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시월

사사분기. 벌써 이렇게 세상이 흘러왔네.

구월엔 그 오랜 생각이었던 이사를 하고 나니 너무 길게 왔던 듯.

팔월은 여행 때문에 바빴고

칠월은,,, 마지막으로 그 시험을 봤었지.

유월은... 제주도를 또 갔었구나.

오월엔 홍콩과 마카오를 갔었고

사월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삼월엔 아주 잠깐 기뻤던 순간.

이월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몰랐던 기회를 놓쳐버렸고.

일월엔 설익은 기대감에 충만했었다.

이제 남은 삼 개월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바지를 널기 위해 옥상을 갔더니 발이 시릴 정도로 추웠다.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괜찮아. 나의 친구 전기장판이 있으니...

관리비 부담에 보일러를 펑펑 틀 순 없겠지만

전기장판이 많은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10월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 작은 방 안에서 좀 넓어졌으면...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김신용

이 사람은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 이십여년 간, 등단한 이후에도 상당기간 다양한 종류의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에서 "젠 체 하는"느낌이 없다. 아주 간결하고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아래의 시 환상통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환상통
- 김신용 -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려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밖

몸에 붙어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버린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밤 산책

일요일 이사하고 어제까지 아빠와 작은언니가 있어 좀 정신이 없었다.
오늘이 분명한 나만의 하루...
퇴근 후 남산도서관에 갔다가 해야 할 공부는 안 하고
김신용의 시를 읽고 나도 이제 이사도 했고 작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곃으니 시를 쓸 수있지 않을까
상상만 거듭하고
여덟 시 . 책읽는 열람실이 문을 닫자
소월길을 따라 하얏트 호텔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인데도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잠깐씩이라도 운동을 해야 이 군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좀 일찍 일어나 엄마가 해다 준 밥을 먹고 운동을 가자.
엄마도 이제 밥은 그만 가져다주셨으면 좋으련만...
밥통을 산 의미가 없어진다.
성능테스트를 어서 해 봐야 할 텐데.


하늘을 이고 있는 저 무수한 세월을 이겨낸 나무들처럼

나 역시 이곳에서 뿌리내리길 바란다.



2011년 9월 17일 토요일

두려움과 떨림

작년같은 일이 벌어질까 겁이 난다.
이삿짐을 이고 지고 왔는데 -
화장실은 고쳐지지 않은 상태. 집주인은 오지도 않고
부동산 여자 혼자 거드름을 피우고 그게 무슨 대수냐고 오히려 되묻는 상황...

먼 길을 왔기 때문에 되돌아가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문득 문득 걱정된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으므로...

지나간 기회에 대한 회한이 문득 문득 떠오른다.
내가 원체 미련많은 우둔한 인간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난 몇 해 간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하나 하나 조심스럽지만 마지막에 흐물어지는 경우를 워낙 많이 봐서이기도 하다.


지난 주 추석이 끝날 무렵 엄마가 작은언니와 함께 개봉역 근처 다이소 매장에서 오만원 상당의 그릇을 사 왔다.
대충 챙겼는데... 그릇을 오만원 어치나 산 걸 보니...
아무래도 그 작은 집 싱크대 수납공간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
엄마는 내가 혼자 사는 걸 시집가는 걸로 착각하시나 보다.

어제와 오늘 부모님이 친척 장례식에 간 이후 도대체 어떤 그릇을 샀을까 궁금해서 아직 뜯지도 않은 엄마의 장바구니를 열어보니...
그릇이 그다지 많지도 않았다.
천원 멀티숍에서 샀어도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그렇게 느꼈나 보다.

3.5kg미니 세탁기 십일만원
침대 십일만원
냉장고 이십구만원

도합 사십만원.
내가 산 이것저것 물품 - 대부분 쓸데없는 것으로 판명된 - 고무장갑, 세제, 세면도구, 기타 등등 - 오만원 상당
엄마가 사 준 많은 그릇들- 오만원

부동산 수수료 삼십육만원...
여기에다 책상과 의자를 추가한다면...
가뿐히 백만원을 넘길 기세.

엄마 아빠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떠나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짐을 지우고 있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그래도 최대한 민폐끼치지 않고 살리라 다짐해 본다.

제발 화장실은 고쳐주길. 주거부정인 전 세입자가 그 쓸데없는 고지서더미를 하루
발리 정리하길...

새 집에선 운동을 좀 해 보고
근처 도서관이 두 개나 있으니 잡지책만 들여다 보지 말구 공부라는 걸 좀 해 봤으면...


2011년 9월 13일 화요일

퍼스 - 호주의 얼굴

오년 전 시드니와 브리즈번 멜버른을 갔었다. 그 때도 여행차, 이번에도 역시 저스트 트래블링... 내 짧은 소견으로 호주는... 정착하기엔 좋은 곳이지만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크게 없는 듯. 엄청나게 비싼 물가...하며... 아웃백 탐험을 할 게 아니라면... 특별히 외롭고 싶다면 - 호주에 오세요. 허나... 주머니가 가벼운데 긴 여행을 원한다면 호주로 오지 마세요. ----------------------------------------------------------------------------------- 앞으로나 홀로 호주를 여행할 일은 거의 없을 듯 하지만.. 물가가 비싸고 일자리는 많은, 살긴 편한 이 나라는 많은 젊은이들을 부르고 있다. 서쪽 끝에 인도양에 접한 이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동양 청년들을 봤던가...

발리 - 태양, 원숭이숲, 그림

제주도의 세 배라는 발리의 중심부는 거대한 밀림과도 같지만 - 이동하기 쉽지 않아 주로 관광객들은 해변으로만 몰린다. 해변 중에서도 누사누아라는 곳은 고급호텔들이 많이 몰린 곳이고 멘장안이란 곳은 이동하기가 좀 불편하다. 짧은 여행인만큼 나 역시 많이 가는 곳만 갔다. 좀 아쉽긴 하지만... 잘 쉬고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쿠타 -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공간 - 그러나 바다 색깔이 좋지 않음. 서퍼들이 많다.
사누르 - 발리의 행정기관이 많이 모인 곳. 한적하고 꾸따보단 분위기 좋음
우붓 - 세 곳 중 가장 나앗던 곳. 원숭이 숲이란 곳은 안 가니만 못했지만... 곳곳을 장식했던 화상들은 인상깊었다. 예술의 도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잘 먹고 잘 자다 온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후유증이란 게 남아서 이후 성급한 결정을 낳는 결정타가 되어 버렸다... 어쩌겠는가. 우연으로 이루어진 게 인생이라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도 내 몫이다.

다시... 이사 준비

작년에 이사하려 했으나, 다세대주택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 아직 준비되지 못한 마음의 문제... 로 접은 후 계속 후회스런 나날이었다. 거의 일년이 지난 후... 다시 이사계획을 잡고... 이번에는 부모님도 그러라고 하고 나 자신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 구월 이십오일을 다시 이사갈 날로 잡았다. 바닥이 좋은 집. 오피스텔. 그런데 겉보기 좋은 바닥에만 집중하여 본 바 천장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천장이 아주 말이 아니었다. 화장실 환풍기도 없고. 이건 어찌어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실 변기 레버와 뚜껑 이상. 그건 다행히 발견하여 고치기로 했지만... 전세가 잘 없다는 걸 기회로 삼아 세입자에게 횡포를 일삼는 저 나쁜 부동산중개사와 집주인. 모든 게 순조롭게 지나갔으면. 그리고 부족하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뭔가 새로움을 맛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