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요일

마부 vs 골목 안 풍경

어젯밤 영상원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한국 고전영화관에서 봤는데 이전 해 61년에 제작된 마부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마부에서 아버지 역할로 나왔던 김승호가 여기서도 아버지로 나와 무려 9남매와 모친을 홀로 부양한다.

여자친구격 황정순이 나오지만 홀아비로, 생계가 많이 어렵고 농아로 시집가 살면서도 가끔 가정폭력으로 집안으로 쫓기듯 돌아오는 큰딸을 둔, 빈민층과 중류층 사이에 위치한 마부.

나름 안정된 직장인(성북구청 공무원인 걸로 나오는데 아마도 6~7급 정도로 보인다)이지만 자식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되는 중류층과 중산층 사이 공무원 고주사


마부에선 자동차에 밀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직업 마부의 마지막 세대인 주인공이 일 떄문에 고분분투하는 모습. 고시합격에 열올리는 큰아들과 돈 많은 남자를 찾아 떠도는 작은 딸의 에피소드와 큰딸의 불행한 결혼생활이 나오고

골목 안 풍경에선 형편이 나름 낫지만 아이가 없어 고민인 매부의 가정사, 뭔가 항상 글은 쓰지만 등단에는 계속 실패하는 주인공의 동생, 성실한 주인공이 직장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나쁜 무리들에 의해 사직 직전까지 몰리는 상황이 교차하며 나온다.


앓던 이처럼 표현되던 청각장애를 가진 큰딸은 가정폭력을 비관하여 한강에서 몸을 던진 반면 큰아들은 고시에 합격하고 주인공도 여자친구 수원댁과의 재혼을 암시하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나는 마부

아이가 없어 고민하던 매부가 사귀던 카페 여급은 누구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신변을 비관하여 자살하고 반면 주인공의 동생은 등단에 성공하고 주인공 역시 직장에서 오해가 풀리며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내는 끝을 맺는 골목 안 풍경

특이했던 건, 자식 아홉 명 중 자신의 아이 둘을 매부에게 보내는 것으로 경제적 부담을 더는 것으로 나오는데 나름 적절한 타협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부에서 가장 약자로 나왔던 큰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골목 안 풍경에서 가장 약자로 볼 수 있는 카페 여급 김지미가 자살로 끝맺는 걸로 보면

60년대에도 사회적 약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죽음 뿐이었을까

가장 약한 자는 자살하고 가정 내 누군가가 시험에 합격하거나 등단함으로써 가정은 평화와 안정을 맺는다는 공식이 60년대부터 뭔가 공식화된 느낌을 줬다.

60년대에 나이들고 혼자였던 여자들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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