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민영화

회사에서 집으로 가려면 서울역을 필히 거쳐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거의 매일 철도노조원들의 시위를 접하게 된다.

평소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많이 가졌었지만,
철도민영화만큼은, 그러니까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는 꼭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 더 비싸지고 불편해지니까...
민영화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거짓말을 치기엔 국민들은 너무 똑똑해졌다...
이 지경에 이르러셔야 사람들은 사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각종 공공서비스가 세계 최상위권이었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너무 늦었지만..

생각해 보면,
8~9년 전, 철도공사로 이름을 갈아타면서 민영화의 전조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직전 정부에선 4대강 나눠먹기에 바뻐서 철도까진 잇권을 챙길 이유가 없었다면,
이번 정부에선 철도를  첫 타자로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일 뿐.

문제는, 철도는 시작이고 -
가스, 물, 전기...곳곳에 민영화폭탄을 깔아뒀다는 것이다.

의료는 당분간 민영화 대상은 아닐 것이다.
노인네들 표가 얼마나 귀중한지 알기에,
단지, 원격 의료를 상용화해서 의료기기회사들의 떡고물을 챙겨주고 의료접근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을 괴롭히면서 슬슬 상황을 보긴 할 것이다.

요즘 국민들이 물을 많이 쓴다는 식으로 군불을 때는 걸 볼 때,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욕을 왕창 먹고 있는 상하수도 외국에 팔아넘기기는 속도를 낼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이란 곳은 시청료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어서 정부 정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걸 보니 참 한심하다..
케이비에스야말로 클래식FM만 빼곤 전부 민영화시켜도 하등 불만이 없을 텐데.

정말 나답지 않게 나라걱정을 하고 있는 이천십삼년 십이월의 가장 추운 밤.

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권하자 씨의 경우

맥도날드 할머니 고 권하자 씨가 그렇게 마음에 밟혔던 이유는
그녀가 미혼, 그것도 가족에게 버림받고 직장없고 돈마저 없는 미혼 여성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 땅의 많은 독신녀들은 뜨끔했을 것이다.  저것이 혼자 삶으로서 견디는 최대한의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은 이십년을 부어야 연금받는 자격이 된단다.  그래서 무슨 까닭에선지 나이 오십 즈음에 요즘말로 명예퇴직 (아니, 공무원은 그냥 조기퇴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 당한 그녀는 십오년 가량 다닌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았고 그 퇴직금은 금새 바닥났다고 한다.  그래도 외교부에서 나름 파워있다는 유엔과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도 자기 살 길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안타깝긴 하지만... 어쨌든 설상 가상으로

그 즈음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남은 형제들은 제 살길 찾아 미국으로 이민가고
부모님의 차별대우로 아직도 앙금이 가시지 않은 여동생은
칠십 다된 나이에도 할머니가 찾아올까 두려워하니 말 다했고.
그렇게 정신줄 놓고 살다가 끝내 주민등록말소자로 인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쥐꼬리만하지만 그나마 십년 이상 넣으면 된다기에 - 그것도 나중에 바뀔라나? - 나중에 지금 돈가치로 육십만원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면 월세 아닌 전세로 산다면 공과금 내고 최소한 밥(만)먹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삼십년 후까지 전세제도가 있을 것 같진 않고 자가로 살아간다는 것도 너무 멀게 느껴진다.  월세를 감당하려면 월 백만원으로도 혼자 살긴 어려울 것이다.

할머니 행색으로 봐서 어디 사업을 한 것도 아닌데 단지 좋은 데 가서 먹고 쓰고 한 걸로 퇴직금을 다 써버렸다면 얼마나 작은 돈이었길래 그랬을까.

어쩌면 돈이고 직장이고 간에 할머니의 가장 큰 실수는 인간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것.  그것도 가족간의 형제간 관계도 소홀히 했기에 그렇게 힘들게 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
  내 맘에 안 들더라도 겉치레라도 잘해주는 게 가끔은 필요한데 그러하지 못한 게 아쉽고
  부모 사망 후 어떻게라도 이민가는 가족 틈에 섞여서 해외로 나갔더라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이 할머니의 길고도 고단한 삶은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된 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할머니의 그 외로웠던 삶도 의미없다 할 순 없을 것이다.





2013년 8월 7일 수요일

전세제도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것이 변한다.

특히 경제제도에 따른 의도치 않은 사회변화는 내면의 변화보다 훨씬 큰 댓가를 치르게 한다.

전세제도의 종말.
불과 이년 전만 하더라도, 전세가 월세보다 훨씬 많았던 , 어쩌면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취급되던 현상은 -2013년 8월 현재 월세가 정확히 네 배 이상 더 많아졌다.

