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2일 금요일

쓸데없는 생각1

1년이 넘어도 TV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국정농단 재판을 보고 든 생각.

언론에서 단독 이란 제호를 달고 이러저러한 의혹이 있다 ~ 라고 썰을 푼다.  그것이 썰에서 정황으로 확장되는 데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  비슷한 기사가 양산되고 뉴스댓글은 어느덧  '당장 잡아넣어라 ~' '왜 구속 안하냐'로 흘러간다.  며칠 지난 후 검찰에 불려가 15~18시간 강도높은 조사(저 시간들 중 과연 순수 조사는 몇 시간을 했는지 의문이긴 하다)를 마치고 하루 이틀 지나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인용이 나오면 기자들 모두 기쁨에 겨워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식의 기사를 타전하고 기각이 나오면 또 한번 구속영장 신청이 필수라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한다...

저런 식으로 수사하면 내가 해도 검사들보다 더 잘할 듯. 암만 그래도 자료복사도 하지 못하게 하는 권력기관에게 협조해줄 필요가 있을까나..
재판에도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이 적용하는 것 같다.직권남용이나 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지를 이들이 흉악범이나 강력범 취급을 받고 재판부는 이상하리만치 검찰의 의견을 수용한다.
적어도 국정농단재판에는, 헷갈리는 건 검찰의 이익으로 라는 선입견이 작용하는 재판임이 분명하다...

요양병원 , 어린이집

요양병원과 어린이집은 아주 비슷하다.
속 내부는 썩어들어가도 보호자들(자식들 또는 부모들)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웃고 세계에서 제일 친절한 듯 가식적인 행동을 연발한다.
불시에 방문해서 소독하지 않고 잔뜩 각질이 묻어있는 이불보, 초코파이 하나로 이십여 명 원아를 모두 먹이는 놀라운 오병이어 정신, 게으름이 얼굴에 뚝뚝 묻어나는 의사와 간호사들, 각종 재료비를 뻥튀기하는 원장님의 얼굴을 맨살로 보고 그 현실을 알아야 하지만...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들과 부모들은 자신의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무신경하다.



겉모습은 좋지만 외로운 노인들과 허기진 어린이들은 시설 안에서 병들어가고 시들어가고 버려진다.

2017년 12월 15일 금요일

그 후

나쓰메 소세키의 유명한 소설이름을 딴 홍상수의 최근 영화,
영상자료원에서 보고 왔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와는 내용이 틀리다.  단, 남자는 잠시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했던 여자 아름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이라며 이 소설의 번역본을 건네주는 마지막 장면이 들어가 있긴 하다.

홍상수 영화에서 항상 보던 많은 플롯이 등장한다.
흑백영화.  소도시, 인텔리 남자와 여자.  그러나 남자는 비겁하고 현실안주적이고 습관적으로 불륜을 행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혐오하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이 뻔한 플롯에 홍상수 영화에서 그동안 잘 안 보였던 - 남편을 내연녀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안달하는 아내 - 와 입사 첫날 부부와 내연녀로 등장하는 김새벽 사이에 껴서 봉변을 당하는 김민희가 등장한다는 것이 이제까지 홍상수 영화와 약간 다른 점이다.
봉변을 당한 후 여자는 회사를 떠나고 한동안의 세월이 흐른 후 남자의 회사를 다시 찾는다.
남자는 여자를 새카맣게 잊고 있었고 여자를 처음 봤을 떄와 같은 말을 반복한다.  부모님은 어디에 살며 형제는 어떠냐는 등.  여자는 참지 못하고 '저 기억 못하시죠..'라고 남자의 기 억을 일깨운다.  남자는 미안해 하며 그간 내연녀와 일년여간 살다가 아내가 어린 딸내미 손을 잡고 새벽녘에 찾아와 가출생활을 정리하고 본처와 합쳤다며 그간의 근황을 전한다.
남자는 딸이 아주 예쁜 잉글랜드풍 단추의 블라우스를 입고 내연녀 집에 왔을 때,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데 1초도 안 걸렸다고 고백한다.
그럼 내연녀는?  이제 그 후 내연녀 생각은 하지도 않고 소식도 모른다.  알려 하지도 않는다.  남자는 아주 잘 살아가고 평론으로 상까지 받았다.

전작에선 본처가 죽는 엉뚱한 결말 - 결국 사랑의 승리자는 내연녀로 귀결된다 - 을 냈던 감독은 이젠 반대의 이야기를 통해  조강지처의 중요성을 깨달은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도 그 편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아마도 홍상수 김민희 커플은 헤어져도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홍상수의 본처만 이혼을 하든 안 하든 고난의 행군을 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오늘 영화를 보니 그런 확신이 들었다.

2017년 12월 11일 월요일

뼈아픈 후회

어차피 계획이 많아봤자 지키지 못하므로
올해가 시작할 때
단 하나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나의 게으름으로
그 단 하나의 계획마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여러모로 우울한 한 해 였다.

언젠가 어떤 정치인이 TV에 나와서 자신의강점은 한번 한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 거라며 선거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는데 - 결국 그 사람은 떨어졌다 - 만약 사람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뭔가 깨달았으면 고칠 수 있는 인간이 되길 꺽어진 90에는.



