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4일 토요일

오랜만에

이 공간에 들어온다.
집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은 자신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은 어느새 죄다 삭제해 버렸다.
그래서 고척동 이 집에 들어와서야 여기 오는구나...

이천십일년이 어느새 가버린다.
오랜 생각이었던 이사를 하긴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 였다.

평생 이렇게 후회만 할 순 없지..
더 나아가야 한다.
계속 제자리 걸음만 해선 안 된다...

2011년 11월 3일 목요일

율곡서원

주말, 엄마 아빠 언니와 함께 파주에 있는 율곡서원에 다녀왔다.

율곡 이이는 강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파주시로 이사와서 벼슬하기 전, 낙향 후 파주에서 쭉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엔 이이와 부인, 둘쨰부인, 신사임당, 화가였던 작은 아들 묘가 있고

율곡 이이가 살던 주택을 잘 복원해 두었다.

무엇보다... 산책하기 좋은 아름다운 곳이다.


굽이굽이 물결치는 단풍과 은행의 조화.



근처 큰 저수지도 다녀왔다. 이곳은 스산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자살 사건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을씨년스러운 게 이해가 간다.


저수지 근처에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고 지은 불법건축물들이 많았고 최근까지 아주 큰 정신질환자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강물은 흘러만 간다.

2011년 10월 24일 월요일

지속적인 민폐

를 끼치고 있다...

물론 다행이도 부모님이 오는 횟수는 줄어들지만...

1994년 어느 늦은 밤이 아닌, 어느 여름에 완공된 오피스텔인데...

참으로 많은 고장이 나고 있다.

천장


얼핏 보면 모양을 위해 저리 붙인 것으로 보일진대, 사실은 천장이 갈라져서 붙여놓은 것.

세탁기는 배수로 길이가 짧아 아빠가 고쳐주셨다...

이제 더 이상 손을 빌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래도 남산이 가까이 있으니 좋긴 하다.

밤에 산책가고 불꽃놀이도 먼 곳에서 구경하고...


지금은 N서울타워라고 N자가 하나 더 붙은 서울타워에서 시작하는 연인들을 바라보고...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츄리닝 바람으로 여기저기 다니고

그리고 또 다시 긴 산책길...



남산 도서관 휴게실에서 본 글귀.

"남산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여러분들이 뜻한 바 이룰 수 있길 기원합니다"

이 짧은 말에 왜 울컥했을까.

마치 여권 앞 외교통상부 장관의 당부하는 말씀을 읽었을 떄처럼...

아무런 상관없는 이들이 그래도 나를 지켜준다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기 떄문일까...

작은 뜻이라도 이루도록 하자.

이 바퀴벌레 천국에서.

이 추운 동토의 왕국에서.


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Into the world

주중 내내 바퀴벌레 색출을 하느라 몇 년은 늙러버린 듯 했다.
주말이 되어 조금 정신을 차릴 무렵, 집앞 남산도서관에서 비디오를 빌렸다.

인투더 월드.

실화를 바탕으로 숀팬이 연출한 영화이다.

한 젊은이가 있었다.

천구백구십이년 사월. 숲속 버스 안에서 아사한 채 수렵꾼에게 발견된 스물 세 살 청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물질가치적 삶, 이기적인 부모들의 모순된 삶을 되풀이하지 않겠단 일념 하에,
하지만 그 나이 또래 무계획적이고 약간은 낭만적인 느낌에 이끌려...

전재산 이만사천달러를 옥스팜에 기부하고 알래스카로 가겠다는 목적지를 갖고 긴 여행길에 오른다.

부모에겐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왠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순녀처럼.

목적은 다르지만 묻지마 출가를 한다는 건 동일하다.

그가 인복이 좋았던지, 히피부부, 맥도날드 직원들, 퇴역군인...

그가 가는 길엔 그의 불행한 인생의 마지막을 걱정하듯 친절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순수하지만 앞뒤 재지 않는 그의 심성을 걱정하기도 하고

그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가족 생각에 눈물흘리면서 진심으로 걱정한다.

영화는 그가 남긴 일기를 토대로 하나뿐인 여동생 역할을 하는 배우가 그의 심리상태, 자신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을 나래이션한다.

