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유명한 소설이름을 딴 홍상수의 최근 영화,
영상자료원에서 보고 왔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와는 내용이 틀리다. 단, 남자는 잠시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했던 여자 아름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이라며 이 소설의 번역본을 건네주는 마지막 장면이 들어가 있긴 하다.
홍상수 영화에서 항상 보던 많은 플롯이 등장한다.
흑백영화. 소도시, 인텔리 남자와 여자. 그러나 남자는 비겁하고 현실안주적이고 습관적으로 불륜을 행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혐오하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이 뻔한 플롯에 홍상수 영화에서 그동안 잘 안 보였던 - 남편을 내연녀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안달하는 아내 - 와 입사 첫날 부부와 내연녀로 등장하는 김새벽 사이에 껴서 봉변을 당하는 김민희가 등장한다는 것이 이제까지 홍상수 영화와 약간 다른 점이다.
봉변을 당한 후 여자는 회사를 떠나고 한동안의 세월이 흐른 후 남자의 회사를 다시 찾는다.
남자는 여자를 새카맣게 잊고 있었고 여자를 처음 봤을 떄와 같은 말을 반복한다. 부모님은 어디에 살며 형제는 어떠냐는 등. 여자는 참지 못하고 '저 기억 못하시죠..'라고 남자의 기 억을 일깨운다. 남자는 미안해 하며 그간 내연녀와 일년여간 살다가 아내가 어린 딸내미 손을 잡고 새벽녘에 찾아와 가출생활을 정리하고 본처와 합쳤다며 그간의 근황을 전한다.
남자는 딸이 아주 예쁜 잉글랜드풍 단추의 블라우스를 입고 내연녀 집에 왔을 때,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데 1초도 안 걸렸다고 고백한다.
그럼 내연녀는? 이제 그 후 내연녀 생각은 하지도 않고 소식도 모른다. 알려 하지도 않는다. 남자는 아주 잘 살아가고 평론으로 상까지 받았다.
전작에선 본처가 죽는 엉뚱한 결말 - 결국 사랑의 승리자는 내연녀로 귀결된다 - 을 냈던 감독은 이젠 반대의 이야기를 통해 조강지처의 중요성을 깨달은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도 그 편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아마도 홍상수 김민희 커플은 헤어져도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홍상수의 본처만 이혼을 하든 안 하든 고난의 행군을 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오늘 영화를 보니 그런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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