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남산도서관





남산도서관은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관계로 잘 가는 공간은 아니지만,
일년에 네 번씩 - 그것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은 가게 되는 곳이다.

올 여름에 왔을 땐 초록색으로 뒤덮힌 남산을 볼 수 있었는데
늦가을에 오게 되니 불타는 남산을 보게 된다.

오산 물향기 수목원










휴가를 많이 쓴 것 같은데 아직 남은 휴가가 있다며 직원들 스스로 "휴가 촉진 기간"을 지정해 쓰도록 한다. 그래서 오늘 얼떨결에 휴가를 냈다.

멀쩡히 사무실에 나가 일하고 있는 누군가를 불러내 같이 놀자고 할 수도 없어 아침, 지도를 펴들고 오늘 어디 갈까... 생각해 보다 1호선을 타고 갈 수 있는 오산대역 물향기수목원에 가 보기로 결정했다.

오산대역은 택지개발지구로 내리자마자 가끔 짐차만이 돌아다니는 적막한 동네이지만... 좀 걷다 보니 수목원도 있고 학교도 몇 군데 보였다.

을씨년스러운 공기가 사나운 수목원. 몇 해 전 개원한 곳이니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고 더구나 평일이라서 공공근로자들을 뺀 순수관람객은 나를 포함해 열 명이 채 안 되어 보였다.

하지만 조용해서 그런지 매타세콰이어 길을 걷는 느낌도 좋았고,
항상 늠름한 느티나무와 소나무를 바라보는 기분도 상쾌했다.

오산천을 지나 오산역까지 걷는 동안 얼마나 많은 공사현장과 "건물주 직접 분양"팻말과 마주쳐야 했던지...

번잡한 수원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이쪽도 많이 좋아질 것 같다.

내년 봄이나 여름쯤 조카들이랑 다시 와보고 싶다.

2010년 11월 28일 일요일

시간


시간은 위대한 스승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신의 제자를 모조리 죽여버린다. - 헥토르 베를리오즈

시간은 위대한 스승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제자를 단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데려가기 때문이다. - 시인 이문재

2010년 11월 26일 금요일

허트 로커

익숙한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하는 건,
그 영화의 특정 장면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그 영화의 어떤 면이 사로잡혔기 때문일 것이다.

난 이 영화처럼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화면전환이 느린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을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기에 가끔 영화를 보며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

스트레스테스트

날 싫어하는 직원 옆에서 근무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견디기 힘들다, 라는 말은 쉽게 쓰고 싶지 않다.
적어도 생계에 위험을 느끼는 연평도 주민이나 살기 위해 장기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 점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지만...

내 옆 자리 P양은 마치 나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 것만 같다.

이왕 할 테스트면 과장이나 부장을 대상으로 하지,
만만한 나를 대상으로 하는 건 또 뭐람...

2010년 11월 24일 수요일

안타까움

어제 퇴근무렵 티브이에서 연평도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오늘 오후엔 왠 엠블런스 두 대가 회사 앞 정문 앞에 지키고 서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옆 직원에게 물어보니

7층 어떤 사무실(또는 가정)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발견되어 경찰서와 병원에서 온 엠블런스라고 한다.

참... 연예계 11월 괴담만 존재하는지 알았는데

전국적인 11월 괴담이 도는 느낌이다.

2010년 11월 21일 일요일

세 가지 생각

1. 사실주의
주말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르네마그리뜨의 화집과 프란시스 베이컨의 화집을 천천히 들여다 보았다.
두 작가 모두 불세출의 화가이니 뛰어난 작품인 건 알고는 있었으나... 이들의 그림 또한 사실주의의 또다른 발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꼭 아름다움이란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 이상한 열정에 사로잡히게 하는 그림들이다.
항상 사람 얼굴이 마치 화상 입은 환자처럼 일그러진 모습이거나 고깃덩이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
풀잎이 비둘기로 변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떠다니기도 하고 흰천으로 얼굴을 감싼 무서운 여인들의 외로움이 담긴 그림...

예전에는 이들의 작품이 어떻게 분류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같은 현실에선 이들 작품이 "리얼리즘"이란 표현 아래 수렴될 수 있지 않을까.

잔인한 현실, 괴로움, 보고 있어도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름을 쫒은 그림들...

