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8일 일요일

밀정 - 좀 지겨운 독립운동 이야기

몇 년 전부터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나온다.
CJ에서 정부에 잘 보이려 만들었다는 얘기가 팽배했던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변호인, 암살, 동주, 밀정까지...
동주는 소규모지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밀정은 어쨰 때깔만 좋지 영 암살의 복사판 같다.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중 으뜸은 이안 감독의 색 계 이다.
모호함, 성공하지 못한 스파이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피아니스트(미하일 하네케)

길었던 추석의 마지막 날.  영상자료원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좀 많이 이상한 여자와 그 여자의 더 이상한 모친, 이상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남자가 나오는 영화.
비디오로 몇 번 봤어도 영화의 독특함은 항상 살아난다.
큰 화면으로 보니 여자의 허탈함과 외로움.  남자의 분노에 찬 공격이 더 실감났다.
영화 전반에 슈베르트의 소나타와 가곡이 흐르는 걸 보니, 몇년 전, 김희애와 유아인이 나왔던 TV시리즈가 이 영화를 약간 본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유아인은 계속 지고지순하게 나온다는 것.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발터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폭파시킨다는 것.  아무래도 후자가 더 현실적이다.
끊임없이 환상을 주입하면서도 자신 앞에 사랑이 다가올 떄 가학적인 태도를 취하는 에리카가 점점 더 이해가 간다.
나도 저 여자처럼 미쳐가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나에겐 발터같은 남자가 쫓아올 가능성이 없기에, 우리 엄마는 나보다는 훨씬 더 괜찮은 어른이기에, 부모와 따로 살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영화 마지막,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에리카가 잔인하면서도 속시원했다.
그녀 인생 최초로 자기 의지대로 한 일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