2017년 12월 6일 수요일

마지막 반공대통령

  박근혜는 반공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자신의 정책 속에서 구현하려 했던 마지막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던 정책 -블랙리스트관리 등등 - 별 인기없고 나중에 덤탱이쓸만한 정책을 부지런히 해냈던 것 아닌가 싶다. 
  내년초 소규모 폭격이 일어나면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질까.   워낙 나꼼수와 달빛단의 홍보에 폭 빠진 사림들이 전쟁난다고 갑자기 바뀔 것 같진 않다....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

세브린느 : 부르주아의 은밀한 환상

루이스 부뉴엘 영화의 의외성, 갑작스러움, 인간 존재에 대한 치밀하고 냉정한 시선이 잘 드러난 영화, 입 생 로랑의 우아한 의상을 입은 카트린 드뇌브는 칼에 배일 정도로 아름답다.  어쩜 테니스복도 그렇게 예쁘게 소화하는지... 

  의사이며 부유한 남편 피에르와 함께 결혼 1주년을 맞은 젊은 여성 세브린느는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아픈 경험으로 마부와 채찍이 등장하는 요상한 꿈을 꾸며 불안하게 살아간다.   그녀의 불안과 권태를 눈치챈 남편 친구 잇송은 그녀에게 대놓고 만나자며 유혹하지만 그녀는 겉으로는 철벽녀이므로 음침한 제안 따윈 거절한다.
커플 스키여행을 다녀오던 어느 겨울날.  같이 동행한 친구는 그녀들이 공통으로 친했던 어느 여자 이야길 꺼낸다.  조신한 줄 알았던 그녀가 매춘을 한다는 말을 듣자 '어떻게 그럴리가.. 어떻게 우리같은 여자들이?...' 를 외치며 경멸하지만 운전사는 그런 곳은 아직도 성업한다며 다만 사창가가 아닌 맨투맨 방식이라 잘 모를 거라며 관심있다면 데려다 주겠다고 말한다.
몇날 며칠 고민하다 포주 아나이스를 만난 세브린느.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5시에는 일을 끝마치겠다는 그녀에게 낮의 미녀라는 벨 드 쥬르 라는 명칭을 붙여준 아나이스. 그녀 역시 세브린느의 끼를 알아차린다.
처음에는 피곤하지만 의외로 생활의 활력소가 된 매춘업.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젊은 난봉꾼 마르셀의 스토킹을 당하면서, 업소에 손님으로 온 잇송을 만나면서... 그녀의 비극은 진행된다.
   영화의 중반즈음,  갑자기 피에르의 직장을 찾아온 세브린느와 함께 산책하던 피에르의 시선이 거리한복판에 아무렇게나 놓인 휠체어에 꽂힌다.  ' 왜 이게 그렇게 신경쓰이는지 모르겠어', '단지 휠체어 뿐이잖아'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다시 전처럼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집에 있던 그녀에게 찾아온 불청객 마르셀은 그녀의 남편 피에르를 쏜 후 경찰 총에 맞아 죽는다.
자신이 불길하게 생각했던 휠체어에서 아무 의사표현을 못 한 채 맹인용 안경을 쓰고 있는 피에르.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세브린느는 피에르가 다친 이후로 이상한 꿈을 꾸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이게 권태의 결말이었을까... 예기치 않은 손님 잇송이 찾아오고 잇송이 세브린느의 부도덕함을 말했다고 하는 순간. 화면은 피에르와 세브린느의 행복한 일상으로 전환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둘은 차를 마시고 꽃꽃이를 하며 거리의 마차 소리를 듣는다.

부르주아의 부도덕 ,종교의 위선을 극도로 싫어하며 '내가 무신론자임을 신에게 감사한다'는 패기넘치는 말을 남겼던 부뉴엘은 마치 부르주아들의 속마음을 탐한 것처럼 속속들이 그 자취를 남긴다.  세브린느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마차와 마부 두명, 그리고 채찍질은 욕망과 복종 모두를 상징하며 피에르는 가부장제 그 자체를 나타낸다.  그녀는 남편 피에르를 동정하면서도 무서워했던 것 같다.  그의 사회적 권력과 돈이 자신을 지켜주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복종했지만 그의 남자답지 못한 모습에 염증을 느꼈던 것이다.  

또, 지금 우리나라에서 문제되는 성매매 방식 - 오피스텔에서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 역시 이미 유럽에서 50여년 전부터 성행하던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요즘같은 세상에 사창가가 있다 한들 장사는 잘 알 될 터이다.
 루이스 부뉴엘의 이력 중 다소 신기한 건 한창 영화를 만들다가 거의 20여년 영화를 안 만든 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 휴지기 이후론 활발히 만들었지만... 과연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내와 자식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좋은 영화를 만들었지만 아동 성추행이란 치명적 약점을 지닌 우디 알렌같은 인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약간 까칠해도 겉다르고 속다른 인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위선적이지만 않아도 좋은 인간이라고 말할 조건은 충분하다.

2017년 11월 26일 일요일

인생경험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가얄차게 재수했으나 마음같지 않게 좋은 성적이 안 나온 조카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앞으로 인생에서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쓰디 쓴 인생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삼길 바란다.  어찌 되었건 수시 한군데라도 갈리면 소원이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