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은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 이십여년 간, 등단한 이후에도 상당기간 다양한 종류의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에서 "젠 체 하는"느낌이 없다. 아주 간결하고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아래의 시 환상통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환상통
- 김신용 -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려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밖
몸에 붙어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버린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댓글 2개:
다 걸러져서 마지막 남은 순수한 결정체만 보는 느낌입니다. 소개해 주셔서 고맙구요. ^^
날씨가 추워지네요
버지니아는 여기 추위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춥겠죠?
감기 조심하시고
사업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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