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30일 목요일

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오늘은 90년대 지하철 역 구내에서 2천원에 팔곤 했던 시집 생각이 났다

지금 이 시인은 뭘 하고 살까


친구가 화장실에 갔을 때

신진호

그 짧은 시간에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는 서둘러
술잔을 비웠다
알지 못하리라
이런 가슴 아픔을

친구가 돌아올 때
나는 웃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2022년 6월 24일 금요일

한국은 복받은 나라

계속 가뭄이다가 며칠새 장맛비로 해갈되는 걸 보니 한국은 복받은 나라가 맞네.

나의 개인적인 불행과는 별개로.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는 밝을 듯.

내가 애국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나만 힘든 이 상황이 그닥 좋지 않다

1960~80년대 고도성장기 일본인들의 마음이 이와 같았을까

2022년 6월 23일 목요일

말하는 대로

 점쟁이 얘기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어떤 걸 미리 점쟁이에게 얘기하면 그 점쟁이가 이를 공개적으로 발설하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그래야 상당히 일처리가 쉬워지기 때문이지.


2022년 6월 22일 수요일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원제는 Spring cannot be cancelled - David Hockney in Normandy

늙어서 노르망디로 이주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를 그의 오랜 친구 미술사가 마틴 게이퍼드가 인터뷰한 책.

아마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기획출판같다.


그의 작업실 풍경, 떠나간 미술가들에 대한 품평,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


p. 62. 호크니가 1973년 파리로 이주학 된 동기 중 일부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던 이유 그리고 지금 노르망디로 이주한 이유와 같았다. 그는 늘 자신의 고국이 압박감과 좌절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p. 72.  ... (호크니) 파리에 있을 때면 나는 늘 피카소 미술관을 갑니다.  미술관에 작품들이 뺴곡하게 있기 때문이죠.  작품들로 꽉 차 있어서 항상 내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훌륭한 미술가는 말년에 이르렀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은 영원히 새로운 작업을 하죠.   노년의 피카소는 굉장합니다.  그는 지금도 내게 영향을 미칩니다





2022년 6월 21일 화요일

연예부장

 조국과 장지연 명예훼손에서 김용호가 했다는 최후진술을 보니 실소가 나왔다

방송에서 하도 진지하게 구라를 쳐대니 뭔가 증거가 있긴. 한데 상대방 자존심을 고려해서 얘기 안 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결국 증인은 부르지도 못 하고 판사의 인정에만 호소하고 있더라.

셋 중 가장 문제있는 강도도는 해외여행가서 룰루랄라

가장 마지막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빠져나온 김용호가 구속 일순위가 될 건가.

빨간 구두처럼 어느 순간 통제를 못 하는 것 같긴 했다

그의 허튼 소리는 감방행으로 고쳐질 것인가


2022년 6월 12일 일요일

굶주린 여자

 인생에서 따뜻함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면 작년 병원에 입원했었던 기억이 난다

끔찍한 기억이었는데 약간 긴가민가 하는 정신없는 새벽. 새벽 네 시쯤 잠에서 깨서 눈만 뜬 채 뒹굴거렸는데

네 시 반에서 다섯 시 사이 그 날의 당번 간호사가 병동에 들어와서 환자들 혈압을 재고 환자 각각 잠시 들여다보다 돌아가곤 했는데  - 오전 여덟시 의사가 회진하기 전 간호사 회진이었던 듯 - 그 때 왠지 내가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었다.

딱히 나를 봐줄 보호자도, 간병인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 비록 보험환자니까 돌봐주는 거지만 - 날 봐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단 게 그저 좋았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굶주린 여자는 사기당하기도 딱 좋다


나의 정신이 황폐화되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닏ㆍ 정신이 번쩍 드는 이유이기도 한다

2022년 6월 5일 일요일

구내식당

뭔가 그럴 듯한 계획이 있는지 알았지만 진짜 아무 대책없이 옮긴 게 맞네.

새 정부 기관지라 할 수 있는 중앙이 최대한 좋게 써서 그런지 별 거 다 갖고 그런다는 옹호 댓글이 압도적이지만. 군인들 살던 집도 다 뺐고 들어가더니 쫄쫄 굶고 있는 게 왠지 꼴좋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공간이 좁아져서 전에 근무하던 사람들 상당수는 대기발령 상태라던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지난번 조선일보에서 질질 끌리는 바지가 사실 본인이 강력 원한 거란 기사가 나온 걸 보면 자신들이 옹립한 정부이다보니 오해는 풀어줘야겠다는 서비스마인드는 갖고 있는 것 같다만..
그래도 출근 전 요즘 인기라는 스타일러만 한 번 써도 지금 스타일보단 더 좋아질 듯.

2022년 6월 4일 토요일

쇠락한 도시

 주말이나 공휴일 좀 긴 산책을 하다 보면

역 건너편에는 19년 전 철수했다는 서울대 농대 빈 건물이 아직도 철수 안 된 채 군데 군데 폐가처럼 남아있고 광교로 옮겼다는 경기도청과 도의회 건물 앞에는 이제 막 흉가로 전락할 조짐이 보이는 듯 벌써 정리 안 된 폐가구와 쓰다만 에어컨. 쇼파 등이 널려있다

전형적인 쇠락해가는 도시풍경.

예전엔 공기관이 많았다던데 그 기관들 이미 경기도 다른 곳으로 다 이전한 것 같고.

내가 이사한 전 지역은 이제 웅비하고 있고

새롭게 이사한 도시는 빠르게 퇴화되고 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조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