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일 일요일

아포칼립스 Now

- 인류의 미래사, 칠드런 오브 맨, 풀의 죽음
아포칼립스를 다룬 세 가지 작품을 생각해 봤다. 모두 명작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길 바랬던 건데... 결국 이렇게 일어나고야 마네.

10년 전쯤. "인류의 미래사"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종의 메타 픽션이라고 봐야 할까. 열 살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20세기 말부터 인류가 겪어온 자취를 설명하는 형태. 요즘 왠지 이 책 생각이 많이 난다.
기사를 쓴 출판평론가는 공산주의-아나키즘의 도래를 인상적으로 본 모양인데, 사람마다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은 각기 다를 터.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미국이 망하고(말 그대로 예전 찰스 헤스톤이 주연한 혹성탈출에서처럼 쫄딱 망한다) UN본부는 호주 멜버른으로 옮겨지고 미국은 메리 차베스라는 히스패닉 여자의 통치 아래 그냥 그런 좀 큰 국가로 남는 설정이었다.
특히 저자는 21세기 이후 전쟁과 환경오염의 피해를 남반부 - 호주와 뉴질랜드 - 가 그 피해에서 다소 자유로운 모습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이 책의 출판연도가 1989년이란 걸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칠드런오브맨에선 아이 없는 삶으로 돌입한 세상에서 기적적으로 아이를 임신한 흑인소녀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이건 뭐 휴머니즘 그런 걸로 생각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자신도 언젠가 죽고 새로운 생명이 딱 한 명 있다면, 그를 보호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도 자기희생을 감수할 것 같기도 하다. 다 불행한 것보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는 게 낫지 않을까.

소설 풀의 죽음.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을 평등한 조건으로 만든다. 어쩌면 전쟁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어준다. 중국들판에 충리 바이러스라는 게 퍼져서 풀들이 죽는다. 자연스럽게 시간차는 있겠지만 다른 동네로 번지고 영국에서 평온한 생을 살아가던 주인공도 곧 영국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사람들을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걸, 친구인 정부관리를 통해 알게 되고 자식과 처, 이웃과 함꼐 길을 떠나는데..
이미 많은 동네가 황폐화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들도 끼워달라고 말하지만 - 주인공의 계획은 영국 북부의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 무작정 끼워줄 순 없고 끼워준 몇몇은 중간에 많이 죽는다.
소설의 끝자락에서 주인공은 결국 영국 북부로 이주를 마친다. 자녀와 아내도 안전하게. 친구도 안전하게... 하지만 그 속에서 아마도 그는 작은 독재자가 될 것이란 예측을 주며 소설은 끝난다.

- 사람들은 즐겁다.
휴일에는 여전히 남산공원에 사람들이 많다. 관광객들만 줄어들었지 일반인들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태리처럼 치사율이 높지 않아서 이제 사람들이 좀 안심한 것 같기도 하고...
시설입소자나 고령자 아니면 걸려도 나을 거란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도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한쪽에선 즐겁게 지내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사실 꼭 우한폐렴 아니더라도 언제나 누군가는 죽어가고 누군가는 즐거워했다. 이것이 슬프지만 인생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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