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지난 해 말 십 삼년 동안 가입했었던 노동조합에서 탈퇴했었다.
나름 생각을 많이 해 본 결과였다. 나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닌, 노조가 하는 행태가 좀 많이 회의적이었다.
그간 몇몇 회유(?)에도 불구하고 한 해 노조 탈퇴가 차라리 나았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내가 이미 등록한 시간외 근무를 악의적으로 누락시키는 서무를 보고선
참... 이래서 사람들이 뭍어가는 걸 선호하는구나. 비노조원의 슬픔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다섯 시간의 시간외 근무를 다시 하기 위해 다음 주, 다다음주 토요일 시간외 근무를 해야 한다. 그렇게 나홀로 주6일 근무를 하려니...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참... 슬픈 일.
화요일
어제의 슬픔이 아직도 계속 진행형이다.
여전히 많은 민원인들이 돈이 맞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목이 쉬어서 병원에 갔었다.
수요일
슬픔을 이기기 위해 산책을 하던 중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미끄러져 남산 낭떠러지로 흘러흘러 갔다.
어떻게 할까... 봤더니 비록 낭떠러지이긴 하지만 내가 주울 수 있을 만큼 낮은 곳 같았다.
그래서 가방을 계단 위에 놓아두고 엉금엉금 조심조심 휴대폰을 주으려 낭떠러지 쪽으로 걸어가던 중...
이번엔 계단 위 놓아둔 가방이 떼굴뗴굴 굴러가서 저기 저 낭떠러지 휴대폰 훨씬 아래 쪽으로 멀어져 간다.
이렇게 손에 둔 것 모두 잃어버리고 난감하게 공원사무소로 갔다.
공원사무소에선 저녁이라 찾기 어렵다고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한다.
겨우 열쇠만 주머니에 있어서
지갑 책 휴대폰 모두 아무것도 없이 집에 왔다.
목요일
시키지 않아도 여섯 시 눈이 떠졌다.
너무 불안했기에.
오늘 하루 수능일이라고 열 시 출근이지만
일곱 시 반 서둘러 공원사무실에 갔다.
다행히 당직 직원은 밤늦게 가방과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며 당황해 했던 날 기억했고
네 명의 공원 관리인들과 함께 잃어버렸던 장소 근처로 가서 열심히 찾아다녔다.
이십분 쯤 찾았을까.
저기 위에서
"윤진씨, 찾았어요, 위험하니까 빨리 올라오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 위를 쳐다보니
아저씨 한 분이 가방과 휴대폰을 흔들고 있었다.
금요일
참 다행이다.
시간외 근무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또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어려울 떄 도와주는 공원관리인 같은 좋은 분들이 주변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토요일
하루종일 감기 떔에 비몽사몽.
그래도 다음 주는 정신차리고 살아야 겠다.
뭔가 더 이상 잃어버리지 말자.
나에게 피해를 주는 서무 같은 이를 본받지 말자.
바라지 않고 날 도와줬던 공원 직원 같은 마음을 본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