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1일 목요일

파란 대문

나이가 들고 점차 알레르기성 체질이 되다 보니
뭔가 잘못 먹었을 떄 피부에 붉은 발진이 확 일어난다.
지난번 피부과에 갔을 때, 그럴 때 바르라고 의사가 '리도맥스'라는 경증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효과가 즉각 나타나다가 이젠 그것도 가물가물... 좀 경증일 땐 버츠비 레스큐를 바르면 좀 완화되는 경향이 있길래 어젯밤, 가려움에 두 개를 병용해서 발랐는데.. 아침에 가려움에 새벽 네 시에 깼다.
아무래도 저녁에 그린마테차 한 병을 복용하고, 옥수수스낵을 같이 먹은 게 탈이 난 것 같다.  마테차를 적당히 먹었어야 하는데, 생수도 아닌데 생수마냥 먹었으니 탈이 나는 건 당연하다... 해조류ㅡ차-치킨과 돼지고기... 이 세 종류는 피해야 한다. 이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 증상에 반항하는 듯 세 가지를 모조리 먹을 때가 있으니.. 이건 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는 나의 육체에 관심을 기울이자.  관심직원에 이은 관심중년이 되지 않도록.

어쨌든, 새벽에 일어나 가렵다고 긁어대다 뭔가 관심을 둘 만한 것을 보면서 가려움증을 잊어보자 싶어, 컴퓨터를 켜고  김기덕 감독의 '파란 대문'을 다시 보았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이지은과 이혜은의 sisterhood를 다룬 영화.

바닷가 파란 대문 여관에는 - 포항이다 - 에는 여대생 딸,부모, 한창 성적 호기심이 왕섣한 동생, 어릴 적부터 함께 살지만, 이 여관의 영업(매춘)을 도맡아 왔단 이유로 대학생 딸의 괄시의 대상이 되는 '진아'가 함께 산다.

사실, 진아는 이 집 남자들 - 아버지와 아들 - 의 매춘 대상이 되기도 하고 , 쉬운 여자라는 인식 탓에 나쁜 기둥서방의 학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결국 둘은 극적으로 화해하게 되고, 그 화해의 표시는? 몸이 아픈 진아를 대신한 딸의 대리매춘으로 이어진다...

김기덕 감독다운 영화로 결말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의 영화에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결말이기도 하다.

1998년도 영화인데, 이 때만 해도 영화는 다소 순진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조연으로 나오는 여관손님들의 어설픈 연기, 건너뛴 전개 등... 그러나, 색감은 여전히 좋고 이지은은 그녀의 TV연기보다 진일보된 가장 역할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김기덕 감독의 명작은 수취인불명, 그 다음은 악어, 아마 이 영화는 네 번째쯤 자리잡은 영화인 것 같다.

적어도 뫼비우스보단 나은 영화이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난 후 잔향에 잠기다보니 어느덧 출근시간.

이 가려움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영화는 좋았지만, 다신 가려움에 자다 깨서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 바랄 뿐이다.

2014년 8월 8일 금요일

난중 일기

영화 명량을 보고 난중일기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는 아직 청계천이 허물어지기 전, 한자 반 어색한 한글 반 난중일기 문고판이 있다.  먼지쌓인 책을 읽어보면서 느낀 점이 두어가지 있다.

- 난중일기 이전에도 일기를 꾸준히 썼을 것이다.  난리중에도 글을 쓴 걸 보면, 난리 전에도 꾸준히 일기를 썼을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다.  난전일기는 어디에 있을까.  존재하기는 할까?
- 일기 중,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날씨 이야기 말곤 "오늘은 나라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지 아니하였다"는 표현이다.  조선시대에는 제사가 큰일이었음에 분명하다.  개인의 삶에도, 나라 일에도 제사 때문에 하고 못하는 게 결정되고 산 사람 일보다 제삿일에 더 힘쓴 경우도 많았나 보다.
- 일주일 개념이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일하고 쉬는 기준을 만들었을까.  그러고 보니 어쩌면 제삿날이 휴일의 역할도 했으리라.  시간의 기준이 다르니 사는 방식도 달랐을 것이다.
술마시고 개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공무에 사적인 일을 끼워놓는다는 것.  그런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일기장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진기한 보물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