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0일 월요일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부장님이 오늘 새벽 월드컵 경기장 근처 수풀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아홉 시가 넘어도 회사에 나오지 않자 서무가 집에 전화를 걸었고 서울대 공대에 다닌다는 아들내미가 어렵게 말을 했다고 한다. 자살이자 변사체라 경찰서에서 이런저런 서류도 쓰고 조사도 받고 ... 그랬나 보다.

지병도 없고 특별히 크게 이상하단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직원 모두들 충격이었다. 병원도 아닌 전문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형제는 여섯 명이라던데 그 중 한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들 딸 사모님과 함께...

사모님은 국내 굴지 출판사에 다니고 계셨다. 노모 봉양 문제로 좀 다투었던 것 같고 형제들과 사이도 소원해진 것 같았고 자녀 학비 문제로 걱정도 되었고... - 두 분 다 잘 버시는데 왜 돈문제가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 아무튼 우리 사무실 다른 부장들이 앞다퉈
"저 분은 회사 일이 아닌 집안 사정으로 돌아가신 거다. 그러니 밖에 나가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아라"라며 신신당부한다.
좋지 않은 일을 여기저기 떠벌일 직원도 없지만 그 직원들도 믿지 못해 내부 단속을 해대는 꼴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백프로 집안일 땜에 자살하는 사람보단 여러 이유가 겹쳐 생의 의지를 잃어 자살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달동안 회사 실적을 높인답시고 회사에서 새벽 두세시까지 근무하시던 그 분 모습이 떠올라 맘이 좋지 않았다.

썰렁한 빈소에서 사모님과 아직 앞날이 창창한 자녀분들을 보니 ... 안타까웠지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지 않겠는가.. 말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죽은 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먼 저승에서 자신이 저지른 업보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할 뿐...

부장님의 영혼이 평안하셨으면 한다. 가족분들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주시길 바라며...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추모와 몇 가지 좋은 기억 뿐.

2011년 5월 13일 금요일

스타페리 - 침사추이 역 근처





평범한 전망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온다.

홍콩섬에서 바라본 구룡보단 구룡섬 침사추이 근처에서 바라보는 홍콩섬이 더 멋지다.

마치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동에서 바라보는 옥수동보단, 옥수동에서 바라보는 압구정동이 더 멋져 보이듯이...


스타페리역 근처에는 이 킬로미터에 걸쳐 하버시티라는 아주 큰 쇼핑몰이 있다.

이층에서 본 거리







홍콩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이층 다리가 상당히 많다. 마치 중경산림에서 왕정문이 걷던 그 길고 긴 지하도처럼... 지하가 아닌 지상에 육교식으로 이어진 수많은 다리들...그리고 이층트램을 타고 창밖으로 조심스레 팔을 뻗어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건물들, 그 안에서 열심히 과자며 음료수를 팔아대는 사람. 조금만 더 가면 나오면 조그만 해변. 그 안에서 열심히 수영하는 사람들...

중국 불상





리펄스 베이라고 명명한 홍콩 바닷가 끝엔 틴허우 상이라는 커다란 불상이 있다. 란타우 섬 불상과는 달리 좀... 명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살상이라고 하는 게 적당할 듯 하다.

중국 절은 알록달록 천연색으로 필한 건물과 우리나라 불상과는 사뭇 다른 불상의 신나는 표정, 여기저기 용 그림이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절과의 차이점이다.

2011년 5월 10일 화요일

구룡공원




홍콩섬 센트럴에서 페리를 타고 다시 구룡으로 갔다.
구룡공원엔 우리나라 이태원 이슬람성원처럼 거대한 이슬람 성원이 있다. 그래서 각종 히잡을 두른 여인들, 터번을 한 남성들... 수많은 서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한데 어울려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콩중앙도서관






란타우 섬에서 돌아오고 숙소에서 좀 쉬다가 숙소에서 5분거리 홍콩중앙도서관에 가 보기로 했다.

책읽기는 싫어하지만 서점가는 건 좋아하고 공부하는 건 원치 않아도 도서관에서 멍때리는 건 즐겨하므로,..
언제나 어딜 여행하든 그 지역의 도서관 탐방은 내가 흥미있어하는 활동이다.

중앙도서관에 가길 위해선 빅토리아 공원을 지나야 한다. 이 공원은 언제나처럼 긴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쉼터로서 자리잡고 있었으나... 좀 지나자 구름다리를 지나 10층짜리 거대한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도서관이라고 해도 건물 모형이나 소장 책의 양이 장난 아니었다. 홍콩이란 지리적 위치 탓에 광둥어, 북경어, 영어, 그리고 일어책, 한국어책도 많았다.

자료실엔 세계 신문을 그날그날 볼 수 있게 준비해 두었는데 우리나라 신문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전시되어 있었다.

컴퓨터 이용도 자유로와 마카오 호텔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렇게 걸멍 쉬멍 놀멍... 하다가 도서관 폐관시간인 9시경 숙소로 다시 턴하였다.

