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갈등과 고민 끝에 그러나,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짧은 시간 내 결정하여
팔월의 일요일들 중 맨 첫번째 날.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하는 걸루 결정했다.
잔금치르는 날 위임장이니 임대인 주민등록증 사본 도장 다 받아야 하니 정신이없을 건 자명하다...
그 정신없음 중에 하나라도 깨뜨려지지 않았으면.
난 이렇게 법적 계약의 유효성을 고민하는 동안
엄마와 언니는 그 집이 도대체 안전구역 내 있는지 관심을 가졌다.
엄마는 구체적으로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되는지(물론 여름이라 잘 알 수는 없지만) 비가 새는 집인지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다며 한번 불시에 다시 집에 가보랜다. 그래서 추적추적 비내리는 저녁 홀로 다시 가 보니 세입자가 있었다. 이 아저씨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
어제 좀 더 곰곰히 생각할 걸...이런 일말의 후회는 있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학교에 가고 직장을 잡은 건 꼭 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랬다고 말할 수 있지만 -
서울에 엄마 아빠가 사시고 내 방이 있는데 나가 살기로 한 건
마흔이 되기 전 내린 크나큰 결정이다.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일이어서 한 일...
여행이 좋아서 한 일이라면,
독립은 글쎄다... 이것도 어떤 측면에선 당위성이 강한 것 같긴 하다.
잔소리꾼 아빠와 힘들게 살아갈 엄마를 생각하니 걱정은 되지만...
어차피 나 자신이 기쁨을 주는 아리따운 딸내미는 아니었기에
다소 늦었지만 나가기로 한 결정엔 후회없다.
보드카 레인이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당신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한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갔으면...
갑자기 심장이 강하게 뛰고 흥분되서 일을 망치진 않았으면..
그리고 집에 남은 엄마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주위 사람들의 그럼 그렇지 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 한다...
온갖 비웃음을 견디고 살아가야 하지만
고생 중에도 잠시 좋은 날은 있지 않던가.
댓글 2개:
그렇습니다. 캄캄하면 할 수록 새벽이 멀지 않은 것 처럼... 글 잘읽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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