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출근길,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보니 "삼화저축은행 6개월 영업정지"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
부실저축은행은 당연히 정리되어야 한다. 이 명제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번 사건에 내 맘이 너무 아픈 건,
자산규모 1조 4천억원이라는 이 대형저축은행을 이용하는 7만여 고객 중 나도 끼어있기 떄문이다.
은행 홈페이지는 당연히 열리지 않았고
강남점 신촌점 어디에도 전화는 받지 않아 급한 김에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를 돌려보니...
오늘 아침 전격적으로 발표한 사안이라 예금 지급일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다만 예전과는 다르게 수도권 소재 규모가 큰 저축은행이라 빨리 빨리 매각시킨다는 게 계획이란다. 다만, 내 예금만기가 삼월이라 하니...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면 가지급금 지급기간에 일부는 찾을 수 있고 일부는 경영정상화라는 멀고 먼 숙제과정에서 찔끔찔끔 찾을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하신다...
분명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돈받는 과정 또한 멀고 먼 고난의 행군이 될 듯 하다.
지난 팔월
칠개월에 4.2% 이자를 주는 구조였으니, 꽤 높은 이율이었고
설마 칠개월 사이 이렇게 전광석화같이 은행이 망할 줄은 예기치 못했던 것이다.
작년 말 메리츠증권에서 인수하려 했으나 PF대출이 많아 포기했단 말을 들었을 때에도
서울저축은행이나 푸른2저축은행처럼 어딘가에 인수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경영이 어렵다 한들 만기일인 삼월까진 망하지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보니
이렇게 불안한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찾을 수는 있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축은행에 돈을 넣는 건 참 불안한 일임을 꺠닫는다.
생각해 보니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하나투자신탁으로 바뀐 대한투자신탁에 얼마간을 저축해 둔 것도 대우증권 채권미수금을 받지 못한다는 일에 연루되어 마이너스 이십오만원의 소소(하지만 당시 내겐 컸었던)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고,
그 화려했던 차이나솔로몬펀드도 내가 들자마자 수직하락추세... 아직도 여전히 마이너스...
이런 마이너스의 손이 또 어디 있으랴...
그간 자금 운영의 실패사항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정확히 공고문을 주시해서 제깍제깍 돈찾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되,
다른 중요한 일도 있는 만큼 너무 매달리지는 말자.
아마도 내가 집을 사는 그날은
다음 아고라 논객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아파트 빵원되는 날의 시초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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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오늘 다시 예금보험공사에 전화해 보니 26일부터 한달여간 가지급기간이니 만기가 3월이나 4월이면 좀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단다. 그러면서 상담원은 자신 부인도 자신 모르는 새 이 은행에 삼천만원인가를 예금해서 자신이 화냈다며 하지만 예금자 보호 이내 금액이라 여름이 오기 전 찾을 거라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 신촌 삼화저축은행은 문이 깊게 잠겨 있었다.
그렇다면 후문을 통해 은행 볼 일을 본단 말인가.
후문은 또 어디?
날씨 풀리면 점심시간이나 퇴근할 때 빙 돌아오는 전철을 타, 은행 상황이 어떤지 빼꼼히 들여다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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