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권하자 씨의 경우

맥도날드 할머니 고 권하자 씨가 그렇게 마음에 밟혔던 이유는
그녀가 미혼, 그것도 가족에게 버림받고 직장없고 돈마저 없는 미혼 여성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 땅의 많은 독신녀들은 뜨끔했을 것이다.  저것이 혼자 삶으로서 견디는 최대한의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은 이십년을 부어야 연금받는 자격이 된단다.  그래서 무슨 까닭에선지 나이 오십 즈음에 요즘말로 명예퇴직 (아니, 공무원은 그냥 조기퇴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 당한 그녀는 십오년 가량 다닌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았고 그 퇴직금은 금새 바닥났다고 한다.  그래도 외교부에서 나름 파워있다는 유엔과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도 자기 살 길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안타깝긴 하지만... 어쨌든 설상 가상으로

그 즈음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남은 형제들은 제 살길 찾아 미국으로 이민가고
부모님의 차별대우로 아직도 앙금이 가시지 않은 여동생은
칠십 다된 나이에도 할머니가 찾아올까 두려워하니 말 다했고.
그렇게 정신줄 놓고 살다가 끝내 주민등록말소자로 인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쥐꼬리만하지만 그나마 십년 이상 넣으면 된다기에 - 그것도 나중에 바뀔라나? - 나중에 지금 돈가치로 육십만원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면 월세 아닌 전세로 산다면 공과금 내고 최소한 밥(만)먹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삼십년 후까지 전세제도가 있을 것 같진 않고 자가로 살아간다는 것도 너무 멀게 느껴진다.  월세를 감당하려면 월 백만원으로도 혼자 살긴 어려울 것이다.

할머니 행색으로 봐서 어디 사업을 한 것도 아닌데 단지 좋은 데 가서 먹고 쓰고 한 걸로 퇴직금을 다 써버렸다면 얼마나 작은 돈이었길래 그랬을까.

어쩌면 돈이고 직장이고 간에 할머니의 가장 큰 실수는 인간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것.  그것도 가족간의 형제간 관계도 소홀히 했기에 그렇게 힘들게 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
  내 맘에 안 들더라도 겉치레라도 잘해주는 게 가끔은 필요한데 그러하지 못한 게 아쉽고
  부모 사망 후 어떻게라도 이민가는 가족 틈에 섞여서 해외로 나갔더라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이 할머니의 길고도 고단한 삶은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된 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할머니의 그 외로웠던 삶도 의미없다 할 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