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겨울 생각

날씨가 춥다 아주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고..
밥은 먹었니? 밥 잘 먹고 다니고...
차 조심하고...

엄마와의 대화는 이 세 가지 외에는 전무하다.

따뜻한 모녀간의 대화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몸 조심하라는 안부 외 별 달리 공통화제가 없어서 이 세 가지 권고사항 외, 등이 좋지 않은 나를 위한 조치 "맨손체조 자주 해라.  약 잊지 않고 먹고" 이 외엔 더 할 말도 없다.

나 역시 이 세 가지 말을 동어반복하며 엄마와의 대화를 마무리한다.

일흔을 넘긴 후로 골절을 반복해서 당하는 엄마가 안쓰럽다.
간병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노쇠하고 성마른 아빠도 걱정스럽지만

열 아들보다 한 명의 악처가 낫다는 말이 그 반대 - 딸내미 열 명 보다 한 명의 영감이 낫다는 말 - 로도 대체할 수 있다면,

그나마 아빠가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곤 하다.

이제 힘든 일은 안 하셨으면 좋겠네...

나 역시 엄마에게 위 세 가지 말 외 달리 할 말도 없지만...

이제 정말 난방 잘 하시고 식사 잘 하시고 차 조심하시기 바랄 뿐이다.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어제

내년부터 국가영어능력시험을 토플 토익 대신 쓴다고 한다.
샘플 평가를 한다기에 이름을 올려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금요일날 갑자기 휴대폰으로 시험을 보라고 문자가 와서...
허겁지겁 토요일 아침 오랜 길을 따라 사당역에서 이십분 걸어 교육연수원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시험시간이 길었다.
컴퓨터로 체크한다는 시험도 처음 봐 보고
토플은 본 적 없고 토익은 십오년 전 취업준비한다고 세 번 본 게 전부.

총 세 시간에 육박하는 영어시험을 본 게 의미라면 의미랄까.

끝나고 샘플테스트에 응시해 줘서 고맙다고  주최측에서 준비한 도서상품권 두 장을 감사히 받아들고 공덕역으로 왔다.

병원에서 일주일 전 끼어들기로 놀란 등 찜질을 받느라 한 시간.

다시 용산도서관으로 이동하여 책을 반납하고

회사에 와서 두 시간 편철하면서 연말 시간외근무를 마무리했다.

저녁엔 명동성당에 가서 오랜만에 미사에 참석하고

저녁엔 남은 복지포인트를 어찌어찌 모두 쓰고...

참 바쁜 날이었어...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선거

하루 종일 업무가 많아 지금에서야 들어왔다.

서울역에서 속보로 안철수 사퇴 라고 뜨면서 그가 울먹이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문재인이나 박근혜나 모두 닳고 닳은 정치인들.

박근혜는 박정희 코스프레,  문재인은 노무현 코스프레.

창창한 젊은이 길을 노인네들이 막았다는 생각이 들자

문재인이 너무 재수없게 보였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마치 강도가 미안하지만 이거 좀 빌려간다고 세간살이를 가져간 거와 뭐가 틀리나.

정치엔 관심이 없지만 선거는 꾸준히 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선거하기 싫다.


이럴 거면 여행 계획이나 짤 거 그랬다... 어차피 화요일은 비번이니 수요일과 연결하면 여수나 순천은 다녀올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평소 나의 성격으로 볼 떄 문재인 박근혜 외의 엉뚱한, 기억하지 못할 후보를 찍고 올 것 같다.  그가 쫓겨났기에...

한국의 많은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자식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

그래서 외지에 나가 공부하려고 취직하려는 아들 손을 잡고 말한다.

- 니가 돈을 벌어야 동생들이 대학을 마치지.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들의 기회는 오지 않는다.  그저 아버지를 원망하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을 뿐.

여기서 아버지는 당연히 문재인씨.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자신 눈엔 피눈물난다는 진리가 꼭 통하길 바라며,,,

참 차고 쓸쓸한 밤이다...


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이번 주 일 : 남산공원에서

월요일
지난 해 말 십 삼년 동안 가입했었던 노동조합에서 탈퇴했었다.
나름 생각을 많이 해 본  결과였다.  나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닌, 노조가 하는 행태가 좀 많이 회의적이었다.

그간 몇몇 회유(?)에도 불구하고 한 해 노조 탈퇴가 차라리 나았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내가 이미 등록한 시간외 근무를 악의적으로 누락시키는 서무를 보고선
참... 이래서 사람들이 뭍어가는 걸 선호하는구나.  비노조원의 슬픔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다섯 시간의 시간외 근무를 다시 하기 위해 다음 주, 다다음주 토요일 시간외 근무를 해야 한다.  그렇게 나홀로 주6일 근무를 하려니...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참... 슬픈 일.