이전에는 "환상주의", "상상파"로 일컫던 회화들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리얼리즘"이란 화풍으로 보는 시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시계가 녹아내리는 달리의 그림, 기계를 찬미하는 이태리 미래파의 그림 또한 리얼리즘 이란 토양 아래 설명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2. 조직 아래 인간, 인간 아래 조직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정규직이 되려 하는 것이고 한번 해 주면 계속 해 줘야 한다는 선례에 비추어 사측은 필사적으로 정규직화를 막으려 하는 것이다.

왜 인간은 조직 안에서 평화를 느낄까.
무국적자보단 듣보잡이라도 국가에 속한 인간이어야 기본적 인권을 지킨다는 점에서 인간이 국가, 사회, 학교, 직장... 어떤 기관에 속해야 그나마 사람 대접을 해 주는 게 사실.
자유직업인들이 대단한 건 그들의 실소득이 어떠하든 조직 밖에서 고분분투하고 있단 사실이 아닌가 한다.

3. 남과 여
직장 내에서 남과 여의 큰 차이점은
남자는 대체적으로 동료 직원의 공(성과)을 은근히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는 것.
여자는 보통 업무외적인 면에서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따돌린다거나 그런 것...

반대로 장점은
남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나 직장 내 처신 방법에 대해 배울 점이 있다는 것.
여자는 물론 드문 경우이긴 하나 동료직원을 보듬어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래서 직장녀 직장남 모두 피장파장이다.

2010년 11월 18일 목요일

에어아시아

저가항공사로 우리나라에 새로 취항한 에어아시아.
회원가입을 하고 잊고 있었는데, 내년 7월부터 11월 20일 출발하는 쿠알라룸푸르행 왕복비행표를 9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메일이 왔다.

신청가능한 기간은 15일부터 17일까지.

생각해 보니 내년 8월경 주말을 끼워 휴가를 떠나면 회사에도 크게 눈치 안 보이고
휴가를 4~5일쯤 내면 되고
8월에 여행가본 적은 없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져보니
홈페이지가 구식인지 가끔 열리지 않고 예약도 어렵고...
그래서 퇴근 후 사무실에 남아 회사컴퓨터를 이용해 예약하려는 계획이 자꾸 어긋나던바,
가만히 생각해 보니 회사 컴퓨터는 인터넷 6을 쓰고 있어 구제불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다운되는 고물 집 컴퓨터로 예약할 순 없어
고민고민하다가
어제 퇴근 후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컴퓨터로 무려 다섯 개의 비행기 예약을 마쳤다.

8월 12일 새벽 인천-쿠알라룸푸르,
같은 날 오후 쿠알라룸푸르에서 발리로
발리에서 12일 반, 13일, 14일, 15일, 16일을 꼬박지내고
17일 새벽0시 호주 퍼스로 향발
같은날 새벽 4시 반경 퍼스 도착
퍼스와 그 주변에서 17,18,19,20일을 보내고
21일 아침 6시경 퍼스에서 오후 에 쿠알라룸푸르 도착.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21일 저녁 11시 서울로 출발.
서울엔 22일 아침 6시경 도착.
마지막으로,
22일 아침 공항에서 회사로 출근한다. 는 일정의 계획을 마련했다.

환율계산을 해 보니 서울 쿠알라룸푸르 왕복행이 텍스 포함 17만원 가량, 발리-퍼스를 왔다 갔다 하는 것까지 합치니 항공기 텍스 포함 도합 43만원에 비행기 다섯 번을 타는 것으로 여행계획이 짜여졌다.

휴가는 15일 광복절을 빼고 총 5일을 내니 괜찮을 것 같고..
호주 여행비자는 7월경 홈페이지로 등록해야 겠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년 8월까지 가끔 힘들 때 여행갈 생각을 하면서 견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 좋아졌다.

어린 왕자에 보면 오후 세 시에 친구를 만나려고 하면 오후 1시부터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었나?

무려 9개월 후의 일을 지금부터 좋아하니... 참 나도 한심한 인간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건 좋은 것 아닌가.

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안양천




작년부터 안양천과 중랑천에 배를 띄운다는 황당한 발표가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으나,

주말 이곳을 지나다 보니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배를 띄우려는지 포크레인이 벽돌을 나르고 흙이 쌓여있는 영락없는 공사준비 전 풍경이었다.

굳이 배를 띄울 필요가 있을까.. 실효성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혹시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배를 띄우던 비행기를 날리던 그나마 예전보다 깨끗하게 바뀐 이 하천이 계속 건강하게 남아줬으면 좋겠다.

