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SBS에서 방영했던 "맥도날드 할머니"의 여파인가.
나이들어 어떻게 살아야 주위 사람들에게 폐끼치지 않고 사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점차 모호해진다.
불치병의 일종인 공주병을 앓고 어이없는 소망을 품은 채 살아가지만
적어도 그녀는 누군가에게 손벌리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사는 건 아니기에
본인이 굳이 시설에 들어가는 걸 거부한다면 그냥 그 상태 놔두는 것도 크게 해되지 않는다 싶었다.
그런데 동생이라는 사람의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어머니가 자신과 언니를 너무나 차별해 키우고
그래서 부모님 사망 이후 손에 물하나 묻히지 않고 살아온 언니가 저리 된 것이라며
아예 본인은 언니가 자신을 찾아올까봐 두렵다고 한다.
까칠한 할머니 성깔로 보건대
굳이 동생에게 눌러붙으려 하지는 않을 턴데...
왜 동생은 그렇게 할머니를 미워할까.
어릴 적 상처가 원인이 된 듯 보이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동생에게는 할머니의 존재 그 자체가 부담인 듯 싶었다.
TV에서도 할머니의 그나마 화려했던 과거를 끄집어 내고
할머니의 이해 불가능한 사고와 과거를 과거 직장동료, 가족 등을 통해 후일담을 양산해 내니
할머니는 이제 늦은 밤 맥도날드에서 쪽잠을 취하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남에게 폐끼치지 않는 한 누구든 내맘대로 살면 된는 게 최저 한계라고 생각했었는데
종류는 좀 다르지만 할머니의 경우를 보니
적극적인 의미의 "폐"를 끼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존재 그 자체로 부담이 됨을 꺠달았다.
늙는 것 그 자체로도 많이 힘겨운데
나의 늙어가는 육신 그 자체가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는 그 사실은 참 쓸쓸하고 고단해 보인다.
이래서 인생은 고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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