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이후 눈은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때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자신이 이 계절의 주인임을 과시하고 있다.
산, 철로, 바위에 내린 눈은 들러붙어 잘 녹지 않는다. 그렇다고 얼음이 되어 버리는 것도 아니다.
여러 모로 생각해 볼 때 비보단 눈이 더 강력한 존재인 것 같다.
물은 곧 사라지지만 눈은 형태를 바꾸면서 계속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으니 말이다.
눈이 눌러앉은 철길을 보고 있으니 한 이십년 전 쯤,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개봉했었던 영화
"얼지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가 기억난다.
거리를 지나다가 참 특이한 제목이다 싶어서 포스터를 한참 봤었다.
소련 해체를 배경으로 어린 아이가 엄청 고생고생 생존해 가던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ㅡ
지금은 없어진, 월스트리트어학원으로 변해버린 그 자리를 지나면서 너무 처량한 영화제목이라 흥행에 성공하진 못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예상대로 흥행참패했던 그 영화.
얼지 않고 죽지 않는 것 자체를 부활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얼지 않고 죽지 않았으니 부활이 예정되어 있단 얘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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