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살게 될 공간은 넓게 보면 "해방촌"에 속하는 구역인데, 예전에는 정말 치안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딱히 아주 나쁘지는 않은 듯 하다.
외근업무차 용산구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본 바로는 보광동 도깨비시장부터 이슬람사원 주변, 후미진 이태원 골목보단 더 나을 듯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 - 특히 엄마 - 께서 하두 걱정을 많이 해서 외근중, 퇴근후 주거지를 한번씩 돌아보았다.
쾌적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반지하나 옥탑은 아닌 2층이고 아주 외진 곳은 아니기에 그럭저럭 잘 단속하고 살면 괜찮을 듯 싶지만...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엄마의 걱정까지 내가 완벽하게 책임질 수는 없을 듯 하다.
그 걱정은 백퍼센트 내 몫이 아니기에... 꼭 쥔 십자가만이 엄마의 걱정을 덜어줄 듯 하다.
도서관도 가깝고 회사도 가깝고 마트도 산책삼아 갈 정도이고 산은 지척이고... 그러나 결정적으로 집이 낡았네. 하지만 오늘 내일 부서질 집은 아니니까...
그저 나가 살아서 잘 된다는 말을 들으려면 회사에서나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일에서나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게 최고 아니던가...
아빠는 말하지 않은 게 기분 나쁘다고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이해는 한다. 연세든 어르신들이 걱정할 만한 사안이다. 재미난 건싫은 소리 하면서도 걱정해 주는 엄마와 자신의 생각이 아니면 말도 섞지 않으려는 아버지와 대비된다. 이것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차이던가...
언니들은 화를 내고 알아서 이사를 잘 하라고 한다. 이사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 확정일자 받기 및 전입신고, 그리고 가격대비 가장 사은품이 많은 초고속인터넷가입업체를 알아봐서 인터넷연결. 살 건 세탁기와 노트북컴퓨터, 침대...
냉장고는 전주인이 놓고 간다고 했고 - 순전히 이사하기 정신사납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스렌지도 놓고 간다니
새로 버티칼을 설치하고 검은색 로마노 커튼을 달고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살아가는 거다.
치안유지를 위하여...
뭐 이런 생각만 계속될 뿐이니 동네 이름은 해방촌이건만, 내 마음이 해방되기까지는 길고 긴 여정이 될지어다.
댓글 2개:
이젠 이사가 끝나 짐 풀고 자리 잡으셨겠네요? ^^
벌써 팔년 전이네요.
시간 정말 빨리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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