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8일 화요일

커피 한 잔




내년 일월 일일자로 무려 천여명이 넘는 직원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칠백명 넘는 직원은 외부로의 전출, 삼백명 남짓한 직원은 내부 인사이동.
자의반 타의반 어쩌다 보니 용산을 떠나지는 않게 되었다.
일단 다행...하지만 사무실 내 자리이동이 어떻게 될지는 결판이 나지 않은 상황.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그저 손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낯익은 그러나 약간 답답한 기다림의 시간이 일주일간 지속될 것이다.

어제 점심시간엔 서울 남부 쪽으로 떠나는 과장님과 커피 한 잔 하면서
팔십년 이란 평균인생 중, 최대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이십년을 넘으면 다행이란 얘길 했다.

처음 인생 이십오년은 학교를 다니고 나중 인생 2/3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치면,
정년까지 쉼없이 돈을 번다 해도 일한 기간보다 은퇴후의 삶의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게 어쩔 수 없는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인 듯 하다.

이 과장님도 사년 있으면 정년. 그나마 이분은 임대수익원이 확실하여 돈걱정은 하지 않는다지만
이렇게 준비 잘하는 직장인도 참 드문 편이니 노후대비는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가는 사람은 건강히 잘 가고
오는 사람과 잘지내길 기원하면서...
그렇게 해는 저물고 있다.

2010년 12월 26일 일요일

제주-산방산과 송악산





산방산과 송악산 부근을 걸으며 그 언저리에서 찍은 사진들.
언제어디든 해와 바다와 산이 있으면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풍광이 된다.

제주-북쪽 바다





라마다 호텔에서 용두암을 잇는 제주도 북쪽 바다의 모습은, 그리 깨끗하거나 아름답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끝없다 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쓸쓸하고 스산한 겨울바다의 모습 그대로이다.

제주 시내 모습







제주도를 생각하면 앞으로 "조금 다른 나무들"과 "5.16버스"생각이 가장 먼저 날 것 같다.
서울의 가로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제주도의 나무들. 그리고 전철이 없기에 모든 교통수단의 핵심인 버스. 그 중에서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관통하면서 한라산 구비구비 주변을 도는 일명 5.16도로 버스.
5.16 쿠데타와 관련있는 버스노선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 밖에도 제주시의 모든 버스노선에는 도로이름이 붙어 "1100도로 버스:, "1116도로 버스"이런 이름으로 도로이름이 곧 버스이름이 된다.

예전에는 대중교통으로 여러 곳을 다니기 힘들었는데 올레길 열풍 등의 영향으로 굳이 렌트하지 않아도 도보와 버스만으로도 제주 대부분을 무리없이 오갈 수 있다.

제주시 서쪽 - 일명 "신제주"





여행을 다녀온지는 오일 넘었는데 오늘에서야 휴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화요일 오후에 출근해서 - 일은 많지 않았지만 - 인사이동에 그에 따른 여러 부속조치들... 이런 현실적 문제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기에 오늘 잠을 푹 자고 열시에 일어난 후에서야 피곤이 확 풀렸다.

16일 오후 도착해서 어리버리 숙소를 정한 후 처음 가 본 곳은 한시간여 걸어서 갔던 한라수목원이었다.

지난 오산 물향기 수목원의 느낌이 좋아서 처음 목적지를 수목원으로 했었다.

그날 제주도엔 눈이 엄청 내렸고 올해 실질적 첫눈은 제주에서 맞이한 셈이 되었다.

겨울여행의 단점! 해가 빨리 져서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세 시간 작은 오름을 올라갔다 내려오니 벌써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돌아갈 출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때 어느 아주머니가 "어딜 찾느냐"라고 묻기에 숙소를 정한 신제주 방향으로 간다고 하자 자신도 마침 버스 정류장까지 간다며 짧은 동행을 했다.

이 아주머니의 첫말은 "육지에서 오셨나요?"였었는데... 서울이나 부산도 아닌 육지... 육지와 섬을 가르는 게 섬사람들의 특징인 듯 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았으니.

아무튼, 강렬한 눈보라를 맞으며 제주도에서의 첫날은 평안하게 지나갔다.

2010년 12월 25일 토요일

제주 서남쪽 - 화순해수욕장부터 모슬포항까지






산과 오름, 바다가 어우러진 길.
두 개의 산 - 송악산, 산방산
송악산을 지나면서 여러 오름이 있고
내내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이다.

중간중간 하멜이란 네덜란드인이 우리나라에 온 걸 기념하는 하멜기념관, 무수한 바위가 이뤄내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용머리해안, 신세계푸드에서 운영하는 꽤 큰 농경지, 태평양의 징검다리, 형제의 다리, 마라도가는 배타는 곳... 등을 볼 수 있다.

제주-햇살좋은 12월





12월 19일. 이 날은 월평마을부터 중문해수욕장까지 올레길 8코스라고 불리우는 중문 관광단지의 일부분을 돌아다녔다.

처음 제주도에 왔던 날은 날씨가 궂었는데 서서히 맑아지더니
여행 사일째인 이 날은 아주 날씨가 좋았다.
전날 좀 무리해서 걸었기에 이 날은 좀 자중하면서 유유자적 걸어다녔다.

주상절리대라는 가까스로 깍은 듯한 아찔한 절벽도 나오고 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리는 곳이기에 잘 꾸며 놓은 동네이다. 이 동네는.