불가능한 목적지는 있지만 끝내 비극으로 끝난 그의 묻지마 행로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길을 찾는 이 젊은이가 숭산스님같은 선승을 만났다면 스님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조금만 더 적극성을 나타냈다면 자신의 양아들이 되길 바랬던 현명한 노인과 보람찬 인생을 설계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가 버린 총명한 청년을 기억하느라 새벽시간을 다 소비하고...

오늘 아침은 정말 늦게 일어났다...



2011년 10월 1일 토요일

살아본 소감

일주일간 살아보니
앞으로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거주지를 바꾼다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엄마는 주말마다 오길 바라지만
사실 그렇다면 굳이 온 보람이 없다...
내일 가서는 시월 말에 오겠다고 말씀드려야 겠다.

이 집의 좋은 점 하나는 옥상에 빨래 널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
그래서 찍어봤다.


항상 공사하는 건물이 있고

학교가 있고

어지럽게 널려진 건물들이 뺴곡하다.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시월

사사분기. 벌써 이렇게 세상이 흘러왔네.

구월엔 그 오랜 생각이었던 이사를 하고 나니 너무 길게 왔던 듯.

팔월은 여행 때문에 바빴고

칠월은,,, 마지막으로 그 시험을 봤었지.

유월은... 제주도를 또 갔었구나.

오월엔 홍콩과 마카오를 갔었고

사월엔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삼월엔 아주 잠깐 기뻤던 순간.

이월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몰랐던 기회를 놓쳐버렸고.

일월엔 설익은 기대감에 충만했었다.

이제 남은 삼 개월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바지를 널기 위해 옥상을 갔더니 발이 시릴 정도로 추웠다.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괜찮아. 나의 친구 전기장판이 있으니...

관리비 부담에 보일러를 펑펑 틀 순 없겠지만

전기장판이 많은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10월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 작은 방 안에서 좀 넓어졌으면...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김신용

이 사람은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 이십여년 간, 등단한 이후에도 상당기간 다양한 종류의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에서 "젠 체 하는"느낌이 없다. 아주 간결하고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아래의 시 환상통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환상통
- 김신용 -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려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밖

몸에 붙어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버린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밤 산책

일요일 이사하고 어제까지 아빠와 작은언니가 있어 좀 정신이 없었다.
오늘이 분명한 나만의 하루...
퇴근 후 남산도서관에 갔다가 해야 할 공부는 안 하고
김신용의 시를 읽고 나도 이제 이사도 했고 작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곃으니 시를 쓸 수있지 않을까
상상만 거듭하고
여덟 시 . 책읽는 열람실이 문을 닫자
소월길을 따라 하얏트 호텔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인데도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잠깐씩이라도 운동을 해야 이 군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좀 일찍 일어나 엄마가 해다 준 밥을 먹고 운동을 가자.
엄마도 이제 밥은 그만 가져다주셨으면 좋으련만...
밥통을 산 의미가 없어진다.
성능테스트를 어서 해 봐야 할 텐데.


하늘을 이고 있는 저 무수한 세월을 이겨낸 나무들처럼

나 역시 이곳에서 뿌리내리길 바란다.



2011년 9월 17일 토요일

두려움과 떨림

작년같은 일이 벌어질까 겁이 난다.
이삿짐을 이고 지고 왔는데 -
화장실은 고쳐지지 않은 상태. 집주인은 오지도 않고
부동산 여자 혼자 거드름을 피우고 그게 무슨 대수냐고 오히려 되묻는 상황...

먼 길을 왔기 때문에 되돌아가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문득 문득 걱정된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으므로...

지나간 기회에 대한 회한이 문득 문득 떠오른다.
내가 원체 미련많은 우둔한 인간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난 몇 해 간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하나 하나 조심스럽지만 마지막에 흐물어지는 경우를 워낙 많이 봐서이기도 하다.


지난 주 추석이 끝날 무렵 엄마가 작은언니와 함께 개봉역 근처 다이소 매장에서 오만원 상당의 그릇을 사 왔다.
대충 챙겼는데... 그릇을 오만원 어치나 산 걸 보니...
아무래도 그 작은 집 싱크대 수납공간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
엄마는 내가 혼자 사는 걸 시집가는 걸로 착각하시나 보다.

