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5일 금요일

선녀와 나무꾼

방한에 신경쓰느라 패션은 개나 줘 버린 나의 패션을 보고 회사 남자직원은 꼭 회사 끝나고 나무 캐러 가는 사람 같다고 놀린다.
겨울철이면 항상 좀 큰 배낭에 트래킹화를 신고 다니는 내 모습은 전형적인 나무꾼의 모습이로다.
나무꾼 곁에는 선녀가 있어야겠지?
나무꾼이 여자니 선녀 역할은 가브리엘이나 미카엘같은 천사가 어울리겠구나.

어릴 적 선녀와 나무꾼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그깟 옷 좀 잃어버렸다고 나무꾼과 결혼할 생각을 한 선녀도 바보같단 생각이었고
본심을 숨긴 채 아이 셋 낳을 동안 하늘로 돌아갈 날만 기다린 선녀가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이 이야기는 어린이가 읽기에 참 관능적인 동화이기도 하다. 

천사들도 옷을 뺏기면 갈 길 포기하고 나무꾼과 결혼할까.  아니면 뒤도 안 보고 도망칠까.
아마 옷을 훔친 사람 얼굴을 봐 뒀다가 생각해 보고 결정할 것이다.

겨울은 나무꾼도 천사도 참 외로운 계절.

2016년 1월 27일 수요일

벌써 1/12가 지나가네.

결심 따윈 안 한 지 오래 되었고,
대신 올해 첫 달 한 달 동안 여기저기 돈쓰는 일은 참 많이 하고 다녔다.
- 휴대폰을 드디어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 Lg클래식폰인데, 보급형으로 나온 거라 많이 싸게 샀다.  알뜰폰으로 바꿀까 하다가,어차피 알뜰폰도 기계는 사야 하는 내 현실을 반영해서 기기변경으로 샀다
요금제를 LTE중 가장 낮은 걸로 했는데 싼 게 비지떡임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도 일단은 그럭저럭 쓸 생각.
-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 계속 가입해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올해 연말정산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토해내는 바람에.. 계획보다 일년 더 먼저 가입했다.
십오년 내고 십년 받는 형식이다.
앞으로 십오년... 회사에 계속 다녀야 연금이든 뭐든 받겠내.,.
- 보일러를 고쳤다
: 사실 아직도 난방은 되지 않는다.  오직 온수만 될 뿐...
난방까지 되게 하려면 육십만원 가량은 더 써야 하는데...
나의 부주의함으로 온수밸브가 얼었으니 그냥저냥 이대로 쓰려 한다.  당분간은.

새해도 역시 다치지 않고 똑바로 보고 걷고 행동하는 게 일순위 주의점.  특히 고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일은 없어야겠다..

또한,올해는 조카 채환이의 대학입학이 결정되는 한 해이니 채환이 노력보다 더 좋은 대학에 철커덕 붙길 바란다.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예전과는 다르다

작은언니의 병환은 생각보다 큰 병이 아니었다.  천만다행이다...
엄마는 예전처럼 청소를 하러 가시고 아빠는 예전처럼 산에 다니면서 소일하신다.
그리고 난 여전히 회사를 다닌다.

요즘 든 생각은,
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에서 있었던 시간 그대로의 한국을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한 마디로 한국은 계속 변하지 않은 채 있는 모양새라고 할까..
지난 며칠간 우연히 해외에서 아이를 낳고 생활하시는 여자분의 블로그를 봤는데,
한국 직장생활에 대해 회식과 룸싸롱 문화가 문제라고 씌여져 있었다.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동감을 표시했는데...
내 생각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일단,
몇년 째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로 그렇게 자주 회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차를 끝낸 후 2차는 마음맞는 사람끼리(여기에 강요가 있을 순 있다) 갹출해서 2차를 가는데, 본인 개인돈이 들어야 하므로 2차는 많이 간단하게들 한다.
그리고 룸싸롱...
회사원, 일반적인 평직원이 룸싸롱을 가는 경우는 예전부터 거의 없었다.  노래방도 아니고 룸싸롱은 단가가 세기 떄문이다...
그리고 요즘은, 성매매 특별법 + 몸보신 문화로 더욱 그런(룸싸롱가는) 사람이 드물다.
괜히 자칫 잘못해서 신세망칠 순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므로,

