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8일 금요일

난중 일기

영화 명량을 보고 난중일기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는 아직 청계천이 허물어지기 전, 한자 반 어색한 한글 반 난중일기 문고판이 있다.  먼지쌓인 책을 읽어보면서 느낀 점이 두어가지 있다.

- 난중일기 이전에도 일기를 꾸준히 썼을 것이다.  난리중에도 글을 쓴 걸 보면, 난리 전에도 꾸준히 일기를 썼을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다.  난전일기는 어디에 있을까.  존재하기는 할까?
- 일기 중,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날씨 이야기 말곤 "오늘은 나라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지 아니하였다"는 표현이다.  조선시대에는 제사가 큰일이었음에 분명하다.  개인의 삶에도, 나라 일에도 제사 때문에 하고 못하는 게 결정되고 산 사람 일보다 제삿일에 더 힘쓴 경우도 많았나 보다.
- 일주일 개념이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일하고 쉬는 기준을 만들었을까.  그러고 보니 어쩌면 제삿날이 휴일의 역할도 했으리라.  시간의 기준이 다르니 사는 방식도 달랐을 것이다.
술마시고 개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공무에 사적인 일을 끼워놓는다는 것.  그런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일기장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진기한 보물이 되기도 한다.





2014년 4월 24일 목요일

잔인한 사월

2014년의 사월은 참 잔인한 세월호가 그 긴 세월을 파먹으면서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그리고 사건 원인 이 과연 무엇이냐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주고 받는다.  대부분의 대형 사건사고처럼 부패와 무책임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원인 외에도 사망원인과 관련한 합리적인 의심이 있긴 하다.  바로 꺠끗한 시신.  물론 가족으로서 깨끗한 시신을 마주하게 되어 고맙고 더 애틋한 마음이 들긴 할 것이다.   그러나 물 속에 일주일 넘게 있었는데도 이렇게 시신이 깨끗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늘 너무 힘들어 오후 휴가를 냈다제깍 집에 것이지 아무것도 하면서 두어 시간 쏘다니 다가 집에 왔다.   어쨌든, 그렇게 돌아다니다 어찌어찌 라디오를 듣게 되었는데  –  비교적 차분한
할머니가 라디오와 인터뷰하는데 손자의 시신이 뽀얀 얼굴에 눈만 감고 있어  떠보라고 하면 같다는 말을 한다그런데 다른 부모들도 다들 그런 식으로 말한다시신이 너무 꺠끗해 마치 시간 전까지 살았을 것만 같다고심지어  어떤 부모들은 인공호흡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물론 실패로 끝났지만..
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어떤 게으름뱅이 해병대 출신 직원이 있었다 직원 , 시신 건져 올리기 가장 두렵고 적응 되는 일이었다고 한다왜냐하면, 시신이 물에 있으면 계속 불어서  부피가
많이 나가게 된단다그래서 건져올리기도 힘들고 퉁퉁 불은 시신을 마주하는 괴롭다고.
그래서 물어봤었다시신이 얼마나 오래 있어야 그렇게 불게 되느냐고 직원 며칠만 지나도 퉁퉁 불어 일하기 사납다고그래서 그렇게 물속에서 자신을 수습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겠냐, 물귀신이 가장 무섭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아니라고그래서 강물에 빠져죽는 사람은 있어도 바다에 빠져 자살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망망대해에서 표류 하는 두려운 자살을 생각한 사람도 마찬가지인 거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지난 시신이 그렇게 꺠끗할까부검을 보면 직접적인 원인이 나오긴 것이다그러나 깨끗한 시신을 이기는 마뜩치 않을 것이다.. 그나마 깨끗하게 가는데 부검한다고 배를 가른다는 가족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어쨌든, 외에도 미증유의 비극에 대해 각종 의문이 생기는 어쩌면 당연하다모든 국민들이 과학지식으로 무장하진 않았으니까그래서 침몰 원인이나 깨끗한 시신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이 필요할 같다불순한 의도가 아닌, 진짜 궁금해서 이니까.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교훈

새벽 두시.  지금도 라디오와 인터넷뉴스에서는 진주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배 이름처럼 오랜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21세기 최악의 침몰사고로  운명을 달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이 안타까운 선박에 대해서.