어제와 오늘 부모님이 친척 장례식에 간 이후 도대체 어떤 그릇을 샀을까 궁금해서 아직 뜯지도 않은 엄마의 장바구니를 열어보니...
그릇이 그다지 많지도 않았다.
천원 멀티숍에서 샀어도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그렇게 느꼈나 보다.

3.5kg미니 세탁기 십일만원
침대 십일만원
냉장고 이십구만원

도합 사십만원.
내가 산 이것저것 물품 - 대부분 쓸데없는 것으로 판명된 - 고무장갑, 세제, 세면도구, 기타 등등 - 오만원 상당
엄마가 사 준 많은 그릇들- 오만원

부동산 수수료 삼십육만원...
여기에다 책상과 의자를 추가한다면...
가뿐히 백만원을 넘길 기세.

엄마 아빠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떠나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짐을 지우고 있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그래도 최대한 민폐끼치지 않고 살리라 다짐해 본다.

제발 화장실은 고쳐주길. 주거부정인 전 세입자가 그 쓸데없는 고지서더미를 하루
발리 정리하길...

새 집에선 운동을 좀 해 보고
근처 도서관이 두 개나 있으니 잡지책만 들여다 보지 말구 공부라는 걸 좀 해 봤으면...


2011년 9월 13일 화요일

퍼스 - 호주의 얼굴

오년 전 시드니와 브리즈번 멜버른을 갔었다. 그 때도 여행차, 이번에도 역시 저스트 트래블링... 내 짧은 소견으로 호주는... 정착하기엔 좋은 곳이지만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크게 없는 듯. 엄청나게 비싼 물가...하며... 아웃백 탐험을 할 게 아니라면... 특별히 외롭고 싶다면 - 호주에 오세요. 허나... 주머니가 가벼운데 긴 여행을 원한다면 호주로 오지 마세요. ----------------------------------------------------------------------------------- 앞으로나 홀로 호주를 여행할 일은 거의 없을 듯 하지만.. 물가가 비싸고 일자리는 많은, 살긴 편한 이 나라는 많은 젊은이들을 부르고 있다. 서쪽 끝에 인도양에 접한 이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동양 청년들을 봤던가...

발리 - 태양, 원숭이숲, 그림

제주도의 세 배라는 발리의 중심부는 거대한 밀림과도 같지만 - 이동하기 쉽지 않아 주로 관광객들은 해변으로만 몰린다. 해변 중에서도 누사누아라는 곳은 고급호텔들이 많이 몰린 곳이고 멘장안이란 곳은 이동하기가 좀 불편하다. 짧은 여행인만큼 나 역시 많이 가는 곳만 갔다. 좀 아쉽긴 하지만... 잘 쉬고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쿠타 -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공간 - 그러나 바다 색깔이 좋지 않음. 서퍼들이 많다.
사누르 - 발리의 행정기관이 많이 모인 곳. 한적하고 꾸따보단 분위기 좋음
우붓 - 세 곳 중 가장 나앗던 곳. 원숭이 숲이란 곳은 안 가니만 못했지만... 곳곳을 장식했던 화상들은 인상깊었다. 예술의 도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잘 먹고 잘 자다 온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후유증이란 게 남아서 이후 성급한 결정을 낳는 결정타가 되어 버렸다... 어쩌겠는가. 우연으로 이루어진 게 인생이라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도 내 몫이다.

다시... 이사 준비

작년에 이사하려 했으나, 다세대주택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 아직 준비되지 못한 마음의 문제... 로 접은 후 계속 후회스런 나날이었다. 거의 일년이 지난 후... 다시 이사계획을 잡고... 이번에는 부모님도 그러라고 하고 나 자신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 구월 이십오일을 다시 이사갈 날로 잡았다. 바닥이 좋은 집. 오피스텔. 그런데 겉보기 좋은 바닥에만 집중하여 본 바 천장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천장이 아주 말이 아니었다. 화장실 환풍기도 없고. 이건 어찌어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실 변기 레버와 뚜껑 이상. 그건 다행히 발견하여 고치기로 했지만... 전세가 잘 없다는 걸 기회로 삼아 세입자에게 횡포를 일삼는 저 나쁜 부동산중개사와 집주인. 모든 게 순조롭게 지나갔으면. 그리고 부족하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뭔가 새로움을 맛보길.

