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점차 알레르기성 체질이 되다 보니
뭔가 잘못 먹었을 떄 피부에 붉은 발진이 확 일어난다.
지난번 피부과에 갔을 때, 그럴 때 바르라고 의사가 '리도맥스'라는 경증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효과가 즉각 나타나다가 이젠 그것도 가물가물... 좀 경증일 땐 버츠비 레스큐를 바르면 좀 완화되는 경향이 있길래 어젯밤, 가려움에 두 개를 병용해서 발랐는데.. 아침에 가려움에 새벽 네 시에 깼다.
아무래도 저녁에 그린마테차 한 병을 복용하고, 옥수수스낵을 같이 먹은 게 탈이 난 것 같다. 마테차를 적당히 먹었어야 하는데, 생수도 아닌데 생수마냥 먹었으니 탈이 나는 건 당연하다... 해조류ㅡ차-치킨과 돼지고기... 이 세 종류는 피해야 한다. 이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 증상에 반항하는 듯 세 가지를 모조리 먹을 때가 있으니.. 이건 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는 나의 육체에 관심을 기울이자. 관심직원에 이은 관심중년이 되지 않도록.
어쨌든, 새벽에 일어나 가렵다고 긁어대다 뭔가 관심을 둘 만한 것을 보면서 가려움증을 잊어보자 싶어, 컴퓨터를 켜고 김기덕 감독의 '파란 대문'을 다시 보았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이지은과 이혜은의 sisterhood를 다룬 영화.
바닷가 파란 대문 여관에는 - 포항이다 - 에는 여대생 딸,부모, 한창 성적 호기심이 왕섣한 동생, 어릴 적부터 함께 살지만, 이 여관의 영업(매춘)을 도맡아 왔단 이유로 대학생 딸의 괄시의 대상이 되는 '진아'가 함께 산다.
사실, 진아는 이 집 남자들 - 아버지와 아들 - 의 매춘 대상이 되기도 하고 , 쉬운 여자라는 인식 탓에 나쁜 기둥서방의 학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결국 둘은 극적으로 화해하게 되고, 그 화해의 표시는? 몸이 아픈 진아를 대신한 딸의 대리매춘으로 이어진다...
김기덕 감독다운 영화로 결말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의 영화에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결말이기도 하다.
1998년도 영화인데, 이 때만 해도 영화는 다소 순진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조연으로 나오는 여관손님들의 어설픈 연기, 건너뛴 전개 등... 그러나, 색감은 여전히 좋고 이지은은 그녀의 TV연기보다 진일보된 가장 역할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김기덕 감독의 명작은 수취인불명, 그 다음은 악어, 아마 이 영화는 네 번째쯤 자리잡은 영화인 것 같다.
적어도 뫼비우스보단 나은 영화이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난 후 잔향에 잠기다보니 어느덧 출근시간.
이 가려움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영화는 좋았지만, 다신 가려움에 자다 깨서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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