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잘 나가는 나라라는 얘긴 이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데.
벌써 17년 전 2006년 연말 남인도를 혼자 여행했던 기억이 가끔 난다
2006년말 겨울. 뭄바이-고아-함피 - 뱅갈루루-하이데바라드- 마이소르 - 뭄바이를 잇는 남인도여행 갔을 떄 기억이 마구 떠오른다
뱅갈루루와 하이데바라드는 그 당시도 화려한 빌딩과 IT 회사간판들로 덮여있었는데, 특이했던 건, 겉모습은 화려한 도시였어도 정전이 꽤 잦아서 횡단보도를 건널 떄 갑자기 정전이 되기 일쑤였고 그래서 매우 조심해서 길을 건너야 한다는 점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보면 남자들이 등을 돌아서고 쭉 서서 있는 모습이 흔히 보였는데 그게 바로 밖에서 소변을 해결하는 방식이라는.
여자들은 으슥한 풀밭을 찾아서 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바로 그 점이 인도를 대낮 성폭력이 활개치는 국가로 만들어버리는 주범이었다.
이것도 벌써 17년 전이니 지금은 좀 많이 나아졌겠지
영화 세 얼간이의 무대인 인도공과대학도 가 봤는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한국 여느 대학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연착이 잦은 기차를 타고 가는데 어떤 젊은 부부가 어디에서 왔냐, 물어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자신 회사 - 남자는 릴라이언스에 다니고 여자는 학생이라고 했다 - 출장상 많이 가 봤다며 기차에서 파는 난을 사 줬는데 무척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부부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상당히 자신감있고 잘 생긴 사람들이어서인데...이제 그들도 나처럼 나이가 많아졌겠지
델리, 아그라, 바라나시가 중심인 북인도는 남인도와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는데 - 아마 지금 인도 경제번영을 이끄는 주축은 남인도 쪽이 아닐까 한다. 어언 17년 전에도 남인도 지역은 좀 척박하지만 다닐 만 한 정도였다.
그 당시에도 숙소에서 북인도에서 각종 거지떼에 시달리다 여기 오니 다닐 만 하다, 거긴 대낮에 외국인 여자들을 그렇게 대놓고 성추행한단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
아마 북인도 지역은 홀로 여행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인도 버스기사들에게는 아주 고약한 습성이 있는데, 차를 타기 전 분명히 정확한 요금을 지불했는데도, 하차하기 전, 집에는 자기밖에 버는 사람이 없고, 아이와 아내는 아프고, 이 돈을 갖고는 빵 한 조각도 못 한다는 둥 각종 핑계를 대면서 내리기 전 돈을 더 안 주면 못 내려준다는 협박을 해 댄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버스노선의 경우 그런 으름장이 특히 심한데, 돈을 뜯기되 덜 뜯긴다는 생각으로 이것도 약간의 흥정으로 추가비용을 덜 내는 것으로 합의 아닌 합의를 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출국을 앞둔 12월 30일. 사람들이 광장 앞 TV 수상기 앞에서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어서 저건 또 뭔가 해서 봤더니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라크의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교수형당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반복 송출해 주고 있었다
인도 사람들이 사담 후세인을 저렇게 싫어할 줄이야...
힌두교도 못지 않게 이슬람교도가 많았던 지역이기에 이들이 후세인을 그렇게 미워한다는 게 이상해 보였다.
셍긱헤 보면 그 뜨거운 12월의 날들에 그런 곳을 여행하는 것도 나이가 젊으니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드네.
덥긴 하지만 죽을 만큼은 아닌 겨울이라면 남인도 여행은 해 볼 만 하다.
그런데 다시 갈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