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서관에 가면 꼭 보던 잡지. 벌써 폐간(인지 정간인지 모르겠다)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한국브리테니커에서 출간하던 잡지인데 흑백의 정갈한 표정의 젊은 여성들이 표지모델로 자주 등장했다. 이게 왜 기억나느냐 하면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면서도 결코 천박하거나 오지랖떨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접근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한때 천재소년으로 유명했던 김웅용 교수의 이력에관한 기사였는데 - 어린 시절에 나사에 갔고 거기서 힘든 수학기계로서의 노동을 했다는 이야기는 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아주 정중하고 깔끔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의 아버지가 나중에 토로했듯 정규교육을 뛰어넘고 곧바로 유학길에 올랐거나 또는 한국에서 독학을 했거나 여하간 세간에 알려진 이력과는 차이가 많은 시간을 보냈고 겨우 검정고시를 거쳐 지방국립대에 입학해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생활을 한다는 게 팩트였던 것 같다. ..하지만 기사는 천재로 인정받았던 그 시기에 대한 미련을 아직 못 버리고 있는 그와 그의 아버지의 어정쩡한 모습을 아주 잘 포착했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일면식도 없는 김웅용 씨에 대한 배려가 아주 잘 살아있었다.
결코 흥미위주의 기사가 아니면서도 핵심을 잘 지적하고 있는 기사였다.
이 잡지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아주 괜찮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이런 좋은 잡지도 생존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어쩔 수 없는 세태다.
아마 이 잡지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면 더 좋은 기사도 많이 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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