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예전과는 다르다

작은언니의 병환은 생각보다 큰 병이 아니었다.  천만다행이다...
엄마는 예전처럼 청소를 하러 가시고 아빠는 예전처럼 산에 다니면서 소일하신다.
그리고 난 여전히 회사를 다닌다.

요즘 든 생각은,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에서 있었던 시간 그대로의 한국을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한 마디로 한국은 계속 변하지 않은 채 있는 모양새라고 할까..
지난 며칠간 우연히 해외에서 아이를 낳고 생활하시는 여자분의 블로그를 봤는데,
한국 직장생활에 대해 회식과 룸싸롱 문화가 문제라고 씌여져 있었다.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동감을 표시했는데...
내 생각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몇년 째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로 그렇게 자주 회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차를 끝낸 후 2차는 마음맞는 사람끼리(여기에 강요가 있을 순 있다) 갹출해서 2차를 가는데, 본인 개인돈이 들어야 하므로 2차는 많이 간단하게들 한다.
그리고 룸싸롱...
회사원, 일반적인 평직원이 룸싸롱을 가는 경우는 예전부터 거의 없었다.  노래방도 아니고 룸싸롱은 단가가 세기 떄문이다...
그리고 요즘은, 성매매 특별법 + 몸보신 문화로 더욱 그런(룸싸롱가는) 사람이 드물다.
괜히 자칫 잘못해서 신세망칠 순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므로,

아무튼, 사람들이 갑자기 원치 않게(?) 건전한 회식문화, 직장문화를 영위하게 된 건, 계속되는 불경기와 강력한 성매매단속,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혼자서도 많은 걸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문화가 한몫한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제 한국의 밤문화도 예전과는 틀리다...
영업시간은 밤 10시, 12시 그대로지만,
그 시간까지 즐기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으며,
여럿이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문화는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아마 오랫만에 한국에 온 교포들은 여전히 한국의 직장문화가 빡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
다른 나라에서 20여년에 걸쳐 달라진 문화는 한국에서 5년 이내 바뀔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요즘 든 쓸데없는 생각이다...


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위로의 기술 2

언니가 걱정되어 전화를 몇 번 했는데 그게 다시 역효과다.
너한테 일일보고할 정신없다고 소리지르는데 이해가 가다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여하간 그러하다.
나중에 수술받게 되면 최대한 편의를 봐줘야지... 그게 그나마 마음이 편한 길이다.

그리고 당사자가 최대한 편할 수 있도록.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위로의 기술

작은언니가 갑작스레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악성종양 가로 세로 0.8센티미터가 발견되었고, 가급적 빨리 치료스케쥴을 잡아야 한단다.
아직 수술과 방사선치료만 할지, 수술과 항암요법을 같이 쓸지까지는 결정되지 않았단다.  아직 몇 기라고는 말을 안 했단다.  그건 뚜껑을 열어봐야(?) 즉, 구체적 치료스케쥴을 따라가야 안다면서... 단지 초기암이긴 한데 몇 기냐라는 것보단 종양의 모양과 전이여부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면서.

언니가 울면서 전화했고, 정말 슬프고 암담했다.  그러나... 나의 냉담한 말투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어 언니의 마음은 편안해지질 못했다.

다음 주, 수요일 조직검사에는 큰언니가 함께 가기로 했다.
수술을 한다면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내서 내가 가기로 했고,
언니의 휴직은 아마도 길어질 것이다... 길어야 겠지. 사람 몸이 중요하지 일이 중요할까.

이렇게 우리 세 자매는 한 명은 치료받고 두 명은 최대한 간병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모았지만, 당사자의 불안함은 아마 계속될 것이다.

언니의 건강을 바라며,
또ㅡ 나의 마음이 진정성있게 발현되길 바라며...
행복한 가을은 물건너갔구려.

2015년 6월 9일 화요일

권테, 피곤, 열망

하루종일 시달림을 당하는 게 여간해선 적응되지 않는다.
아마 이십 년이 흘러도 그대로일지도 몰라.



2015년 5월 24일 일요일

생일 기분.

생일을 맞아 단조롭지만 가끔은 외로운 마흔 살을 맞고 있을 딸내미를 생각해서 엄마 아빠 언니가 집으로 왔다.
준비한 건 아무것도 없기에 용산고 건너편 원조감자탕에서 감자탕 대자 하나와 볶음밥 이인분을 배터지게 먹은 것으로 생일턱을 냈다.
총 이만구천원이니.. 참 알뜰하고 배부른 점심이었다.
언니가 사 온 작은 케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남산에 올라갔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아시아 각지에서 온 많은 관광객으로 버스에 치일까 조심해야 할 정도였다
한 시간 반에 걸쳐 산에 올라가서 - 아이스크림을 먹고 사람구경을 하다 - 집으로 돌아와 굿바이했다.

내일이 지나면 다시 휴일이 오기 어렵다.
추석이나 되어야 평일에 쉴 수 있을 것이다.
그 땐 어딜 가긴 가야지.

2015년 4월 11일 토요일

혼자 있기 좋은 곳 : 한국 영상 자료원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9번출구에서 십분 정도 걸어가다보면 YTN을 필두로 JTBC, MBC, KBS 이런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엄청난 바람을 뿜어내고 있다.  그 사이 작은 건물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있다.
 이 자료원에서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한국고전영화와 최근 개봉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화면도 크고 최신 영화도 비교적 많이 상영하기에 - 오늘 상영했던 영화는 "내일을 위한 시간"이었다 - 한 주에 한 번, 시간이 나면 여기에 앉아 영화를 보곤 한다.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참 좋겠구나 싶다.  우리집도 도서관은 두 개나 있으니 불평할 처지는 아니지만.. 평지에 저런 시설들이 주변에 있다면 지금보단 삶의 질이 향상될 듯.