초저녁 용산동2가





어제 저녁 - 정확히 얘기하자면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 용산동2가에 나가서 뭘 받아와야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 길을 걷노라니 지난 여름 이곳과 나의 그 이상야릇한 인연이 떠올라 회상에 젖었었다.

굳이 풀어서 얘기하자면 돈 삼백오십만원 또는 삼천오백만원에 얽힌 추억이랄까...

때이른 저녁길 이 동네는 지대가 높아 따닥따닥 둘러싸인 동네임에도 여유가 묻어났다.

남산 바로 아래라서 아침 운동하기엔 좋지만 겨울에는 참 힘든 길.

여름에는 굳이 운동하지 않아도 되는 길.

그리고 공기는 아주 좋은 곳.

남영동에서 문배동까지




점심시간에 재빨리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가 회사 주변을 좀 걸었다.
이것이 하루의 유일한 운동이라면 좀 너무한가?
그런데 사십분 가량 걷기 겸 사진촬영을 했으니 저녁에는 공원을 걸어다니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해도 좋을 것 같다.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바람불어 좋았던 날

1. 만남
회사생활이 십년이 넘어가다 보니 교육이나 연수를 받게 될라치면 아주 오래전 입사 떄 보고 보지 못한 동료를 볼 떄가 간혹 있다. 그럴 때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든, 친분이 있건 없건 무척 반갑고 지난 세월이 헛된 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은 본사에 하루짜리 교육이 있어 잠실 방면으로 출근했다. 줄곧 1호선 라인으로만 출근하다보니 2호선승객들의 비교적 젊은 평균연령(1호선은 출퇴근시간유무를 떠나 노약자가 항상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과 오랜 승차시간이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2호선도 신도림역, 사당역, 교대역을 지나고 나면 자리도 앉을 수 있을만큼 그닥 붐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자리에서 십이년 전 함께 교육받았던 직원을 만났다. 이 사람은 십이년 간의 직장생활동안 신장이식 등 투병생활을 이년여간 하고 재혼한 아내와 이를 통해 얻은 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직원으로 세월의 무게와 투병의 흔적을 보여주듯 외모는 다소 변했지만 그동안 많이 단단해진 마음새로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 얘기 지루한 교육 얘기 사는 얘기... 짦은 만남이었지만 교육시간을 함꼐 하고 점심을 함꼐 들면서 그래도 이 직원 건강이 꽤 나아졌구나... 싶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2. 은밀한 게이샤의 세계
그렇게 지루한 교육을 마치고 평소보단 여유시간이 남아 매달 한번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의 무료일본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
시청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종각역에서 내려 인사동 방향으로 걸어가니 구 허리우드 극장이 보였다.

사당역의 문화학교 서울부터 소격동의 지금은 사라진 아트시네마 장소, 그리고 다시 허리우드 극장...

오랜만에 여길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은 총 세 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 중 2관은 아예 실버영화관이라고 하여 좀 오래된 영화를 대상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은 2000원을 내고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참... 나이들면 좋은 점도 있구나...

일곱시가 되어 짧은 영화를 봤다.
영화제목은 "은밀한 게이샤의 세계"
소개지엔 핑크영화라고 되어있는데 1972년에 만들어진, 1918~20년대 일본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게이샤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는 좀 야하다기보단... 아주 웃겼다.
코믹 에로물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초짜 게이샤가 무사와 첫날밤을 치르고 그와 사귀고 결국 결혼한다.
허나 이 무사는 부업(이라기보단 본업)이 요정운영으로 요정마담, 다른 게이샤들과 수도 없이 난잡한 관계를 즐긴다. 그게 이 사람의 본성이다.
여자는 이것이 못마땅하긴 하지만... 딱히 막을 방법도 없어 고민하는 내용.
그 중간중간 - 동성애에 빠진 게이샤와 그를 난처하게 바라보는 후배게이샤,
러시아출병을 나가는 이등병과 그를 사랑하는 게이샤와의 우스꽝스러운 관계,
쌀폭동으로 흉흉해진 주변민심...

이런 배경과 인물들이 작품을 채워준다.

이걸 보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던 191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일본 민중들 역시 쌀폭동으로 고단한 생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결국 정부는 만주국을 정벌하니마니 시베리아를 통해 러시아를 치겠다고 설치고 다녔지만 실제 일본 대중의 삶은 쌀폭동으로 고단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제국주의자들은 일반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엉뚱한 해외출병으로 그 관심을 돌렸을 수도 있겠고...물론 핍박받은 삶이었다 한들 당시 조선인민들에 비해서는 월등히 풍족한 삶이었겠지만...
당시 일본인들 입장에선 본국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중간관리층이나 학교선생 등으로 조선에 가길 원했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 입장에서도 뭔가 분위기 전환을 통해 식민지배층으로서의 삶을 누릴 하나의 기회였으리라...

