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3일 토요일

포기

포기해야 하는 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일...
결국 이 일이 장기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힐 것인가에 달린 듯...

2011년 7월 18일 월요일

부러운 휴가자

작년 팔월부터 출산휴가와 육아휴가를 연달아 냈던 은정언니가 오랜만에 휴대폰 메시지를 보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해서 다시 장기휴가를 들어가야 한다는 것.

마흔이라는 나이에 둘째아이를 임신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기혼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우리 회사이기에...- 병가나 미혼여성의 휴직엔 가혹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지금 추구하고 있는 가치이기에 그런 듯 하다. 어쩔 수 없다.

전화와 서류 팩스 전송이면 휴가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실은 좋기도 하다고 한다.

은정언니도 회사다니길 엄청 싫어해서 - 허나 그녀는 우수직원이었다 - 첫아이를 낳았을 때에도

한편으로는 육아라는 게 큰 스트레스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언니가 원했던 번역 일을 틈틈히 하게 되어서 좋기도 했고

무엇보다 회사에 나오지 않는게 "너무 좋았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휴가를 내고

생각했던 걸 실행할 수 있다면 좋을 거란 부러움이 들었다.

하지만 난 아줌마가 아니기에...

이런 휴식이 불가능하다.

아줌마가 좋을 떄도 많겠구나.

하지만 내겐 불멸의 꿈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2011년 7월 15일 금요일

끊임없는 비

폭염은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장기간 비는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

여름을 기억하면 가끔 쏟아지는 소나기,
열대야, 모기, 보조기를 차서 등에 땀이 흥건이 베었지만
아버지의 윽박지르던 소리에 아무말 못하던 어린 날.

놀고 싶지만 친구가 없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은 그 시절의 무한반복.

담주는 어차피 혼자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시간들.

비는 그만 오고 쨍한 햇살과 강한 바람이 비를 대신한다면

조금이나마 기분좋은 나날들이 될 것이다.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휴가

오후, 내일 휴가를 냈는데
결국 있을 곳은 도서관 뿐 없더냐...

시험에 합격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그 시험이란 게 워낙 희박하고

나 역시 이제 공부에 몰입할 연령도 아니라서, 건강도 나쁘고.. - 물론 이것 또한 핑계일 뿐이지만 -

쉽게 그 모든 게 되지 않는다.

이곳에 다닌지 십삼년.

시험을 봐서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2011년 6월 11일 토요일

케나다 풍경


오년 전. 캐나다 여행 사진.
시원한 산이 다시 나를 부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줘.

몇년이 더 지나야 더 먼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등산화도 좋은 것으로 샀으니 맘만 먹으면 한라산이나 지리산은 쉽게 오를 수 있겠구나.

2011년 6월 9일 목요일

두 번의 장례식

회사 직원 사망에 이어
어젠 조카 - 정확하게 말하면 이모 딸의 아들.... 그러니 오촌인가 - 의 사망이 있어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보통 이 계절에는 결혼식이 몰려있는 시즌인데
내가 적지 않은 나이를 먹어서일까 결혼식은 없고
올해는 장례식 투성이다...

심장질환으로 이년여 투병을 했는데, 최근에는 이식수술도 받고 건강이 급격히 좋아져 - 건강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문제다 - 살이 많이 쪘다고 한다(이건 더 큰 문제).
그래서 면역억제제 양을 늘렸는데...
양을 늘리자마자 아이가 구토에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담당의사는 학회참석차 해외출장중이고
인턴이 이 약 저 약 마루타마냥 처방하다가...
결국 숨을 거둔 것이다.

너무 억울한 죽음인데...
형부도 제약회사 직원이라 약에 대해 아주 모르는 건 아니고
가족 구성원들도 의사 간호사 약사 판사까지 있는데...
이들의 의견은...
의료사고인 듯 보이지만 이미 사망한 마당에 무엇 소송할 거리는 안된다는 것...
자식없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무튼 사촌언니는 자식을 가슴에 묻으려 한 듯 보였다.

아이가 사망 전
너무 힘들다고... 죽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아픔없는 세상으로 간 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이었을까...
신이 미리 인간의 갈길을 정해놓았다면...
급속도로 회복되었던 지난 삼개월은 이 결말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오전에는 - 장애인등록기간이 만료되었다며 다시 연장을 해야 한다고 하여...
부평에 있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진단서도 첨부하여 동사무소까지 갔다왔다.

각종 서류가 많아지는 것이...
아마 정부에서 6급 이상 장애인들에게 주는 지하철무료승차 혜택을 줄이려 이 난리를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 남은 유월은 좀 좋은 일들이 있었으면...

2011년 5월 30일 월요일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부장님이 오늘 새벽 월드컵 경기장 근처 수풀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아홉 시가 넘어도 회사에 나오지 않자 서무가 집에 전화를 걸었고 서울대 공대에 다닌다는 아들내미가 어렵게 말을 했다고 한다. 자살이자 변사체라 경찰서에서 이런저런 서류도 쓰고 조사도 받고 ... 그랬나 보다.

지병도 없고 특별히 크게 이상하단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직원 모두들 충격이었다. 병원도 아닌 전문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형제는 여섯 명이라던데 그 중 한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들 딸 사모님과 함께...

사모님은 국내 굴지 출판사에 다니고 계셨다. 노모 봉양 문제로 좀 다투었던 것 같고 형제들과 사이도 소원해진 것 같았고 자녀 학비 문제로 걱정도 되었고... - 두 분 다 잘 버시는데 왜 돈문제가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 아무튼 우리 사무실 다른 부장들이 앞다퉈
"저 분은 회사 일이 아닌 집안 사정으로 돌아가신 거다. 그러니 밖에 나가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아라"라며 신신당부한다.
좋지 않은 일을 여기저기 떠벌일 직원도 없지만 그 직원들도 믿지 못해 내부 단속을 해대는 꼴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백프로 집안일 땜에 자살하는 사람보단 여러 이유가 겹쳐 생의 의지를 잃어 자살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달동안 회사 실적을 높인답시고 회사에서 새벽 두세시까지 근무하시던 그 분 모습이 떠올라 맘이 좋지 않았다.

썰렁한 빈소에서 사모님과 아직 앞날이 창창한 자녀분들을 보니 ... 안타까웠지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지 않겠는가.. 말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죽은 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먼 저승에서 자신이 저지른 업보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할 뿐...

부장님의 영혼이 평안하셨으면 한다. 가족분들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주시길 바라며...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추모와 몇 가지 좋은 기억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