2011년 8월 30일 화요일

9월

여름의 찌꺼기가 남아있지만 절기상 초가을.
봄과 가을은 기온은 비슷한데 피는 꽃과 식물은 확연히 다르다.

천구백구십칠년 삼월 말. 흐드러지는 개나리꽃을 보면서 왜 저 개나리는 가을에는 피지 않는 걸까 궁금해 했었다.

이제 곧 따뜻해질 거라는 기대와 이제 곧 추워질 거라는 걱정. 이것이 봄과 가을의 가장 큰 차이 같다.

추워지는 게 더 많은 희망을 나타내길 바래 본다...

2011년 8월 27일 토요일

가을이 오고 있다

목요일부터...
목이 타는 더위가 느껴진다.
그렇게 지겹던 비는 볼 수 없어 다소 안심은 된다. 그러나...
이토록 뜨거운 여름은 차가운 가을을 위한 준비기간임을 이미 알고 있다.


9월 25일. 이 날은 가을을 알리는 시간이자
고생길로 들어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고통 중 간간히 느끼는 희망도 성취도 있을 것이니...]
예외적일 그 시간을 기대해 보자.

짧은 여행의 기록 - 발리



신혼여행지로 많이 찾는다는 발리.
삼박사일의 짧은 기간을 홀로 방문했다

처음 비행기가 난데없이 취소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다시 이후 비행기로 예약하고

지루한 갈아타기, 추운 기내...

이런 환경을 모두 물러치고 발리 입성.
튠호텔 도착.

2011년 8월 7일 일요일

오늘은...

파주 언니 집들이를 다녀왔다. 더운 날씨를 이기고 이사한 언니를 보니 드는 조바심... 나도 어서 이사해야 하는데... 조카들을 보니 걱정도 잠시 사라지고 이 귀여운 아이들... 잘 자라나기를 기도했다. 저녁엔 현주를 만나 직장생활의 고달픔과 해답없음에 절망하고 광명시장에서 천원짜리 잔치국수를 먹었다. 추천해 주고 싶다. 콩국수는 삼천원이고 비빔국수는 이천원인데 이 모든 걸 여름이 끝나기 전 먹어보리라 다짐하면서... 그렇게 팔월의 일요일들 중 첫번째 일요일이 끝나버렸다... 다음 두 번째 일요일은 발리에서, 세 번째 일요일은 퍼스에서 네 번째 일요일은 거리에서 다섯번째 일요일은 남산에서 맞겠지.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포기

포기해야 하는 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일...
결국 이 일이 장기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힐 것인가에 달린 듯...

2011년 7월 18일 월요일

부러운 휴가자

작년 팔월부터 출산휴가와 육아휴가를 연달아 냈던 은정언니가 오랜만에 휴대폰 메시지를 보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해서 다시 장기휴가를 들어가야 한다는 것.

마흔이라는 나이에 둘째아이를 임신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기혼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우리 회사이기에...- 병가나 미혼여성의 휴직엔 가혹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지금 추구하고 있는 가치이기에 그런 듯 하다. 어쩔 수 없다.

전화와 서류 팩스 전송이면 휴가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실은 좋기도 하다고 한다.

은정언니도 회사다니길 엄청 싫어해서 - 허나 그녀는 우수직원이었다 - 첫아이를 낳았을 때에도

한편으로는 육아라는 게 큰 스트레스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언니가 원했던 번역 일을 틈틈히 하게 되어서 좋기도 했고

무엇보다 회사에 나오지 않는게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휴가를 내고

생각했던 걸 실행할 수 있다면 좋을 거란 부러움이 들었다.

하지만 난 아줌마가 아니기에...

이런 휴식이 불가능하다.

아줌마가 좋을 떄도 많겠구나.

