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8일 토요일

한나와 그 자매들

새해가 밝아도 사람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는다.
나이들수록 악습을 없애기가 나쁜 습관 하나 더 추가하기 보다 얼마나 더 어려운지 절감한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 격언에 잘 맞는 영화 한 편.  한나와 그 자매들.
이건 지난 주 우연히 회사 근처 헌책방에서 구입했다.
혹시 고장난 DVD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영화의 시작은 가족 파티로 시작한다.

가족관계가 참 특이하지만, 세 자매의 애정대소사가 따뜻하게 그려진다

미아 패로가 한나 역인 첫째를 맡았고 우디 앨런이 건강염려증환자인 그녀의 전 남편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한나의 현재 남편과 불륜관계인 셋쨰- 리 -가 여러모로 골때리고 황당하게 보이는데, 영화 막판에는 둘째가 전혀 의외의 대사를 하며 영화는 끝맺는다.
여차저차하여 언니의 전남편과 연결된 후, 파티 뒷편에서 "임신했어요"란 말 한 마디.
우디 앨런이 무정자증으로 이혼한 걸로 나와 이 뜻밖의 결말은 황당하고도 기억에 남는 결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중간중간 파티 장면에서 일련의 동양 어린이들이 나온다.

이들이 미아 패로가 입양한 아이들로 보이는데, 그 중에 머리를 예쁘게 기른 순이도 보인다.

아예 대놓고 로리타적 뉘앙스를 풍기는 맨하튼을 비롯하여...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고 있자니 그의 아동성애증이 뜻밖에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취향임을 느낀다.
그 유명한 재판에서 - 
우디 앨런은 일관되게 자신과 순이는 법적인 혼인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강변했고
미아 패로는 순이를 배은망덕한 딸내미로 묘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배심원들은 "뭐야 사랑으로 키웠다면서 딸내미를 정신박약아 취급하네 " 이런 생각이 우디 앨런이 아동 성애자라는 생각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의 아동성애증만을 물고 늘어졌으면
지금 결론은 전혀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보건대, 재판에서 핵심되는 사항만 물고 늘어지기,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말하기. 이 두 가지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하던가... 

어쨌든 우디 앨런은 이런 추문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꼭 빼닮은 백인한 명 동양인 한 명을 자신들의 아바타처럼 키우며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아동성애자가 법적으로 응징된다고 하지만, 유명감독은 그 정도는 피해갈 수 있었던 듯.
아무튼, 몇 번 봐도 좋은 영화이다.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는 현실에선 지저분한 법정 다툼까지 벌여 가며 이별 아닌 이별을 했지만,
미아 패로를 주연으로 만든 영화 모두가 그의 수작이다.
서로 상처를 받으면서도 주는 관계.  그들의 관계는 어쩜 작업면에서는 천생연분일지도 모른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답답하고 히스테릭한 여자,  그 여자에 못지 않게 초조하고 이기적이고 불안한 남자.
둘은 사랑으론 엮어질 수 없어도 동지애로선 똘똘 뭉칠 수 있을 것이다.

미아 패로와 함께 만들었던 일련의 영화들에 비하면 최근 나왔던 그의 영화 -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 - 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너무 빤한 영화... 그에 비하면 블루 재스민은 좀 나았지만.
남남이 되어 버렸지만, 늙은 미아 패로와 총기잃은 우디 앨런이 지금 다시, 노년의 위기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
아주 괜찮은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세 자매를 다룬 영화는 슬프다.  
세 자매를 다룬 소설은 슬픈 데다가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세 자매가 나오는 드라마에선 꼭 한 명이 일찍 죽는다.  대부분 막내딸이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