제주도-천제연 폭포





제주도는 북쪽의 제주시, 남쪽의 서귀포시 이렇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주시 쪽엔 온갖 공공기관이 몰려 있고
남쪽에는 비교적 많이 알려진 관광지들이 산재해 있다.

이곳의 유명한 폭포는 "천지연 폭포"라는 게 있는데 시간상 밤에 가서 보게 되어 폭포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적었으며, 대신 "천제연 폭포"라는 또 하나의 유명한 폭포는 낮에 볼 수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천제연 폭포, 2단 폭포, 3단폭포로 나뉘어져 볼 수 있게 해 놨는데,
2단 폭포가 가장 아름다웠다.

2010년 12월 20일 월요일

한라산




회사에서 남은 휴가를 소진하라고 공문이 날라오고
마감도 끝나고 하여
마감일 이후 오늘 오전까지 제주도 여행을 왔다.
이제 열 시 십 분 제주도 발 김포공항행 비행기를 타면 이 섬과도 작별이네.
해외도 아니고 가끔 폭탄세일로 만원 항공권도 구할 수 있으니
저가항공이 생긴 후 제주도행은 가까워진 듯 하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어제 한라산 등반!

관음사 방향으로 올라가서 성판악 방향으로 내려오는데 -

겨울산행에 대한 아무 지식 없이 가서 - 겨울산행에는 아이젠이 필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미끄러우니까...고생꺠나 했다.

그래서 조심조심 걷다가 쉬다가... 결국 내려오기 조금 위태위태한 시간인 1시 좀 넘어서 정상에 찜! 했다. 기념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내 바보 카메라는 해발 1900미터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먹통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다시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어느 일련의 남학생들이 자신들의 아이젠을 벗어줬다.
자기들은 괜찮다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올레길도 기억에 남는다.
10코스 - 송악산과 산방산을 가로질러 해변을 가는 코스 - 를 다녀왔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나중에 다른 코스도 가 보고 싶다.

아무튼 잠시 머리를 식히는 의미에서, 또 한살을 더 먹는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좋은 기회였다.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사무실

토요일인데 사무실에 나왔다.
할 일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오늘 나와야 시간외 수당을 받는 데 무리가 없기에...

휴일이라서 그런지 전화도 없고
이런 저런 잡생각하기 아주 좋은 12월의 주말풍경이다.

2010년 12월 2일 목요일

라스트 갓파더

심형래가 디 워 이후 절치부심해서 만든 영화.
12월 30일 개봉한다고 한다.

벌써 사년 전인가...
디 워가 엄청 흥행에 성공했을 때 언니가 조카들 데리고 영화관 가달라고 해서
그닥 내키지는 않았지만 영화관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난 별로 재미도 없고 내 취향도 아니라서 보다가 졸다가... 막상 영화가 끝나고 나니 "재밌었어?"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얘들은 엄청 재밌었단다.
참, 아이들 취향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관객들 반응도 극과 극이라서 나같은 어른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오고 어린이 관객들은 이런 명작이 있었나 싶은 뿌듯한 반응으로 영화관 문을 나서는 게 인상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잡하고 구성이 듬성듬성 잡힌 영화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B급 아동 영화"라는 생각을 하고 본다면 크게 실망하지 않아도 될 영화인데,
아바타나 스타워즈 같은 SF영화라는 잣대로 영화를 본 평론가들이 온갖 혹평을 한 게 아닌가 싶다.

하비 케이틀이 나온다니 이 사람이 심형래와 짝을 이뤄 어떤 연기를 펼쳤을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조카들을 꼬셔서 보러가야 겠다.
절대 졸지 말고... 열심히 봐야지.

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남산도서관





남산도서관은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관계로 잘 가는 공간은 아니지만,
일년에 네 번씩 - 그것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은 가게 되는 곳이다.

올 여름에 왔을 땐 초록색으로 뒤덮힌 남산을 볼 수 있었는데
늦가을에 오게 되니 불타는 남산을 보게 된다.

오산 물향기 수목원










휴가를 많이 쓴 것 같은데 아직 남은 휴가가 있다며 직원들 스스로 "휴가 촉진 기간"을 지정해 쓰도록 한다. 그래서 오늘 얼떨결에 휴가를 냈다.

멀쩡히 사무실에 나가 일하고 있는 누군가를 불러내 같이 놀자고 할 수도 없어 아침, 지도를 펴들고 오늘 어디 갈까... 생각해 보다 1호선을 타고 갈 수 있는 오산대역 물향기수목원에 가 보기로 결정했다.

오산대역은 택지개발지구로 내리자마자 가끔 짐차만이 돌아다니는 적막한 동네이지만... 좀 걷다 보니 수목원도 있고 학교도 몇 군데 보였다.

을씨년스러운 공기가 사나운 수목원. 몇 해 전 개원한 곳이니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고 더구나 평일이라서 공공근로자들을 뺀 순수관람객은 나를 포함해 열 명이 채 안 되어 보였다.

하지만 조용해서 그런지 매타세콰이어 길을 걷는 느낌도 좋았고,
항상 늠름한 느티나무와 소나무를 바라보는 기분도 상쾌했다.

오산천을 지나 오산역까지 걷는 동안 얼마나 많은 공사현장과 "건물주 직접 분양"팻말과 마주쳐야 했던지...

번잡한 수원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이쪽도 많이 좋아질 것 같다.

내년 봄이나 여름쯤 조카들이랑 다시 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