지혜의 숲



빅 부다를 지나 오솔길을 따라가면 "지혜의 숲"이라는 공간이 나온다.
산책길인데 무슨 긴 막대기(이렇게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를 세워놓았다.

이 길에서 같은 숙소에서 묵던 캘리포니아 출신 영어강사를 만나 오후 일정을 함께 보냈다.
이 아가씨는 상하이에서 영어강사로 재직중이라는데... 노동절휴가를 맞아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여행왔다고 한다. 상하이에서 일하는 영어강사가 아주 많은데 자신도 나중에 홍콩에서 일하고 싶다고 ... 상하이는 좀 더 사람이 많고 좀 많이 번잡하다고 한다... 사실 홍콩도 정신 없을 정도였는데 중국 본토는 인간들의 홍수 수준인가 보다...

지혜의 숲을 지나 란타우 섬 트래킹을 하려 했으나 중간쯤 가다 포기하고 맛있는 완탕면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2011년 5월 7일 토요일

란타우 섬 - BIG BUDDA


홍콩 내 가장 큰 섬 란타우엔 디즈니랜드, 홍콩국제공항도 있지만 빅 부다 - 세상에서 가장 큰 부처님 상이 있었다.

크기는 대단하지만 예술적 의미라든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저 크기만으로 모든 걸 압도해 버리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2011년 5월 6일 금요일

홍콩 가정부들



돈은 많지만 아이맡길 시설이 부족한 홍콩 중산층들은 저가에 영어와 중국어 모두 가능한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간혹) 말레이시아... 등지의 동남아시아 출신 가정부들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들 부부가 모두 쉬는 날 - 이번처럼 노동절 등 휴일 - 엔 가정부들이 갈 데가 마땅치 않아 주로 빅토리아 공원 등 홍콩섬 등지 공원, 센트럴역, 코즈웨이베이역 근처 맥도날드, 지하철 근처 약간이라도 자리가 남는 공간은 여지없이 이들 가정부 차지다.

좀 편한 곳에서 쉴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공원 귀퉁이 자리를 깔고 자국 음식재료를 갖고 와서 음식을 서로 해 먹이며 정을 나누는 이들을 보며
저렇게 험하게 일하는 거 돈이라도 많이 받으면 좋으련만... 생각해 보지만...
이들이 받는 월급은 우리나라 최저생계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월 오십만원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금액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있는 노동자들은 이에 비해 아주 대우가 좋은 편이라 할 것이다.

헤네시 로드




센트럴부터 어드미럴티, 완차이, 코즈웨이베이에 이르는 긴 길.

센프란시스코 마켓 로드를 연상케 하는 쭉 뻗은 길.

홍콩에서 마카오로 가기 직전.

홍콩에서 마카오로





어중간한 시간에 페리를 예약했기에 좀 빨리 갔을걸 하는 생각이 구름처럼 밀려들었지만... 이미 결정된 일에 미련을 가지는 건 좋지 못한 일이다...

유난히 맑은 날씨를 보며 - 왜 내가 있을 적 이곳은 날씨가 우중충했던가... 아쉬워하며 마카오로 향하는 길.

멀리 보이는 저 다리는 마카오 본섬(?)과 꼴로안섬을 잇는 다리.

샌프란시스코 금문교가 생각났다.



카지노로 벌어들인 돈으로 온갖 기반시설을 마련하였기에 마카오는 점점 더 이동하기 편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산바호스텔




마카오에서 두 밤을 지내기로 했는데

카지노를 겸한 고급호텔만이 많아

저렴한 숙소가 없을까 궁리하던 차...

구글에서 "MACAO, GUESTHOUSE" 이 두 낱말을 치자 "SANVA HOTEL"이란 홈페이지가 나왔다.

위치는 적당해 보였다.

나름 중심지라는 세나도 광장에서 한블럭 차이이고

백년 넘은 건물이라는 게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 만 칠천원 정도의 금액이면 하룻밤 숙박이 가능하다는 것.

짧은 여행기간동안 좀 불편하면 어떠랴 싶어 예약버튼을 눌렀는데, 예약번호는 나오고 예치금은 별도 없었다. 그 또한 마음에 들었다.

쉽게 찾은 이 호텔에서 날 반긴 건
첫째날은 육십세 가량의 중 노인.
이 젊은 할아버지는 첫날 이외엔 자취를 감추었고...

이후엔 카운터 앞 TV 앞에서 수면을 취하는 팔십은 족히 되어 보이는 연세 지긋한 괴팍한 노인분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두 명이 한 방을 쓰는 구조였는데,

주말이 낀 경우가 아닌지라 이틀동안 2인실을 독차지하는 행운을 누렸다.

단... 숙소 내 이불과 배게는 언제 빨았는지는 모를 백년 동안의 고독이 가득찬 이상야릇한 냄새를 풍겨 이용하기 껄끄러웠으나...

그래도 쥐가 나온다거나 팔뚝만한 바퀴벌레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다시 이용하고 싶은 기억에 남는 숙소였다.