3. 추위
영화가 끝나니 여덟시 이십분.
예상보다 영화가 빨리 끝났지만 너무 추워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오랜만에 종로의 밤거리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었지만... 오전과 오후를 보낸 잠실과 강남 풍경은 수많은 경찰들이 지하철을 지키고 있고 지이십홍보팻말을 붙이고 다니는 학생(또는 주부)들이 너무 많아 좀 생경했다.

뉴스에 보니 지이십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무려 450조라고 나오던데... 사백오십조라... 우리나라 육년 정도의 예산과 엇비슷하지 않나? 오늘 전철역 수많은 지이십도우미들을 보니 이들의 고용효과를 보자면 사천오백만원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이틀 회의에 사백오십조원의 효과가 있다는 건 심하게 긍정적인 생각이 아닐까.

건강상의 문제, 거리의 무장경찰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잘 보낸 듯.

2010년 11월 7일 일요일

가을





1. 건조한 가을
오늘 라디오에서 건즈 앤 로지즈의 노벰버 레인을 11월 들어 처음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날씨가 꾸물대긴 하지만 시원한 가을비는 당췌 내리질 않는다.
매일같이 시든 안개만 보이지 말고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거리 청소가 좀 될 터인데...

2. 버블
작년부터 뚜딱거리며 주변 소음의 일번지가 되어왔던 아파트가 드디어 입주를 시작하려는지 오늘 입주자 점검을 하러 온 사람으로 온 동네가 들썩였다.

막상 사람들은 드문드문 방문하는 것 같은데 온갖 은행들이 대출손님을 잡으려고 스탠바이 상태다.
파라솔 설치 때부터 좋은 위치를 잡는다고 은행 직원(인지 업체직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반반씩 섞인 상태인 듯)들끼리 몸싸움을 하질 않나 각종 선물을 한아름 쌓아두고 아파트 입구에 내리는 예상고객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살던 곳에 지어지는 아파트라 이곳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분양가가 삼억이 넘어가고 - 이것도 서울시내 중 초저가 분양가라고 하지만 - 이걸 갚으려면 몇년이 걸릴지 생각해 보니 도통 자신이 없어서 그냥 전세로 살고 말지... 이런 상태로 갔었다.

오늘 차에서 내려 꼼꼼히 집을 살펴보는 입주예정자들과 그들을 한명이라도 더 잡아 은행돈을 빌리게 하려는 업계 관계자들을 보니...
버블 버블 하지만 실제 버블이 더 부풀어오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3. 낙엽
은행잎이 떨어지면서 내는 이상야릇한 화장실 냄새, 다소 지저분한 가을길..
하지만 변함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ufo 혹은 외계생명체

요즘 뉴스에 나오는 여러 가지를 종합하여 볼 때 - 외계인의 존재는 확정적이며 UFO가 자꾸 발견되었다며 호들갑떠는 것이 아마도 그 사실을 증빙해 주는 게 아닐까 한다.

이 드넓은 지구상에 인간 외 생각할 줄 아는 생명체가 없다는 가정 자체가 신뢰성이 떨어진다.

인간보다 더 높은 문명세계를 가진 외계인("인"이 사람 인 자 라는 걸 가정하면 이것도 다분히 지구인다운 발상이다. 어쩄든, 내가 생각하는 "외계인"이란 지구인처럼 일정언어로 서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일정 두뇌의 소지인인 듯)이 어느 순간 "짠"하고 나타나도 그리 놀랄 것 같진 않다.

그나저나 외계인의 모양은 어떠할까.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오징어머리에 기괴한 외양을 지녔을 수도 있지만...

우주의 크기만큼이나 외계인도 다양한 종류여서 처음 외계인을 볼 땐 흥분되고 떨릴지 몰라도 이 외계인 저 외계인... 많은 종류의 외계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구인으로서의 이기심을 발동해 평화로운 우주환경을 더럽힐지도 모르겠다.

중국 공항에서 UFO로 인해 항공기 착륙에 장애가 있다는 이야기, 텍사스 어딘가에서 UFO가 발견되었다는 얘길 듣고 나니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이 조그만 세계는 참으로 먼저같은 삶에 불과하구나 싶다.

