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신의 대표주자는 이탈리아의 위대한 곱추 안토니오 그람시. 예전 학생회관에서 그의 책 옥중수고를 읽어보려 빌렸지만 두꺼운데다 어렵기까지 해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처제에게 쓴 편지 중 쉬운 부분만을 편집해서 출판한 민음사 간 '감옥에서 쓴 편지'는 읽을 만 했다. 아마 그는 사상가가 되지 않았더라도 예술가로 훌륭한 인생을 살았을 터이다.
오늘 박근혜의 옥중서신은 그람시만큼 어렵거나 유려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특징- 쉽고 간결한 문체, 깔끔한 서체-은 감옥이 사람 영혼까지 가둘 순 없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 줬다.
1997년 12월. 그녀가 미래연대(?)인가 하는 다소 평범한 이름의 정치연대를 만들며 현충원에서 그녀의 아버지의 동료임이 분명한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을 양 옆에 대동하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세운 이 나라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나왔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아. 이 사람은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신하는구나'싶어서 좀 신기했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국가의 구성윈이란건 인지하지만 국가의 주인 이란 생각은 좀 추상적으로 하는 반면 이 사람은 '아버지대부터 가꾼 내가 주인인 나라'라는 생각을 비교적 확실하게 하는 게 신기했다.
그후 이십이년이 흘러 몸은 감옥에 있지만 그녀의 그 때 그 생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자신 부친이 세운 자신의 나라가 중국역병으로 신음하자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녀를 공주라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진짜 공주이기 때문에 자신 국가가 힘든 걸 못 보는 것이다.
정치적 통합의 메시지보다 위로의 메시지란 느낌이 더 크다. 황교안이 어쩌구 김문수긴 어쩌구 하는 건 다 지엽적 이야기일 뿐.
어쩌면 그녀의 이번 승부수는 길고 긴 투쟁의 서막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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