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 오년에 작은언니가 뜬금없이 사다놓은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라는 단편집으로 이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하이네켄 맥주를 즐겨 마시고 소비지향적인 어느 이십대 대학생 내지 직장인을 떠올리는 내용...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류같은 느낌이 약간은 드는 그런 소설가... 하지만 재밌다는 인상이 들었고... 그 이후로 대략 십칠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사실 글을 쓰고 싶어했었기에 병무청 공무원이면서 소설가도 한다는 그녀의 초인적이면서도 심드렁한 사적인 면에 더 관심이 갔었던 것 같다.
오늘 도서관에서 라디오를 듣다 평화방송 북콘서트에 배수아가 낭송자로 나오는 걸 들었다.
요즘 나오는 그녀의 책은 너무 어려워서- 같이 나온 이상은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뭔지 모르겠지만 느낌은 좋고 읽었던 대목을 계속 또 읽고 있는" 그런 느낌 - 잘 읽지 못했는데 오늘 그녀가 마치 연극배우처럼 낭독하는 글을 읽으니 참으로 많은 발전을 하고 변화를 가져온 지난 세월을 보내왔구나 싶어 이제는 공무원도 더 이상 아니지만 작가로 굳건하게 선 그녀가 더더욱 부럽기도 하고 아 예술가는 역시 타고나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요즘 난 진정 뭐가 되고 싶었었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곤 하다. 오늘 방송을 들었던 건 정말 되고 싶었던 건 예술가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버거운 일상을 끄집어내다 보면 내게도 그녀처럼 빛나는 열정과 용기가 있었으면 좀 다르게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지난 일을 어찌 탓하랴. 할 수 있는 데에서 구하는 게 가장 최선일 듯.
어쩄든 배수아 책은 여전히 어렵고 난 여전히 그녀의 초기작 여섯 번째 여자 아이의 슬픔이 더 공감가지만, 앞으로 더 대단한 작가가 될 것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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