하지만 내겐 불멸의 꿈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끊임없는 비

폭염은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장기간 비는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

여름을 기억하면 가끔 쏟아지는 소나기,
열대야, 모기, 보조기를 차서 등에 땀이 흥건이 베었지만
아버지의 윽박지르던 소리에 아무말 못하던 어린 날.

놀고 싶지만 친구가 없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은 그 시절의 무한반복.

담주는 어차피 혼자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시간들.

비는 그만 오고 쨍한 햇살과 강한 바람이 비를 대신한다면

조금이나마 기분좋은 나날들이 될 것이다.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휴가

오후, 내일 휴가를 냈는데
결국 있을 곳은 도서관 뿐 없더냐...

시험에 합격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그 시험이란 게 워낙 희박하고

나 역시 이제 공부에 몰입할 연령도 아니라서, 건강도 나쁘고.. - 물론 이것 또한 핑계일 뿐이지만 -

쉽게 그 모든 게 되지 않는다.

이곳에 다닌지 십삼년.

시험을 봐서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2011년 6월 11일 토요일

케나다 풍경


오년 전. 캐나다 여행 사진.
시원한 산이 다시 나를 부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줘.

몇년이 더 지나야 더 먼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등산화도 좋은 것으로 샀으니 맘만 먹으면 한라산이나 지리산은 쉽게 오를 수 있겠구나.

2011년 6월 9일 목요일

두 번의 장례식

회사 직원 사망에 이어
어젠 조카 - 정확하게 말하면 이모 딸의 아들.... 그러니 오촌인가 - 의 사망이 있어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보통 이 계절에는 결혼식이 몰려있는 시즌인데
내가 적지 않은 나이를 먹어서일까 결혼식은 없고
올해는 장례식 투성이다...

심장질환으로 이년여 투병을 했는데, 최근에는 이식수술도 받고 건강이 급격히 좋아져 - 건강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문제다 - 살이 많이 쪘다고 한다(이건 더 큰 문제).
그래서 면역억제제 양을 늘렸는데...
양을 늘리자마자 아이가 구토에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담당의사는 학회참석차 해외출장중이고
인턴이 이 약 저 약 마루타마냥 처방하다가...
결국 숨을 거둔 것이다.

너무 억울한 죽음인데...
형부도 제약회사 직원이라 약에 대해 아주 모르는 건 아니고
가족 구성원들도 의사 간호사 약사 판사까지 있는데...
이들의 의견은...
의료사고인 듯 보이지만 이미 사망한 마당에 무엇 소송할 거리는 안된다는 것...
자식없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무튼 사촌언니는 자식을 가슴에 묻으려 한 듯 보였다.

아이가 사망 전
너무 힘들다고... 죽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아픔없는 세상으로 간 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이었을까...
신이 미리 인간의 갈길을 정해놓았다면...
급속도로 회복되었던 지난 삼개월은 이 결말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오전에는 - 장애인등록기간이 만료되었다며 다시 연장을 해야 한다고 하여...
부평에 있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진단서도 첨부하여 동사무소까지 갔다왔다.

각종 서류가 많아지는 것이...
아마 정부에서 6급 이상 장애인들에게 주는 지하철무료승차 혜택을 줄이려 이 난리를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 남은 유월은 좀 좋은 일들이 있었으면...

2011년 5월 30일 월요일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부장님이 오늘 새벽 월드컵 경기장 근처 수풀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아홉 시가 넘어도 회사에 나오지 않자 서무가 집에 전화를 걸었고 서울대 공대에 다닌다는 아들내미가 어렵게 말을 했다고 한다. 자살이자 변사체라 경찰서에서 이런저런 서류도 쓰고 조사도 받고 ... 그랬나 보다.

지병도 없고 특별히 크게 이상하단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직원 모두들 충격이었다. 병원도 아닌 전문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형제는 여섯 명이라던데 그 중 한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들 딸 사모님과 함께...