무려 사백 칠십 여 명이 타고 있던 대형선박이었으며 - 정확한 승선인원은 해경과 선사와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무슨 일인지.. - 무려 이백 구십여 명의 사망이 확실시되고 있는 비운의 선박에 대해.

실종자로 분류되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몇 시간 후 뉴스에선 어마어마한 숫자가 실종자에서 사망자로 분류될 것이다.
애석한 일이지만 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도 몇 십분을 견디기 어려운데 침몰한 배에서 고통스럽게 짧은 생을 마감했을 거라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안타까운 이야기.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아이들이 희생자였기에 마음 아프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가장 먼저 배를 빠져 나온 이해불가 선장이 업무상 중과실로 중형을 받는 일만이 정의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착한 판사들이 또 정상참작 어쩌구 해서 오년도 많다 치면 곤란하겠지만.

오늘 사고는 선내 방송을 듣지 않고 갑판에서 애타게 구조선에게 헬프 를 외치는 이들만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무슨 사고였는지는 몰라도  제자리에서 꼼짝 하지 말라는 얼토당토 않은 권고를 충실한 따른 착한 학생들에겐 황천길이 그 응답이었고.

그래서 생각한 건데,
위급 상황에서 기본 사항을 숙지한 이후엔( 감전의 위험성 은 미리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다) 비이성적인 권고 따윈 무시하고 자신의 냉철한 판단력을 믿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훈육에 따른는 게 아니다 싶을 경우 과감하게 자신의 판단에 따르는 게 후회도 적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침착해지는 게 필요하겠지?  어떤 상황에서든.

또 하나.  수영은 가급적 배워두는 게 좋다.  물론 그 많은 학생들이 수영을 못 한다는 이유가 사망사고의 핵심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위험상황에서 수영에 자신이 있다는 건 큰 잇점이 된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무너져 가는 배를 일으켜 세우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배안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걸 뻔히 알면서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으로 연약한 존재이다..
잠수전문가의 잠수실력도 최대 20~30분이라고 하고 위기가 닥칠 떄 무조건 먼 곳으로 대피하는 동물의 본능에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게 많다고 해도 막상 위급상황에서의 인간이란 존재의 생존능력은 한참 떨어진다..

학생들이 추운 바다에서 얼른 빠져 나왔으면 좋겠다.  그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은 아닐지라도  

2014년 1월 18일 토요일

한나와 그 자매들

새해가 밝아도 사람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는다.
나이들수록 악습을 없애기가 나쁜 습관 하나 더 추가하기 보다 얼마나 더 어려운지 절감한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 격언에 잘 맞는 영화 한 편.  한나와 그 자매들.
이건 지난 주 우연히 회사 근처 헌책방에서 구입했다.
혹시 고장난 DVD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영화의 시작은 가족 파티로 시작한다.

가족관계가 참 특이하지만, 세 자매의 애정대소사가 따뜻하게 그려진다

미아 패로가 한나 역인 첫째를 맡았고 우디 앨런이 건강염려증환자인 그녀의 전 남편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한나의 현재 남편과 불륜관계인 셋쨰- 리 -가 여러모로 골때리고 황당하게 보이는데, 영화 막판에는 둘째가 전혀 의외의 대사를 하며 영화는 끝맺는다.
여차저차하여 언니의 전남편과 연결된 후, 파티 뒷편에서 "임신했어요"란 말 한 마디.
우디 앨런이 무정자증으로 이혼한 걸로 나와 이 뜻밖의 결말은 황당하고도 기억에 남는 결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중간중간 파티 장면에서 일련의 동양 어린이들이 나온다.

이들이 미아 패로가 입양한 아이들로 보이는데, 그 중에 머리를 예쁘게 기른 순이도 보인다.

