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조직의 흥망성쇠

입사할 적에도 몇년 후엔 우리 조직이 내년이면 합쳐질 어떤 조직과 합병될 거란 얘길 듣긴 했다.

하지만 그 떄만 하더라도 우리 회사가 갑의 위치에 있고 지금 우리가 눈치를 보고 있는 해당 조직은

을의 위치일 거라 착각했던 것 같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념이 없었다고나 할까... 어쩄든 내가 입사한 이후에도 적게나마 직원을

채용하긴 했었으니까, 또 당시만 하더라도 조직이 점점 뻗어나가는 시기였으니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 시기에 태어났던 조카 채환이가 이제 내년이면 중학생. 내년부터 합쳐진 공룡조직이 태어난

다. 난 그냥 남기로 하여 당분간 쪼그라든 회사에서 뭔가를 또 하겠지만.

십이년을 끌어오다 얼렁뚱땅 내년부터 새롭게 정비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입사하던 그 시기가 한창 우리 회사가 웅비하던 시기가 아닐까 한다. 여러 장미빛 전망도 속출했었고(적어도 내부적으로는) 주변 직원들도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넘쳐났다. 서비스교육이니 고객응대교육이니 잡스런 교육도 많이 받고 피곤한 일들도 많이 겪었지만 그래도 일 자체에 대해선 모두들 열심히 하려는 자세가 넘쳐났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하려는 자세는 기본적으로 되어 있다. 하 지 만...

그 모든 게 예전처럼은 아니다.

이제 축소되는 회사이니만큼 갈 사람 남은 사람이 정해진만큼 앞으로가 설레이기보단 모든 것이 정해진 결말을 향해서 나아가는 귀경길의 느낌이랄까.

갈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남은 사람들은 과연 내년 일월 일일자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회사도 이제 "가을"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입사했던 시점이 한창 성장통을 겪는 시기였던 것 같고 지금도 통증은 통증인데 만성화된 통증, 류마티스같은 조절만이 가능한 가을날에 더 심해지는 점점 쇠약해지는 그런 시기를 겪고 있는 듯.

언제 어디서나 조그만 월급을 받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어도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해날 것이다. 그건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더 이상 없다. 이것이 소멸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조직 구성원의 육감이라면 너무 오버질일까.

내일 또 지나면 11월이고 월요일!

한달을 시작하기 좋은 요일이라고 라디오 아침프로에선 설레발을 쳐댈 테지.

어떤 변화에도 불구하고 난 그 자리에 변치 않고 서 있다.

비록 좌표를 잃어버렸다 한들 난 필연적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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