번 만들던 그렇고 그런 좌파예찬영화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칸 최고상을 받기에 전혀 부족함없는 훌륭한 영화였다.
같은 칸 입성작이지만 수상에 실패한 버닝과 비교해 보면 그 장점이 더욱 빛난다. 버닝은 뭔가 스타일만 남아있는 빈 껍질같은 영화였다.
옥자처럼 위악적이지도 않고 괴물처럼 의식이 현실을 앞서지도 않는다. 설국열차에서처럼 마지막이 개그스럽지도 않아, 극중 박사장이 줄창 주장하는 "선을 넘지 않을 정도'에서 교묘하게 현실을 비튼다.
이 영화에는 각종 상징과 명대사들이 수두룩하다.
한번 빨대꽂은 박사장 집에 내친 김에 기사로 취업하길 바라며 기사식당에서 '되게 상징적이다'는 말을 내뱉으며 회식하는 장면은 당연히 상징 그 자체였고.
주인집이 여행간 사이 네 명 식구들 모두 널브러져 먹고 마시고 욕하며 웃는 장면은 루이스 부뉴엘감독의 ' 비리디아나'에서 온갖 노숙자가 식탁을 점령한 채 난장판을 만드는 장면을 보는 듯 했다. 예수의 최후의 만찬에서 등장인물들만 좀 맛이 갔다는 설정으로 바꾸면 딱 맞는다.
문광이란 이름의 가정부도 그 외모처럼 이름도 참 특이하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문세광'이었는데, 성이 문씨인 건지 성은 따로있고 이름이 문광인진 모르겠다만(후자같긴 하다), 드문 이름이기도 하고 여자 이름으로는 더더욱 잘 안 쓰는 이름이라 이 이름에 담겨있는게 뭘까 궁금해졌다.
주인집 막내 다송이가 좋아하는 인디언 분장을 한 채 동익을 사정없이 찌르는 기택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학살당한 인디언이 지배계급을 찌르는 건가? 싶다가도 동익 역시 인디언 분장을 했었다는 점에 이르르면, 이 영화에서 설정된 약자가 같은 약자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가 싶기도 했다.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팔자대로 간다

언론과 정치권과 야합해 대통령까지 탄핵시킨 검찰이 자신들이 늘상 하는 행동을 좀 흉내냈다고 경찰을 이잡듯 하는 걸 보니 좀 웃기단 생각이 든다.
자신들만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전매특허를 평소 따까리라 생각한 조직이 따라하니 열받았단 건가.
예상했지만 오늘 다시 박근혜가 수감된 모습을 보니 이렇게 오래 투옥되는 경우도 없겠다 싶다.
반정부활동가나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재한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 오래 투옥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래없다.
지금 살아있는 예전 통치자들 중 가장 오래 투옥중인 자는 페루의 후지모리이다.
근데 이 사람은 10년이나 했었고 감옥에 안 가기 위해 온갖 수작을 다 부린 이력도 화려하다...
박근혜처럼 그냥 가만히 있다 25년형을 언도받고 그냥 묵묵히 수감생활을 하는 건 참 의외다.
왜 이것이 가능했을까?
자신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자한당에서 탄핵을 선도했으니 구명운동을 해 줄 만한 것도 없다...
예전 대표란 사람은 당사자는 감옥에 있는데 굳이 당원명부에서 지우는 억지를 부렸고 현 대표란 사람은 옛 상사가 감옥에서 나와 잠시 병원에 가는 날 삭발하더니 다시 감옥으로 들어갈 떄 즈음 단식을 중지한다.
인복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줄이야...
국제적 네트워크가 구해줄 것도 아니고 한국에선 징역 30년도 시원찮다며 이를 가는 민주팔이 시민들만 한가득. 친정에는 자진해서 탄핵시킨 탄핵핵심세력들이 득시글거린다.
결국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건 정적들의 맘이 변해 자비를 베풀어주길 기대할 수 밖에 없단 말인가.
겨울비내리는 밤. 그녀의 인생도 참 잔인하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