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년 동안 노조원으로 있다가 오년 전 노조를 탈퇴했다.
탈퇴이유는 간단했다.
매달 노조회비를 내고 꼬박꼬박 집회에도 참석했지만 내 복지에는 변한 게 없었고 그 즈음 아주 오랫동안 승진을 못하고 있었던 바, 그 즈음 무슨 노조회식을 한다는 소리에 확 성질이 났다. 난 이렇게 힘든데 니들은 참 좋구나... 하는.
그래서 그날 탈퇴신청서를 노조사무실로 보냈더니 바로 그 다음 날 탈퇴처리가 되더라.
이번에는 너무 간단해서 풀이 죽었다.
뭐 나하나 나간다고 뭐가 다르겠냐만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그 후 이야기 -
탈퇴 후 오년여간 파업을 간간히 해서 파업기간엔 비노조원으로서 비상근무체계에 들어갔지만 다행이도 비상근무는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장 이주간 파업이었고 몇 되지 않은 비노조원 평직원이라 힘들긴 했다.
온갖 이상한 전화, 엽기적인 신고서들, 만만히 여기는 윗사람들과의 어려움.
어제서야 그 길었던 파업이 마침표를 찍나 했더니,
오늘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12월까지 계속 며칠 나오고 몇 주 파업하는 형식으로 사용자를 골탕먹이는 근무체계를 계획하고 있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노조와 사측의 갈등으로 나같은 몇 되지 않은 비노조 평직원들은 유탄을 맞게 생겼다.
오늘은 여섯 시 넘어 야근에 들어가기 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던 중,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급적 자리비우지 말라고...
시간외근무기간 중 비노조원이 자리를 비우면 티가 확 난다고. 본부 감사실에서도 본보기로 후려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얘기해 준 게 고맙긴 했지만
사실 유일한 취미인 산책을 하기도 어려워지니 화가 나긴 했다.
참... 비노조원은 이런 시기에 힘들긴 하구나.
어차피 노조원일 떄에도 누군가로부터 대우받긴 힘들었지만
비노조원이니 이제 맘놓고 두드려패는 샌드백 신세가 되어버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즐기진 못하더라도 그저 버티고 있어야 하겠다.
오늘도 어제처럼 또 하루의 찬란한 노동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밀정 - 좀 지겨운 독립운동 이야기
몇 년 전부터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나온다.
CJ에서 정부에 잘 보이려 만들었다는 얘기가 팽배했던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변호인, 암살, 동주, 밀정까지...
동주는 소규모지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밀정은 어쨰 때깔만 좋지 영 암살의 복사판 같다.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중 으뜸은 이안 감독의 색 계 이다.
모호함, 성공하지 못한 스파이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CJ에서 정부에 잘 보이려 만들었다는 얘기가 팽배했던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변호인, 암살, 동주, 밀정까지...
동주는 소규모지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밀정은 어쨰 때깔만 좋지 영 암살의 복사판 같다.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중 으뜸은 이안 감독의 색 계 이다.
모호함, 성공하지 못한 스파이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피아니스트(미하일 하네케)
길었던 추석의 마지막 날. 영상자료원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좀 많이 이상한 여자와 그 여자의 더 이상한 모친, 이상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남자가 나오는 영화.
비디오로 몇 번 봤어도 영화의 독특함은 항상 살아난다.
큰 화면으로 보니 여자의 허탈함과 외로움. 남자의 분노에 찬 공격이 더 실감났다.
영화 전반에 슈베르트의 소나타와 가곡이 흐르는 걸 보니, 몇년 전, 김희애와 유아인이 나왔던 TV시리즈가 이 영화를 약간 본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유아인은 계속 지고지순하게 나온다는 것.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발터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폭파시킨다는 것. 아무래도 후자가 더 현실적이다.
끊임없이 환상을 주입하면서도 자신 앞에 사랑이 다가올 떄 가학적인 태도를 취하는 에리카가 점점 더 이해가 간다.
나도 저 여자처럼 미쳐가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나에겐 발터같은 남자가 쫓아올 가능성이 없기에, 우리 엄마는 나보다는 훨씬 더 괜찮은 어른이기에, 부모와 따로 살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영화 마지막,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에리카가 잔인하면서도 속시원했다.
그녀 인생 최초로 자기 의지대로 한 일 같기 때문이다.
좀 많이 이상한 여자와 그 여자의 더 이상한 모친, 이상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남자가 나오는 영화.
비디오로 몇 번 봤어도 영화의 독특함은 항상 살아난다.
큰 화면으로 보니 여자의 허탈함과 외로움. 남자의 분노에 찬 공격이 더 실감났다.
영화 전반에 슈베르트의 소나타와 가곡이 흐르는 걸 보니, 몇년 전, 김희애와 유아인이 나왔던 TV시리즈가 이 영화를 약간 본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유아인은 계속 지고지순하게 나온다는 것.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발터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폭파시킨다는 것. 아무래도 후자가 더 현실적이다.
