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7일 토요일

두려움과 떨림

작년같은 일이 벌어질까 겁이 난다.
이삿짐을 이고 지고 왔는데 -
화장실은 고쳐지지 않은 상태. 집주인은 오지도 않고
부동산 여자 혼자 거드름을 피우고 그게 무슨 대수냐고 오히려 되묻는 상황...

먼 길을 왔기 때문에 되돌아가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문득 문득 걱정된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으므로...

지나간 기회에 대한 회한이 문득 문득 떠오른다.
내가 원체 미련많은 우둔한 인간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난 몇 해 간 학습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하나 하나 조심스럽지만 마지막에 흐물어지는 경우를 워낙 많이 봐서이기도 하다.


지난 주 추석이 끝날 무렵 엄마가 작은언니와 함께 개봉역 근처 다이소 매장에서 오만원 상당의 그릇을 사 왔다.
대충 챙겼는데... 그릇을 오만원 어치나 산 걸 보니...
아무래도 그 작은 집 싱크대 수납공간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
엄마는 내가 혼자 사는 걸 시집가는 걸로 착각하시나 보다.

어제와 오늘 부모님이 친척 장례식에 간 이후 도대체 어떤 그릇을 샀을까 궁금해서 아직 뜯지도 않은 엄마의 장바구니를 열어보니...
그릇이 그다지 많지도 않았다.
천원 멀티숍에서 샀어도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그렇게 느꼈나 보다.

3.5kg미니 세탁기 십일만원
침대 십일만원
냉장고 이십구만원

도합 사십만원.
내가 산 이것저것 물품 - 대부분 쓸데없는 것으로 판명된 - 고무장갑, 세제, 세면도구, 기타 등등 - 오만원 상당
엄마가 사 준 많은 그릇들- 오만원

부동산 수수료 삼십육만원...
여기에다 책상과 의자를 추가한다면...
가뿐히 백만원을 넘길 기세.

엄마 아빠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떠나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짐을 지우고 있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그래도 최대한 민폐끼치지 않고 살리라 다짐해 본다.

제발 화장실은 고쳐주길. 주거부정인 전 세입자가 그 쓸데없는 고지서더미를 하루
발리 정리하길...

새 집에선 운동을 좀 해 보고
근처 도서관이 두 개나 있으니 잡지책만 들여다 보지 말구 공부라는 걸 좀 해 봤으면...


댓글 2개:

Oldman :

말끔하게 고쳐질 게 고쳐지고 정리가 된 상태가 되길 빌어봅니다.

iuprates :

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올드맨 님도 새 사업 대박나시길 머나먼 곳에서 기도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