화요일
어제의 슬픔이 아직도 계속 진행형이다.

여전히 많은 민원인들이 돈이 맞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목이 쉬어서 병원에 갔었다.


수요일

슬픔을 이기기 위해 산책을 하던 중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미끄러져 남산 낭떠러지로 흘러흘러 갔다.

어떻게 할까... 봤더니 비록 낭떠러지이긴 하지만 내가 주울 수 있을 만큼 낮은 곳 같았다.
그래서 가방을 계단 위에 놓아두고 엉금엉금 조심조심 휴대폰을 주으려 낭떠러지 쪽으로 걸어가던 중...

이번엔 계단 위 놓아둔 가방이 떼굴뗴굴 굴러가서 저기 저 낭떠러지 휴대폰 훨씬 아래 쪽으로 멀어져 간다.

이렇게 손에 둔 것 모두 잃어버리고 난감하게 공원사무소로 갔다.

공원사무소에선 저녁이라 찾기 어렵다고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한다.

겨우 열쇠만 주머니에 있어서

지갑 책 휴대폰 모두 아무것도 없이 집에 왔다.


목요일

시키지 않아도 여섯 시 눈이 떠졌다.
너무 불안했기에.

오늘 하루 수능일이라고 열 시 출근이지만

일곱 시 반 서둘러 공원사무실에 갔다.

다행히 당직 직원은 밤늦게 가방과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며 당황해 했던 날 기억했고

네 명의 공원 관리인들과 함께 잃어버렸던 장소 근처로 가서 열심히 찾아다녔다.

이십분 쯤 찾았을까.

저기 위에서

"윤진씨, 찾았어요,  위험하니까 빨리 올라오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 위를 쳐다보니

아저씨 한 분이 가방과 휴대폰을 흔들고 있었다.


금요일
참 다행이다.

시간외 근무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또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어려울 떄 도와주는 공원관리인 같은 좋은 분들이 주변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토요일
하루종일 감기 떔에 비몽사몽.

그래도 다음 주는 정신차리고 살아야 겠다.

뭔가 더 이상 잃어버리지 말자.

나에게 피해를 주는 서무 같은 이를 본받지 말자.

바라지 않고 날 도와줬던 공원 직원 같은 마음을 본받자.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생각의 거처

머릿 속 떠다니다 어느 순간 정착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한 번 정착한 생각은 어디 가지 않고
어떤 사물 어느 사람을 보면
꼭 그것이 떠오른다.

이것이 좋은 생각이라면 좋겠지만
불길하다면 문제.
생각을 떠오르기보다
쓸데없는 생각을 부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쓴다.

하나 하나 좋은 걸 창조하는데도 모자란데
안 좋은 걸 굳이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 떨치기란.
그 거처를 파괴하기란.

저 산 뒤로 넘기고 싶을 때가 있다.

불편하고 잔인한 생각들을.


다행이야.

추석을 맞이하여 집에 다녀왔다.
한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은 집에 간다.
엄마 아빠 얼굴을 보고
엄마가 해 준 밑반찬을 가져오고
집에 고장난 물건이 있으면 - 할 수 있는 한 - 고쳐 보려 한다.

이제 엄마 집이라고 말하는 게 적당한 아파트 10층.
이번에 가선 그 10층이 무서워서 떨었다.
십년 넘게 산 집인데 왜 그랬을까?
무서운 일화들이 생각났고
발코니에선 긴장감이 넘쳐났다.


역시 이층이 좋아.
비교적 안전하고
비록 벼룩이 넘친다 해도
안전한 산속 집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왔다.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싱가포르


운좋게 싱가포르로 파견나간 친구가 있어
이 친구를 만날 겸,
다른 곳에 있고 싶은 욕망을 충족할 겸
삼박 사일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원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같은 나라였다고 한다.
육십년대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싱가포르 지역의 많은 화교들은 자신들만의 국가를 만들고 싶어했으며...
영국을 설득시켜 마침내 독립을 이룬다.

가기 전에 친구는
- 딴건 괜찮지만 절대 ~ 지하철에서 물이라도 마시지 말라. 오십만원이 순식간에 벌금으로 나간다.

이렇게 벌금의 위대함을 강조했고

여행가기 전날 남산도서관에서 빌린 책자에도

"휴지 버리지 말아라, 껌씹지 말아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벌금 낼 행동 따윈 하지 말아라... 로 핵심은 요약된다.

벌금이 무서운 나라 싱가포르.

하지만 한 번 살아본 사람은 더할 나위없는 행복한 국가라고하는데.
잠시 다녀온 이가 어떻게 모두를 평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