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0일 화요일

당신들도 나처럼 외롭겠지만

남들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는 걸 알게 되면 이상하리만치 안도감에 젖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추석이 예전같은 북적거림이 없단 기사를 보니 이렇게 된 지 꽤 되었는데 왜 지금 이런 기사가 나올까 싶었다.
사실 이런 분위기 된 지 오래 되었지..자식 셋인 우리집도 한명만 결혼하고 두 명은 각자 홀로 사는 걸 보면 - 예전엔 엄마 걱정이 하늘을 찔렀지만 요즘에는 이런 가족들이 많다는 걸 확인해서인지 전처럼 걱정은 안 하는 눈치다 -' 따로 또 같이'가 명절모토가 된 지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추석이라서 외롭거나 뭐 이런 건 당연히 없고 대신
아예 일본처럼 8월 15일 양력이 추석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난 예전 군사정부 시절의 양력설 정책이 맘에 든다. 그래서 예전 국민학교시절처럼 1월 1일부터 3일까지 설날로 쉬고 내친 김에 추석추석도 양력추석으로 바꿔서 - 마치 일본 '오봉'처럼 - 8월 15일 광복절을 추석으로 겹치기시켜 앞뒤 3일정도 쉬었으면 좋겠다. 마치 서양의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처럼 Semi-vacation 이 되는 거다.
그런데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1월 1일 하루 쉬고 한달쯤 있다가 음력설. 8월 15일 광복절 하루 쉬고 한달있다 추석. 이러는 건 마치 휴가의 시에스타같은 느낌이다. 어설프게 하루 쉬고 다시 한달 기다렸다 본게임에 들어가는 것? 마침 남유럽 시에스타도 이젠 안하는 추세라 하니 이참에 없애는 게 어떨까.
아무튼 배우자와 자녀는 없어도 아직 부모와 형제는 있으니 - 추석 당일엔 집에 가서 차례음식먹고 TV좀 보다 보면 시댁에 갔다 오는 언니네 가족들을 맞이한다. 우리가 '유일한 내빈'이라 부르는 조카들에게 용돈을 좀 쥐어주고 학교다니는 얘길 듣다가 같이 영화관에 가거나 고궁에 갔다가 늦은 저녁 또는 그 다음날 나의 집으로 온다...
대략 독신자의 추석풍경은 이러하다. 다른 이들도 나와 별다를 바 없겠지.
아마 부모님 돌아가시면 그나마 하는 전부침도 안할 거 같긴 하다. 가끔 그 맛이 그리우면 근처 마트 내 반찬가게에서 사서 데워먹으며 옛날 옛적 추석 땐 질릴 정도로 많이 먹었단 추억에 젖겠지...

결국 독신생활의 성패여부는 퇴직하고 부모도 사망할 무녑인 60대 이후를 어떻게 사느냐같다.
두렵지만 언젠가 찾아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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