전세는 찾는 사람은 많지만, 놓겠다는 사람은 없는 이 극심한 불균형,

매월 알뜰살뜰 돈 모아서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기집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는 이제 없어졌다...

처음부터 집에 돈이 많아 집을 사든지, 매달 막대한 비용을 월세로 쩔쩔 매면서 - 물론 전세대출이란 것 때문에 월세 아닌 전세자금으로 은행에 돈을 넣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매달 돈을 내는 월세보다 전세가 더 좋은 건 두말할 나위없다. - 힘들게 살아가는 것.  두 개의 선택지만이 남은 상태다.

이 높고 작은 성에서 이년은 더 살 수 있을 듯 하다.  전세로...
하지만, 이년 후엔 전세제도라는 것이 없어져 있을 것이다.  아무리집주인이 좋다 한들,거대한 흐름을 막을 순 없을 테니.

이 집에 월세로 막대한 돈이 들게 하고 싶진 않다...

결국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이다.

월세든 자가든...

그때쯤, 아직 멀지 않은 2015년 9월에는 아주 먼 곳으로 이사했으면 좋겠다.  가급적 한국 아닌 곳으로.


2013년 5월 26일 일요일

그을린 사랑

소문은 예전부터 들었지만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와 집에서 보면서
참 괜찮은 영화구나 싶었다.
레바논 같은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과의 내전이 발생한 1970년대 어느날 나왈이라는 여성이 겪는 인생유전.
그녀는 첨엔 기독교도로서 이슬람교도와의 사랑으로 생긴 아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그 후 기독교도들이 저지르는 학정을 보면서 기독교반군 수장을 암살한 혐의로 꼬박 12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그 곳에서 짐승같은 간수의 쌍둥이 아이를 출산한 후 출감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아이들은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자신들의 아버지와 오빠(형)을 찾길 바란다는 부탁을 했음을 유언장으로 알아내고
시큰둥하는 아들과는 반대로
열정적인 딸의 주도로
캐나다에서 중동까지 가는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결국 알게 된 진실.
하나 더 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는.

여기서 아침연속극같은 분위기가 살짝 나긴 하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형제이자 아버지인 그에게 편지만 전달하고 화들짝 나가는 남매.

이제 그들은 충분히 의무를 수행했으므로
어머니의 무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연극으로 인기를 얻어 영화화되어서 그런지
생략된 부분이 많단 생각이 들었지만
가슴아픈 역사를 알고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이다.



바야돌리드

마드리드에서 잠시 다녀오자 했지만
버스로 세 시간 가야 하는 길이 잠깐일 순 없었다.
더구나 월요일은 성당 미술관 박물관 모두 쉬는 날 아니던가.

월요일의 바야돌리드는
황량하고
외롭고
내가 왜 지구 끝 여기까지 왔을꼬 생각났던 곳.

역시나 아무도 곁에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서 뭔가를 썼다.


황량한 스페인의 대표주자 바야돌리드.
해안가가 아닌 내륙지방 스페인은
건조하고 쓸쓸하다.


포르투

에스파냐 옆에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르투칼은 보석같은 태양이 사시사철 비치는 아름다운 곳이다.
리스본은 가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약간 못 사는 동네 포르투는 두브로크니크와 베니스의 중간쯤 될까.
관광지만으로만이 아닌 사람 사는 평범한 동네로서의 매력이 더 큰

앞엔 대서양이 펼쳐져 있고
지금 내딛는 곳은 푸른 철길
뒤엔 그림같은 양조장이 있다.

공항 화장실에 갇히는 불상사가 발생했지만
그래서 좀 쪽팔렸지만
좋은 동네
잊혀지지 않을.

2013년 4월 19일 금요일

조용필 처럼

만 64세 치곤 젊디 젊은 노래를 들고 찾아왔다.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복음성가같은, 트롯같은,발라드, 국악, 락, 댄스 댄스. 수많은 분야에서 노래해도
그의 목소리는 빛을 발한다.

장수만세는 아니더라도,
그의 노래가 전성기엔 한창 못 미치더라도
나이들어도 할 수 있단 걸
온몸으로 보여주고 계시다.


2013년 3월 1일 금요일

옛날 사람

특정 부류의 사람 흉을 본다는 게 내키진 않지만
보이스 피싱 범죄를 일으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족 내지 조선족과 관련있는 사람이었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법도 다양하고 일단 당하고 나서 아차 싶어도 도와줄 사람이나 기관 
또한 없다...

금융거래는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좀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늘어나는 범죄가 새로움으로의 편입을 방해하는 것만 같다.

새해를 두 달 보낸 느낌은 지키는 것만으로도 훌륭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