아무튼, 사람들이 갑자기 원치 않게(?) 건전한 회식문화, 직장문화를 영위하게 된 건, 계속되는 불경기와 강력한 성매매단속,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혼자서도 많은 걸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문화가 한몫한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제 한국의 밤문화도 예전과는 틀리다...
영업시간은 밤 10시, 12시 그대로지만,
그 시간까지 즐기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으며,
여럿이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문화는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아마 오랫만에 한국에 온 교포들은 여전히 한국의 직장문화가 빡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도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
다른 나라에서 20여년에 걸쳐 달라진 문화는 한국에서 5년 이내 바뀔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요즘 든 쓸데없는 생각이다...


2015년 9월 16일 수요일

위로의 기술 2

언니가 걱정되어 전화를 몇 번 했는데 그게 다시 역효과다.
너한테 일일보고할 정신없다고 소리지르는데 이해가 가다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여하간 그러하다.
나중에 수술받게 되면 최대한 편의를 봐줘야지... 그게 그나마 마음이 편한 길이다.

그리고 당사자가 최대한 편할 수 있도록.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위로의 기술

작은언니가 갑작스레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악성종양 가로 세로 0.8센티미터가 발견되었고, 가급적 빨리 치료스케쥴을 잡아야 한단다.
아직 수술과 방사선치료만 할지, 수술과 항암요법을 같이 쓸지까지는 결정되지 않았단다.  아직 몇 기라고는 말을 안 했단다.  그건 뚜껑을 열어봐야(?) 즉, 구체적 치료스케쥴을 따라가야 안다면서... 단지 초기암이긴 한데 몇 기냐라는 것보단 종양의 모양과 전이여부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면서.

언니가 울면서 전화했고, 정말 슬프고 암담했다.  그러나... 나의 냉담한 말투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어 언니의 마음은 편안해지질 못했다.

다음 주, 수요일 조직검사에는 큰언니가 함께 가기로 했다.
수술을 한다면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내서 내가 가기로 했고,
언니의 휴직은 아마도 길어질 것이다... 길어야 겠지. 사람 몸이 중요하지 일이 중요할까.

이렇게 우리 세 자매는 한 명은 치료받고 두 명은 최대한 간병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모았지만, 당사자의 불안함은 아마 계속될 것이다.

언니의 건강을 바라며,
또ㅡ 나의 마음이 진정성있게 발현되길 바라며...
행복한 가을은 물건너갔구려.

2015년 6월 9일 화요일

권테, 피곤, 열망

하루종일 시달림을 당하는 게 여간해선 적응되지 않는다.
아마 이십 년이 흘러도 그대로일지도 몰라.



2015년 5월 24일 일요일

생일 기분.

생일을 맞아 단조롭지만 가끔은 외로운 마흔 살을 맞고 있을 딸내미를 생각해서 엄마 아빠 언니가 집으로 왔다.
준비한 건 아무것도 없기에 용산고 건너편 원조감자탕에서 감자탕 대자 하나와 볶음밥 이인분을 배터지게 먹은 것으로 생일턱을 냈다.
총 이만구천원이니.. 참 알뜰하고 배부른 점심이었다.
언니가 사 온 작은 케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남산에 올라갔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아시아 각지에서 온 많은 관광객으로 버스에 치일까 조심해야 할 정도였다
한 시간 반에 걸쳐 산에 올라가서 - 아이스크림을 먹고 사람구경을 하다 - 집으로 돌아와 굿바이했다.

내일이 지나면 다시 휴일이 오기 어렵다.
추석이나 되어야 평일에 쉴 수 있을 것이다.
그 땐 어딜 가긴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