2010년 11월 5일 금요일

서부이촌동






동서를 가로지르고 고가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
동부이촌동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가진 서부이촌동.

지난 주 전자상가에 일 떄문에 들렀다가 길을 잘못들어 서부이촌동까지 가게 되었다.

아주 오래된 아파트들이 즐비하다는 것. 개발에 대한 분노, 예외적이지만 환영하는 함성이 뒤엉켰다는 게 이 동네의 특징.

또 하나, 박해받은 천주교인들의 영혼이 떠돌고 있다. 그들은 요즘 이 동네의 모습을 어떻게 볼까.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동네이지만 변화의 속도가 매서운 곳이기도 하다.

저렇게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밀어부칠 것 같진 않은데...
너무나 예외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요즘이니까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루이비통의 무라카미 백에 이어 무라카미 라는 평범한 일본이름을 대명사화한 또 한명의 인물,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에 가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 책들이 끊임없이 새 책 코너에 있는 걸 볼 수 있다.
좀 뒤져보면 그건 엄밀히 말해 새 책 이 아니다.
그저 새 책 탈을 쓴 그전에 출판된 책들의 다른 편집버전들이 대부분이다.
노르웨이의 숲 이 상실의 시대 란 이름으로 먼저 출판되고 그 후 다른 출판사들이 줄줄이 사탕식 재탕 삼탕 해대듯 이 새로운 책들이란 것도 기존 출판된 단편집들이 구성순서와 번역자들이 바뀐 채 재출판되고 있을 터이다.

생각해 보면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단 말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찾는 수요가 넘치다 보니
그는 양장본 페이퍼북... 할것없이 많은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작가이지 않나 싶다.

대학교 일학년 떄 - 1994년 여름 - 비씨카드 가입자가맹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 때 4층에는 비씨카드 노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대여실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문제의 그 "상실의 시대"라는 책을 처음 봤었다.

피츠제럴드, 캔맥주, 이런 말이 멋있던 시절이었기에 그의 소설이 더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그는 수많은 작품을 펴냈다.
그게 문학적으로 가치있는 작품인지 퀄리티가 떨어지는지는 내 알 수 없겠으나
어쨌든 양적으로 번역책 수로만 해도 수많은 작품을 펴냈고 팬도 많은 것으로 보아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
그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먼저 들리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처음 그의 파르파릇한 필력은 더 이상 지금 글과 비교할 수 없지만...
사람이 변하듯이 글도 변하는 것 아니겠던가...

2010년 11월 4일 목요일

잔혹한 인간

컴퓨터가 고장났고 책을 읽지 못했던 어젯밤,
케이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무법자 - 잔혹한 북극곰 이란 소제목으로 러시아 북해 근처 어떤 섬에서 북극곰들이 힘겨운 여름살이를 하는 광경을 아르네 라는 노르웨이 학자와 니키타라는 오래된 거주자가 찰영한 영상으로 상영했다.

많이 알려지다시피 지구온난화가 너무너무 심해져서... 얼음이 계속 녹고 있고 생태계도 무너지고 북극곰들도 적응에 한계고 있어 서로간 싸움으로 어린 북극곰들은 많이 죽기도 하고 간혹 굶어죽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의 먹이를 탐하는데...
인간들은 인간의 먹이에 적응하게 되면 야성을 잃어버려 동물로서의 생활을 못하게 될까봐
다소 야박하게 쫓아낸다.

아르네는 끊임없이 어린 북극곰을 향하여
- 넌 나와 친해지면 안돼
- 네 동족을 따라가려무나

이야기하는데...
인간이야 여러 도구들을 이용하여 충분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놨는데...
아무 무대책인 동물을 향하여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건드리지 말고 야성을 지킨 짐승으로서 살아가라고 하는게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다.

북극곰이 먹을 수 있는 동물들도 현격하게 줄어들고
이들도 찬밥 더운밥 가릴 입장이 되지 않던 차라
최대한 식량을 아끼고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둔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가 끊임없다는 걸 가정할 때
사람처럼 적응력이 빠른 유기체도 아닌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인
여타 동물들에게

사람의 먹이를 탐하지 말라
최대한 사냥해서 야성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

이런 말을 하는 건 해당 동물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을 헤치는 동물을 보자는 건 아니지만...

인간이란 개체는 혼자 온갖 좋은 걸 다 헤쳐먹다가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동물은 동물대로

식물은 식물대로

그 본성대로 살아가길 강요한다는 것.

과연 인간은 얼마나 인간의 본성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