마카오 - 맛있는 것들



여행가기 전 시청앞 프레지던트 호텔 9층 홍콩 관광청에서 홍콩 지도와 관련책자를, 같은 건물 7층 마카오 관광청에서 소개 책자를 가져왔다.

홍콩 책자는 이것저것 자세한 것이 나와있었는데,
마카오 책자에는 세계 문화 유산과 - 마카오의 세계문화유산은 무려 스무 개가 넘는다. 종로구만한 작은 크기에 이처럼 유산이 많은 것도 놀랍다 - 길거리 먹거리 소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책자를 통해 본 마카오의 주요 식량은 - 완탕면이나 고기를 넣은 육수(제주도에서 말하는 고기국수 비슷한 것들), 쿠키, 육포, 어묵, 그리고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는 포르투칼의 영향을 주로 받은 것 같고
딤섬이나 완탕면은 옆동네 홍콩의 영향,
그리고 육포산업이 발전한 건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동네가 예전부터 바다를 낀 무역항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출국 전 날, 이 날 하루는 오전에는 완탕면과 커피, 오후에는 각종 쿠키와 우유푸딩, 저녁에도 완탕면과 커피, 육포,..아이스크림까지.
등으로 포식했다.

점심 혼자 간 식당은 나름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식당.

완탕면은 양이 좀 작아... 아마도 둘이 갔으면 볶음밥을 같이 시켜 먹었으면 좋았을 듯.

이 두 가지가 대략 오천 오백원 정도이니 싼 값은 아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완탕면을 먹어보고 내린 결론은 -

완탕은 만두국보다 좀 더 맜있다는 것.

완탕에 넣는 국수는 라면을 넣어도 맛있을 거란 ...

혼자만의 포식을 즐긴 날 5월 4일...

이것도 추억으로 남겠지.

2011년 5월 5일 목요일

마카오-카지노와 시작과 끝



온 호텔 체인점이 모두 카지노호텔을 겸하고 있다.

낮이건 밤이건 불빛이 찬란하고 곳곳 귀금속 가게(이자 전당포를 겸한)엔"인민폐 환영"이라는 글씨가 요란하다.

이 시기가 중국 노동절과 같아서 그럴까,
허름한 옷차림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카지노 앞에 내려 급한 용무가 있는 듯 호텔 안으로 돌진하는 광경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우리나라 사람도 그렇지만 중국인들도 오죽 도박을 좋아하는 듯...

우리나라 인천이나 파주에도 이런 카지노를 대규모 유치하는 게 어떨까 싶다. 지금은 강원랜드만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으니 온갖 비행의 온상이지만 적어도 숫자가 많아지만 오히려 도박중독자들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많은 고용창출도 되고.

여행 책자에는 서울 종로구만한 크기의 마카오 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 다니다 보면 종로구가 이렇게 넓은 곳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요모조모 각종 카지노, 호텔, 위락시설, 문화유산, 작은 광장, 거주민 공간이 잘 짜여 있다.

나름 도시계획을 잘 세운 듯...

마카오 카지노 사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스탠리 호"
중국 반환후 카지노 업계는 경쟁체제로 재편되어 세계 유수 호텔이 마카오 대전을 치르고 있지만,
반환전 포르투칼령일 적 스탠리 호는 마카오 카지노를 떡주무르듯 들었다 놨다 하는 거물이었다. 물론 지금도 리스보아 호텔 로비엔 아직 살아있는 그의 흉상이 있을 정도로 마카오 정재계의 거물이긴 하지만... 젊은 시절 수많은 여인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무려 열일곱 명의 자녀들이 사망 후 유산을 두고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하니 사람은 돈만으로 할 수 없는 것도 있는 듯...

마카오 세금의 25퍼센트를 스탠리 호 개인이 냈다고 하니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나 석유왕 록펠러 같은 존재인 듯 하다.

마카오 - 세나도 광장




마카오의 중심이자 숙소에서도 가장 가까운 곳.
그래서 자주 왔다 갔다 했다.

광장 이란 타이틀을 붙이기엔 좀 작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툭 터진 공간에 마카오 중 고등학생 직장인 모두 점심시장엔 이곳에 걸터앉아 오뎅국(여러 꼬치들을 모아 국 형태로 만든 마카오 길거리 식단)이니, 망고주스니... 이런 걸 먹는다.

좀만 구릉지를 타고 올라가면 세인트 폴 성당도 있으니 세나도 광장은 본격적인 유적지 탐방전 목도 축이고 몸도 추스리는 전초기지와도 같은 곳.

세인트 폴 성당







이미 폐허가 되어 버린 성당.
하지만 폐허가 된 이후 앞면만 살아남았기에 더 유명해진 성당.

우여곡절끝에 완성했지만 이름모를 화재로 성당 몸체는 홀라당 다 타버리고

이렇게 앞면만 남아서 긴긴 세월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영문명 또한 "Ruins of St. Paul's & Museum"이다.

낮 동안에는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성당 위에 올라가 보면 마카오 작은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