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부장님이 오늘 새벽 월드컵 경기장 근처 수풀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아홉 시가 넘어도 회사에 나오지 않자 서무가 집에 전화를 걸었고 서울대 공대에 다닌다는 아들내미가 어렵게 말을 했다고 한다. 자살이자 변사체라 경찰서에서 이런저런 서류도 쓰고 조사도 받고 ... 그랬나 보다.
지병도 없고 특별히 크게 이상하단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직원 모두들 충격이었다. 병원도 아닌 전문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형제는 여섯 명이라던데 그 중 한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들 딸 사모님과 함께...
사모님은 국내 굴지 출판사에 다니고 계셨다. 노모 봉양 문제로 좀 다투었던 것 같고 형제들과 사이도 소원해진 것 같았고 자녀 학비 문제로 걱정도 되었고... - 두 분 다 잘 버시는데 왜 돈문제가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 아무튼 우리 사무실 다른 부장들이 앞다퉈
"저 분은 회사 일이 아닌 집안 사정으로 돌아가신 거다. 그러니 밖에 나가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아라"라며 신신당부한다.
좋지 않은 일을 여기저기 떠벌일 직원도 없지만 그 직원들도 믿지 못해 내부 단속을 해대는 꼴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백프로 집안일 땜에 자살하는 사람보단 여러 이유가 겹쳐 생의 의지를 잃어 자살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달동안 회사 실적을 높인답시고 회사에서 새벽 두세시까지 근무하시던 그 분 모습이 떠올라 맘이 좋지 않았다.
썰렁한 빈소에서 사모님과 아직 앞날이 창창한 자녀분들을 보니 ... 안타까웠지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지 않겠는가.. 말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죽은 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먼 저승에서 자신이 저지른 업보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할 뿐...
부장님의 영혼이 평안하셨으면 한다. 가족분들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주시길 바라며...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추모와 몇 가지 좋은 기억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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