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일요일

일본 곤충기

마치 곤충처럼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1918년부터 1961년까지 그리고 있다.
'도메'라 불리는 여성은 오직 살기 위해 시골 지주댁 하녀, 공장노동자, 창녀, 마담에 이르기까지 온갖 일을 하면서 꿋꿋이 딸과 아버지를 부양하지만 아버지는 사망하고 딸은 어머니처럼 미혼모가 되는 설정으로 영화를 끝맺는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1950년대가 한국전쟁과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그 때 돈을 번 일본인들이 많을 것 같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상당수국이 일본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몇년간 전쟁을 했으니 경기가 안 좋았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것이다. 
돈없는 젊은 여자들은 미군을 통해, 욕심있는 젊은 남녀들은 전시군수물자생산을 통해, 돈을 벌었고 그게 60년대와 70년대로 이어지는 경제호황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한국인(조선인 이라고 지칭함)에 대한 약간은 동정어린 시선도 발견할 수 있는데, 아마 지금 일본에서 한국을 위해주는 시각은 1945년 해방 이전 식민지배에 대한 죄책감이라기보다는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인한 호황을 몸소 경험한 세대들의 영향이리라.
자신들의 호황이 남의 나라 동존학살의 기억을 통한 이득임을 알기에 한국에 대해 진정 흥미를 가지고 진지한 시선을 갖고 있지, 식민지배시대 위안부니 근로정신대니 하는 걸 생각하면서 한국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에겐 원전과 패전의 기억이 강렬하기에 남의 불행을 곰씹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거니와 1945년 이전의 기억을 간직한 세대들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

40대 초반으로 주인공의 인생여정은 일단 끝맺었지만 그녀에겐 수많은 세월이 남아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부도 싫어하고 엄마와 같은 운명의 미혼모가 될 터이지만 그녀의 딸은 토메보다 훨씬 잘 살 것 같다. 
 나중에 딸내미 인생도 들여다보고 싶었을 만큼 흥미로웠던 영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영화에서 여자들은 씩씩하고 육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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