세월호=베슬란 학교 인질극

반납일이 다 된 책을 빠른 속도로 읽기 시작했다.
책 제목은 리모노프
실제 작가이자 정치가였다는 리모노프의 인생을 픽션화시킨 작품이다.
책 전반부에 리모노프가 안나 폴리코프스카야 라는 이름의 기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기 이전에 벌어진 사건들을 반추하는데... 베슬란 학교인질극을 생각한다.

2004년 10월.  체첸 테러리스트들이 남오세티야 한 학교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인 사건.
이 사건은 국제사건에 무심한 우리나라 TV에도 주요뉴스로 보도되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때, 내 기억으론 며칠동안 테러범들과 대치상태를 지속하다 갑자기 특수부대원들이 진압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살아돌아온 이들보다 사망한 아이들이 더 많았던 최악의 참사였다.

속옷바람으로 뛰어가는 소녀들과 총포가 선연한 학교 건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세월호 희생자들처럼, 남오세티야 학교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 또한 충분치 못했던 것 같다.

;.. 민간인 희생자는 대략 150명 선으로 추청되는데, 달리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신들을, 자신들의 슬픔을 조금만 더 성의 있게 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유가족들은 테러리스트들과 공범 취급을 받았다.  사건 이후 유가족들이 매년 개최하는 추모 행사를 경찰에서는 차마 원천적으로 금지는 못하고 불온 집회처럼 감시만 하고 있다.  추모식은 사실상 불온 집회가 되었다..."

이건 희생자들과 국민여론을 분리시키려 애써 온 어느 나라와 비슷한 행태이다.
나라와 사건 양상은 달라도, 국가적 슬픔 앞에 그 슬픔이 더 무거워지고 숙연해지는 걸 두려워하는 정부는 세계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마음 속 두려움을 국민들을 대상으로 펼쳐 보이느냐, 어렵더라도 다 받아들이고 겪어내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희생자들이 분노를 표출하도록 장을 열어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들에게 순수하지 못하다는 말을 하기엔 일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베슬란 인질극 희생자 가족들의 현재 모습에서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들의 불안한 미래가 읽혀진다.  이렇게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과연...내년 2주기 때 희생자 가족들의 원한이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을까.

2015년 3월 20일 금요일

봄이 되면 슬퍼진다

십팔년 전 봄, 엄마가 희명병원에 사고로 누워있었고 388버스를 타고 병원에 이틀 걸러 가곤 했다.  어느 날 창밖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대로변에 아무렇게나 피어있었는데 장기 입원 환자의 고충 - 통증, 무료함, 그리고 .. 다가왔던 비만... - 을 매일 바라보는 게 가슴아파서인지 저 개나리도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팔년이 지난 오늘,  회사 직원에게 허튼 소리를 듣고 또 그걸 참으려 하니 종류는 다르지만 봄은 원래 이렇게 서글픈 계절인가 싶다.
투실투실한 육체도 봄을 견디지 못해 건선과 알레르기 비염이 왔다 간다.  
장기재직하고 있지만 승진과는 점점 멀어져갔던 지난 세월에 직원들의 질시가 겹치면 하루종일 심란하다.
그 어색함을 감싸기 위해 섣부른 말을 하려 들지 말자.
추함을 감추려 하는 말은 허튼 소리 뿐이므로.

2015년 1월 5일 월요일

겉으론 다 똑같은 세상 사람들.

여행 다니다 보면, 적어도 겉으로 사는 삶은 유럽, 중동, 아시아, 아메리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들 스마트폰으로 물건구입과 길찾기, 자기 홍보를 톡톡히 해 내고 저녁 시간에는  쇼핑몰에서의 영화관람, 친구 만나기, 방황 등으로 시간을 소진하는 듯 보인다.

물론, 도시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곳에서의 이야기이다.

다들 간신히 살지만 H&M 이나 유니클로 등 패스트 패션으로 나름 멋을 내고 싸구려 생활용품샵에서 힌트를 얻어 인테리어를 하기에 겉으로 봐서 꾀죄죄하고 볼품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겉만 봐선 가난한 사람을 찾기 힘든 세상.
하지만, 원하는 걸 제 때 못 얻고 보호받을 수 없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간다.

새해가 밝다

2000년 이후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허무하고 대책없이, 영양가없이 흘러간다.
올해로 학교에 다닌 시간보다 직장에 다닌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되었다.

현상유지에만 급급했던 나의 십육년.
다른 걸 시도해 본 적은 딱 두 번.
한 번은 소극적으로,
한 번은 적극적으로.
결과는 모두 실패.

실패할 만한 일을 했으니 준비부족으로 예정된 패배의 시간을 견뎌냈다.

2015년의 실천할 만한 계획으로는 -

소설 써서 응모하기.
블로그에 전보단 자주 들어와 보기.
(관중없는 경기도 선수는 더 잘할 수 있다)
과자와 라면을 줄이고 신선식품 위주의 식생활을 이행하자.
결혼, 연애, 인간관계 이런 대인관계에
초연해지자
(초연해지지 않으면 어쩔 건가)

이 정도면 크게 부담갖지 않을 목표이다.
지금 당장의 기대로는,
더 이상 얼굴 버짐이 피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