사모님은 국내 굴지 출판사에 다니고 계셨다. 노모 봉양 문제로 좀 다투었던 것 같고 형제들과 사이도 소원해진 것 같았고 자녀 학비 문제로 걱정도 되었고... - 두 분 다 잘 버시는데 왜 돈문제가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 아무튼 우리 사무실 다른 부장들이 앞다퉈
"저 분은 회사 일이 아닌 집안 사정으로 돌아가신 거다. 그러니 밖에 나가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아라"라며 신신당부한다.
좋지 않은 일을 여기저기 떠벌일 직원도 없지만 그 직원들도 믿지 못해 내부 단속을 해대는 꼴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백프로 집안일 땜에 자살하는 사람보단 여러 이유가 겹쳐 생의 의지를 잃어 자살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달동안 회사 실적을 높인답시고 회사에서 새벽 두세시까지 근무하시던 그 분 모습이 떠올라 맘이 좋지 않았다.

썰렁한 빈소에서 사모님과 아직 앞날이 창창한 자녀분들을 보니 ... 안타까웠지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지 않겠는가.. 말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죽은 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먼 저승에서 자신이 저지른 업보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할 뿐...

부장님의 영혼이 평안하셨으면 한다. 가족분들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주시길 바라며...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추모와 몇 가지 좋은 기억 뿐.

2011년 5월 13일 금요일

스타페리 - 침사추이 역 근처





평범한 전망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온다.

홍콩섬에서 바라본 구룡보단 구룡섬 침사추이 근처에서 바라보는 홍콩섬이 더 멋지다.

마치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동에서 바라보는 옥수동보단, 옥수동에서 바라보는 압구정동이 더 멋져 보이듯이...


스타페리역 근처에는 이 킬로미터에 걸쳐 하버시티라는 아주 큰 쇼핑몰이 있다.

이층에서 본 거리







홍콩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이층 다리가 상당히 많다. 마치 중경산림에서 왕정문이 걷던 그 길고 긴 지하도처럼... 지하가 아닌 지상에 육교식으로 이어진 수많은 다리들...그리고 이층트램을 타고 창밖으로 조심스레 팔을 뻗어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건물들, 그 안에서 열심히 과자며 음료수를 팔아대는 사람. 조금만 더 가면 나오면 조그만 해변. 그 안에서 열심히 수영하는 사람들...

중국 불상





리펄스 베이라고 명명한 홍콩 바닷가 끝엔 틴허우 상이라는 커다란 불상이 있다. 란타우 섬 불상과는 달리 좀... 명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살상이라고 하는 게 적당할 듯 하다.

중국 절은 알록달록 천연색으로 필한 건물과 우리나라 불상과는 사뭇 다른 불상의 신나는 표정, 여기저기 용 그림이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절과의 차이점이다.

2011년 5월 10일 화요일

구룡공원




홍콩섬 센트럴에서 페리를 타고 다시 구룡으로 갔다.
구룡공원엔 우리나라 이태원 이슬람성원처럼 거대한 이슬람 성원이 있다. 그래서 각종 히잡을 두른 여인들, 터번을 한 남성들... 수많은 서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한데 어울려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콩중앙도서관






란타우 섬에서 돌아오고 숙소에서 좀 쉬다가 숙소에서 5분거리 홍콩중앙도서관에 가 보기로 했다.

책읽기는 싫어하지만 서점가는 건 좋아하고 공부하는 건 원치 않아도 도서관에서 멍때리는 건 즐겨하므로,..
언제나 어딜 여행하든 그 지역의 도서관 탐방은 내가 흥미있어하는 활동이다.

중앙도서관에 가길 위해선 빅토리아 공원을 지나야 한다. 이 공원은 언제나처럼 긴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쉼터로서 자리잡고 있었으나... 좀 지나자 구름다리를 지나 10층짜리 거대한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도서관이라고 해도 건물 모형이나 소장 책의 양이 장난 아니었다. 홍콩이란 지리적 위치 탓에 광둥어, 북경어, 영어, 그리고 일어책, 한국어책도 많았다.

자료실엔 세계 신문을 그날그날 볼 수 있게 준비해 두었는데 우리나라 신문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전시되어 있었다.

컴퓨터 이용도 자유로와 마카오 호텔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렇게 걸멍 쉬멍 놀멍... 하다가 도서관 폐관시간인 9시경 숙소로 다시 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