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내내 바퀴벌레 색출을 하느라 몇 년은 늙러버린 듯 했다.
주말이 되어 조금 정신을 차릴 무렵, 집앞 남산도서관에서 비디오를 빌렸다.
인투더 월드.
실화를 바탕으로 숀팬이 연출한 영화이다.
한 젊은이가 있었다.
천구백구십이년 사월. 숲속 버스 안에서 아사한 채 수렵꾼에게 발견된 스물 세 살 청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물질가치적 삶, 이기적인 부모들의 모순된 삶을 되풀이하지 않겠단 일념 하에,
하지만 그 나이 또래 무계획적이고 약간은 낭만적인 느낌에 이끌려...
전재산 이만사천달러를 옥스팜에 기부하고 알래스카로 가겠다는 목적지를 갖고 긴 여행길에 오른다.
부모에겐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왠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순녀처럼.
목적은 다르지만 묻지마 출가를 한다는 건 동일하다.
그가 인복이 좋았던지, 히피부부, 맥도날드 직원들, 퇴역군인...
그가 가는 길엔 그의 불행한 인생의 마지막을 걱정하듯 친절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순수하지만 앞뒤 재지 않는 그의 심성을 걱정하기도 하고
그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가족 생각에 눈물흘리면서 진심으로 걱정한다.
영화는 그가 남긴 일기를 토대로 하나뿐인 여동생 역할을 하는 배우가 그의 심리상태, 자신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을 나래이션한다.
불가능한 목적지는 있지만 끝내 비극으로 끝난 그의 묻지마 행로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길을 찾는 이 젊은이가 숭산스님같은 선승을 만났다면 스님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조금만 더 적극성을 나타냈다면 자신의 양아들이 되길 바랬던 현명한 노인과 보람찬 인생을 설계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가 버린 총명한 청년을 기억하느라 새벽시간을 다 소비하고...
오늘 아침은 정말 늦게 일어났다...
댓글 1개:
찿아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 일 없으시죠? 한동안 글이 안올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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