아예 대놓고 로리타적 뉘앙스를 풍기는 맨하튼을 비롯하여...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고 있자니 그의 아동성애증이 뜻밖에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취향임을 느낀다.
그 유명한 재판에서 - 
우디 앨런은 일관되게 자신과 순이는 법적인 혼인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강변했고
미아 패로는 순이를 배은망덕한 딸내미로 묘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배심원들은 "뭐야 사랑으로 키웠다면서 딸내미를 정신박약아 취급하네 " 이런 생각이 우디 앨런이 아동 성애자라는 생각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의 아동성애증만을 물고 늘어졌으면
지금 결론은 전혀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보건대, 재판에서 핵심되는 사항만 물고 늘어지기,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말하기. 이 두 가지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하던가... 

어쨌든 우디 앨런은 이런 추문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꼭 빼닮은 백인한 명 동양인 한 명을 자신들의 아바타처럼 키우며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아동성애자가 법적으로 응징된다고 하지만, 유명감독은 그 정도는 피해갈 수 있었던 듯.
아무튼, 몇 번 봐도 좋은 영화이다.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는 현실에선 지저분한 법정 다툼까지 벌여 가며 이별 아닌 이별을 했지만,
미아 패로를 주연으로 만든 영화 모두가 그의 수작이다.
서로 상처를 받으면서도 주는 관계.  그들의 관계는 어쩜 작업면에서는 천생연분일지도 모른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답답하고 히스테릭한 여자,  그 여자에 못지 않게 초조하고 이기적이고 불안한 남자.
둘은 사랑으론 엮어질 수 없어도 동지애로선 똘똘 뭉칠 수 있을 것이다.

미아 패로와 함께 만들었던 일련의 영화들에 비하면 최근 나왔던 그의 영화 -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 - 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너무 빤한 영화... 그에 비하면 블루 재스민은 좀 나았지만.
남남이 되어 버렸지만, 늙은 미아 패로와 총기잃은 우디 앨런이 지금 다시, 노년의 위기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
아주 괜찮은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세 자매를 다룬 영화는 슬프다.  
세 자매를 다룬 소설은 슬픈 데다가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세 자매가 나오는 드라마에선 꼭 한 명이 일찍 죽는다.  대부분 막내딸이 그러하다.

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민영화

회사에서 집으로 가려면 서울역을 필히 거쳐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거의 매일 철도노조원들의 시위를 접하게 된다.

평소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많이 가졌었지만,
철도민영화만큼은, 그러니까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는 꼭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 더 비싸지고 불편해지니까...
민영화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거짓말을 치기엔 국민들은 너무 똑똑해졌다...
이 지경에 이르러셔야 사람들은 사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각종 공공서비스가 세계 최상위권이었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너무 늦었지만..

생각해 보면,
8~9년 전, 철도공사로 이름을 갈아타면서 민영화의 전조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직전 정부에선 4대강 나눠먹기에 바뻐서 철도까진 잇권을 챙길 이유가 없었다면,
이번 정부에선 철도를  첫 타자로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일 뿐.

문제는, 철도는 시작이고 -
가스, 물, 전기...곳곳에 민영화폭탄을 깔아뒀다는 것이다.

의료는 당분간 민영화 대상은 아닐 것이다.
노인네들 표가 얼마나 귀중한지 알기에,
단지, 원격 의료를 상용화해서 의료기기회사들의 떡고물을 챙겨주고 의료접근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을 괴롭히면서 슬슬 상황을 보긴 할 것이다.

요즘 국민들이 물을 많이 쓴다는 식으로 군불을 때는 걸 볼 때,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욕을 왕창 먹고 있는 상하수도 외국에 팔아넘기기는 속도를 낼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이란 곳은 시청료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어서 정부 정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걸 보니 참 한심하다..
케이비에스야말로 클래식FM만 빼곤 전부 민영화시켜도 하등 불만이 없을 텐데.

정말 나답지 않게 나라걱정을 하고 있는 이천십삼년 십이월의 가장 추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