끊임없이 환상을 주입하면서도 자신 앞에 사랑이 다가올 떄 가학적인 태도를 취하는 에리카가 점점 더 이해가 간다.
나도 저 여자처럼 미쳐가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나에겐 발터같은 남자가 쫓아올 가능성이 없기에, 우리 엄마는 나보다는 훨씬 더 괜찮은 어른이기에, 부모와 따로 살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영화 마지막,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에리카가 잔인하면서도 속시원했다.
그녀 인생 최초로 자기 의지대로 한 일 같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25일 목요일
조심히 살자
용산역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비틀대는 아저씨가 갑자기 가슴을 확 밀어버린다. 당황스럽고 아픈데 술취한 사람한테 화내기도 난감해 가만히 서 있다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집으로 왔다.
왜 화를 못 냈을까.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할까봐 잠시 기다렸는데 결국 서과도 받지 못하고 화도 못 내고 왔다.
우리나라처럼 음주자에게 관대한 나라에서 자칫 잘못하면 불쾌한 일을 겪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다음에는 화를 낸 다음 갈길을 가자. 남에게 사과받기에만 급급하다면 힘들어질거야...
왜 화를 못 냈을까.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할까봐 잠시 기다렸는데 결국 서과도 받지 못하고 화도 못 내고 왔다.
우리나라처럼 음주자에게 관대한 나라에서 자칫 잘못하면 불쾌한 일을 겪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다음에는 화를 낸 다음 갈길을 가자. 남에게 사과받기에만 급급하다면 힘들어질거야...
2016년 6월 17일 금요일
2016년 5월 1일 일요일
아이엠에프 시즌 2
지금이 2016년이니 1997년 내가 대학교 사학년 떄가 무려 십구년 전이다.
옛날 일이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비슷하게는 돌아간다는 가정을 하면,
금융업이 망하는 이전 아이엠에프 시기가 지난 정확히 이십년 후, 제조업이 차례차례 망하는 시즌 2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옛날 일이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비슷하게는 돌아간다는 가정을 하면,
금융업이 망하는 이전 아이엠에프 시기가 지난 정확히 이십년 후, 제조업이 차례차례 망하는 시즌 2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나라종합금융, 장기신용은행, 주택은행, 동화은행, 보람은행, 한미은행 ... 이 많은 금융기관들이 1997~8년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금융기관에 가고 싶었던 나는 지금은 없어진 금융기관에 꾸준히 원서를 냈었고 계속 떨어졌다. 보통의 여대생들은 자신이 안 뽑힐 거 같은 기관에는 아예 원서를 안 내는데 난 그 땐 지금보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인지 배짱이 좋아서인지, 여학생은 아예 안 뽑는 기관에도 열심히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한순간에 이 많은 회사들이 없어졌다는 게 놀랍다. 이미 겪어봤기에 올하반기부터 펼쳐질 아이엠에프 시즌2도 방관자적 입장에서 바라볼 것인가. 아님 더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질까.
청년기에는 금융업의 쇠태를, 중년기엔 제조업의 쇠퇴를 바라봐야 하는 우리 세대의 운명은 기구하도다.
이십년 주기론에 따라, 이십년 후에는 통일이 펼쳐져 새로운 세계가 열릴지도 모르겠다.
2016년 4월 10일 일요일
주말 나들이
형부가 작은언니와 나에게 묵주반지를 사주겠다고 여러차례 제안해서 자꾸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카와 언니들, 형부와 함꼐 명동에 다녀왔다.
반지가 아주 예쁘다.
주말을 맞아 황사바람에 맞서며 중국인들, 인도네시아인들, 일본인들을 비롯한 온 세계 사람들이 명동역에 나와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 블록만 지나면 평안함이 연출된다. 명동 골목골목은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은 그런 변두리 같은 곳도 많았고 오래된 건물들이 운치있는 곳도 많았다.
주로 관광객들은 남대문시장(회현)역과 명동역 초입까지만 많았고 나머지는 그럭저럭 돌아다니기 좋았다.
명동성당에도 가 봤다. 오랜만이다. 결혼사진을 찍는 신혼부부의 웃음을 뒤로 하고 칼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왔다.
형부 고마와요 !
반지가 아주 예쁘다.
주말을 맞아 황사바람에 맞서며 중국인들, 인도네시아인들, 일본인들을 비롯한 온 세계 사람들이 명동역에 나와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 블록만 지나면 평안함이 연출된다. 명동 골목골목은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은 그런 변두리 같은 곳도 많았고 오래된 건물들이 운치있는 곳도 많았다.
주로 관광객들은 남대문시장(회현)역과 명동역 초입까지만 많았고 나머지는 그럭저럭 돌아다니기 좋았다.
명동성당에도 가 봤다. 오랜만이다. 결혼사진을 찍는 신혼부부의 웃음을 뒤로 하고 칼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왔다.
형부 고마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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